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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봉준호 여행사·송강호 가이드"…이선균이 말한 '기생충'이라는 패키지 여행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6-03 13:1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봉준호 감독님께 영원히 기생하고 싶죠." 배우 이선균이 '봉준호 월드'에 합류하게 된 소감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전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극중 글로벌 IT기업의 CEO 박사장 역을 맡은 이선균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진퇴양난의 위기를 뚫고 가야하는 형사를 실감나게 보여준 '끝까지 간다'(2014, 김성훈 감독), 세상에 기댈 곳 없던 이를 보듬으며 상처를 치유해줬던 tvN '나의 아저씨' 등 여러 장르의 작품에서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선보여온 이선균. 그가 봉준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영화 '기생충'을 통해 다시 한번 연기력을 확장시켰다.

그가 연기하는 박사장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글로벌 IT 기업의 젊은 CEO. 유명 건축가가 지은 그림 같은 저택에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 아들까지 있는 그는 전원 백수가족의 가장인 기택(송강호)와는 180도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이다. 늘 친절하고 젠틀하지만 그지만 선을 넘어오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 그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딸의 새로운 과외 선생님 기우(최우식)을 집에 들인다.
이날 이선균은 개봉 첫 주 만에 336만 관객을 동원한 '기생충'의 흥행 성적에 대해 "제 일 같지가 않다. 현실감이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있구나 싶다. 단위가 바뀐 느낌이다. 굉장히 좋고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의 첫 러브콜을 떠올리며 "그때가 칸 영화제 가는 거 보다 더 그때가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칸은 작품이 가는 거고 감독님이 초대를 받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영광스럽긴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일 같지 않았다. 감독님의 영화들을 너무 좋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다른 배우들도 그럴 거다. '기생충'을 보신 배우들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부러워하고 동경하던 팀에 합류하게 되는 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러브콜마저 떨렸던 것만큼 촬영 또한 설레고 떨렸다는 이선균. 특히 영화에서 캐릭터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는 송강호와의 차 안 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장면이 두 번째 촬영이었다.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고 강호 형과의 관계도 그 장면을 통해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며 "원래 모든 영화 촬영장에 갈 때 3회차 까지는 굉장한 긴장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 촬영은 다른 때 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감독님께서 너무나 완벽히 준비를 해두신 덕분에 긴장이 금방 풀어졌다. 그 전에 '악질경찰'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제가 끌고 가는 역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분량면에서도 그렇고 그 부담이 덜어져서 마음이 좀 가벼웠다. 감독님이 여러 가지 설계를 해주시니까 마음이 편했다"며 "처음에는 감독님의 네임벨류 같은 것 때문에 너무 긴장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동네에서 되게 영화 잘 찍는 형 같은 느낌 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에 대해 "감독님이 정말 재미있으시다. 그래서 그냥 너무 좋아하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또 잘 들어주신다. 소통도 정말 잘된다. 동경하는 형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선균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적은 분량에 대해 "꿈꿔왔던 작품에 욕심도 있는데 하는 게 없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했다. 그런데 혼자 이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까 다 함께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사장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캐릭터를 잘 잡아야했고 이중성이 잘 보여야 했다. 그런데 콘티에 너무 잘 보였다"며 "콘티가 너무 완벽했다. 제가 감독님과의 작업을 패키지 여행이라고 이야기 하는 게 이런 면에서다. 정말 루트를 잘 짜놓으셨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이선균과 달리, 네 작품이나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춘 송강호로부터 촬영 전 어떤 이야기를 들었냐는 질문에 "너무 좋을 거라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쩌면 봉준호라는 여행사에 강호형이 가이드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정말 깜짝 놀랄거다 라고 강조를 많이 하셨다. 대본보다 결과물을 보면 깜짝 놀랄거라고 100% 믿고 의심하지 말라는 말을 하셨다"고 말했다.

아내 호흡을 맞춘 연교 역의 조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여정이는 워낙에 에너지가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서 그게 연교랑 잘 맞았던 것 같다. 제가 해준 건 없다. 여정이가 오히려 굉장히 적극적으로 다가와 줬다. 연기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연교가 캐릭터가 너무 웃긴데 여정이가 너무 잘해서 장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극중 조여정과의 야릇한 베드신에 대해 "뭣 모르고 가족영화라고 생각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게 민망하겠지만 상황적인 코미디가 부각되는 장면인 것 같다"며 "저희도 그 장면 때문에 15세 관람가를 받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런 코미디를 봐주시고 관람가가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극중 박사장과 연교의 관계에 대해 "사실 처음에 연교와 연기하는 장면이 조금 더 딱딱했다. 연교가 박사장을 더 어려워했다. 그런데 슛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이 바꾸시더라. 너무 문어체 같지 않냐면서 연교의 말투의 어미나 그런걸 바꾸셨다"며 "연교가 다른 사람들한테 하는 말이 박사장을 치켜세우는 게 보이지 않나. 조금 더 변태처럼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뭔가를 더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그냥 받아들이는게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선균은 이날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과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봉준호 감독님과 감독님의 작품을 굉장히 장르적으로 보이면서도 굉장히 장르적이다. 영화 자체가 봉준호 감독님 같다. 무엇 하나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느낌이다. 감독님이랑 대화하면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어떤 부분들을 디테일이 집요하게 끄집어내고 사실적인 걸 가지고 오는데도 굉장히 장르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한 봉준호 감독과 또 다른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 "감독님께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 영원히 숙주로 삼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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