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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슬럼프→1년 공백기"…박소담, '기생충'이 찾아준 연기라는 기쁨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5-30 14:3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오로지 '잘 해야 된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과거. '기생충'은 정말 즐기면서 행복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극중 백수가족의 딸 기정 역의 박소담이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악령이 깃든 소녀를 소름끼칠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력으로 소화한 '검은 사제들'(2015, 장재현 감독), 일제강점기 여학생 기숙사에서 공포와 맞딱뜨린 예민한 10대를 연기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이해영 감독) 등의 작품을 통해 충무로의 핫루키로 떠오른 박소담. '기생충'을 통해 봉준호 작품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그는 척박한 현실에도 결코 기죽지 않는 야무지 20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 박소담이 연기하는 기정은 미대에 떨어지고 학원비도 없어 오빠 기우(최우식)과 함께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인물. 기우가 부잣집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님으로 들어가도록 빼어난 포토샵 실력으로 졸업증명서를 위조하고 이후 박사장네 미술 과외 면접까지 보게 되면서 백수 가족의 두 번째 희망으로 떠오른다.
박소담은 인터뷰에서 "아직도 많이 얼떨떨하다. 제가 칸에 다가왔고 '기생충'의 모든 스케줄을 계속 진행 중인데도 아직도 얼떨떨하다. 내가 칸에 정말 다녀온 게 맞나 싶다. 칸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제 사진이 너무 낯설다"며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그는 봉준호 감독이 자신에게 작품 제안을 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이 캐스팅을 하시고 시나리오를 쓰신다고 하더라.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주시고 시나리오를 받은 건 그 뒤였다. 일단은 어떤 가족 이야기를 쓸 예정이고, 송강호 선배님의 딸이자 최우식 오빠의 여동생으로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셨다. 그러고 두 달 정도 연락이 없으셨다. 그래서 '캐스팅이 바뀌었나?'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정말 애가 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나리오의 첫 느낌을 묻자 "굉장히 속도감이 있는 시나리오여서 너무 잘 읽혔다. 제가 아직 경험이 많이 없어서 시나리오가 어떻다는 느낌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시나리오가 너무 잘 읽혔다. 극중 기정의 대사가 정말 입에 잘 붙었다. 빨리 연기하고 싶었다. 혹시나 캐스팅이 바뀌면 어쩌지 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기정과 실제 성격이 비슷하기에 연기하는 게 더욱 재미있었다는 박소담. 그는 "감독님께서 기정과 기우 중에 누가 오빠고 누가 동생인지 긴가민가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영화를 보면 기정이 누나 같은 면이 있지 않나. 사실 저도 집에서 양가 통틀어서 첫째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당차고 당돌한 모습이 아무래도 기정과 많이 닮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과대도 했다. 원래 제가 누구를 따라가기 보다는 좀 나서서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도 동생들을 케어했던 입장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극중 대배우인 송강호 앞에서 걸쭉한 욕 연기를 펼친 박소담은 "다행히 아버지(송강호)가 너무 귀엽게 봐주시고 감독님도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편안하게 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비흡연자임에도 극중 흡연 연기를 선보이는 것에 대해 "금연초를 포함해 세 가지 담배를 놓고 가장 자연스러운 걸 선택하려고 했다. 사실 감독님도 담배를 안 피우시니까 제가 담배를 잘 피는 것처럼 보이는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현장에서 다른 흡연자 스태프가 봐주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대학 졸업이후 백수로 살고 있는 기정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과거까지 떠올렸다는 박소담은 "저도 한 달에 오디션은 17개씩 볼 때가 있었다. 학교에서 연기를 정말 열심히 했다. 휴학 한번 여행 한번 안하고 열심히 학교를 다녔는데 왜 안 되는 건가 싶었다. 4년간 학교에서는 연극에서 주인공도 했는데 현장에 막상 오니까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은 거다. 그래서 걱정도 컸었다. 기정을 연기하면서 그때 시기가 많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사도'(2014, 이준익 감독)에 이어 '기생충'에서 송강호와 재회한 박소담. 그는 "'사도'에서도 송강호 선배님이 정말 잘 챙겨주셨다. 현장에 오면 정말 대선배들이 많아서 걱정이 컸었는데 송강호 선배님이 '잘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더 많이 만나자'고 말씀해주셨다 "며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와 딸로 만났는데 정말 딸처럼 대해주셨다. 그리고 저에게 기정이와 잘 어울린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 정말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다. 사소한 고민마저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다"며 "'잘 하고 있다' '너의 생각이 옳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줬다. 그래서 앞으로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말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극중 남매로 호흡을 맞춘 최우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우식과의 닮은 꼴 외모에 대해 "영화를 보니 제가 봐도 정말 닮았더라. 만나기 전까지 둘이 닮았다는 걸 인정도 안했다. 그런데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보고 정말 닮았다는 걸 알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인터뷰에서 박소담을 '모두를 뭉치게 하는 슬라임 같은 친구'라고 표현한 최우식. 이를 들은 박소담은 쑥스럽게 웃으며 "선생님들한테 제가 애교 부르고 그런 건 잘 못한다. 저는 그냥 저대로 솔직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오히려 선배님들이 마음을 열어줘서 저희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선후배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말씀을 주셨다. 그런 걸 받으니 좋은 에너지가 함께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소담은 '기생충'은 자신에게 단순히 좋은 감독과 선배와 호흡을 맞춘 작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1년간의 공백기와 슬럼프까지 솔직히 언급하며, '기생충'은 그런 슬럼프를 모두 이겨내게 해준 의미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사실 '검은 사제들' 이후로 연기적으로 고민이 컸었다. '검은 사제들' 이후 큰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이후 작품들에서는 또 안 좋은 반응을 받기도 했고 그래서 숨고 싶기도 했다"고 솔직히 입을 열었다.

이어 "제가 그동안 너무 강하고 센 역할들만 하고 일상적인 연기를 제대로 못 보여드린 것 같더라. 학교 다니면서 연극을 할 때는 그런 연기가 너무 좋았고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가니 정말 어렵더라. 그러다보니 주눅도 많이 들었다"며 "저는 제가 지치게 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계속되니까 정말 지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1년간 공백기를 갖고 쉬게 됐다는 박소담. 그는 "쉬면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는 걸 느꼈다. 제가 오래 쉬고 있고 마침 연기적 갈증이 생겼을 때 봉준호 감독님께 연락이 왔다. 그런 휴식기를 거치고 봉 감독님을 만나서 즐길 수 있었다. 아마 그전에 만났으면 이 작업이 행복한지 모르고 잘하려고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자신의 연기 인생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박소담은 "'기생충'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푹 빠져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행복했다. 예전에는 오로지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번 현장에서 처음으로 모든 스태프들의 얼굴을 보게 됐다. 이전에는 스태프들의 얼굴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같이하는 분들의 소중함도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현장까지 보면서 한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이 뛰어다니시는구나 싶더라. 이제 조금 시야가 넓어진다"며 웃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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