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초점]'미쓰백'부터 '걸캅스'까지…'영혼 보내기'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5-21 11:0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관람은 힘들지만 영혼이라도 보냈어요."

영화는 관람하지 않지만 돈을 들여 티켓을 예매하는, 일명 '영혼 보내기'가 극장가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극장에 방문해 두시간 남짓한 영화 한편을 관람할 개인 시간이 넉넉하지 않지만, 영화의 취지와 의미에 공감해 흥행을 위해 기꺼이 돈을 들여 예매를 하기 위해 나서는 관객들이 생겨난 것. 한 영화를 여러번 관람하는 'N차 관람'처럼 여러번 티켓을 구매하는 'N차 영혼 보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관객들까지 증가하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최근 문화계 전반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 열풍으로 시작됐다. 남성 중심의 스토리와 남성 배우들이 중심이 된 기존의 한국 영화의 흐름에 불만을 갖던 여성 관객들이 여성 배우 혹은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에 '영혼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 '미쓰백' 스틸
위안부 피해자들의 관부재판을 다룬 김희애·김해숙 주연의 영화 '허스토리'(2018, 민규동 감독)를 응원하는 팬덤 '허스토리언' 사이에서 꿈뜰거리기 시작했던 '영혼 보내기'는 같은 해 말 개봉한 영화 '미쓰백'(2018, 이지원 감독)을 계기로 완전한 극장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여성 감독이 연출하고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은 '미쓰백'은 여성 관객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받았고 '쓰백러'라 지칭된 팬덤은 적극적인 '영혼 보내기' 운동에 나선 것. 수십번의 '영혼 보내기' 티켓을 공개하는 '쓰백러'들의 인증도 계속됐다. 후원금을 모집해 한번에 수십석의 관람석을 구매하는 이른 바 '총공'까지 진행됐다. 이후 이러한 운동은 김향기 주연의 영화 '영주'(차상덕 감독), 고아성 주연의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등을 향해서도 계속됐다.

최근 '영혼 보내기' 운동의 중심에 있는 영화는 현재 상영중인 '걸캅스'(정다원 감독)다. 라미란·이성경·최수영 주연의 '걸캅스'는 최근 여성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몰카범죄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여성 주인공들이 남성 범죄자를 통쾌하게 응징한다는 점에 대해서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 중심으로 '걸캅스'의 흥행을 응원하는 '영혼 보내기'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걸캅스'에 출연하는 배우 최수영은 인터뷰를 통해 "여성 관객들이 연대하고 함께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영화 '컬캅스' 스틸
하지만 이 같은 운동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영혼 보내기를 통해 누적된 관객수는 '진짜 관객수'가 아니라는 것. 관람하지 않고 더해진 관객수가 일종의 '관객수 조작'이라는 의견이다. 한 네티즌은 "좋은 영화라면 영혼 보내기 같은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 영혼 보내기는 영화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또 다른 네티즌은 관람 하지 않을 목적으로 좌석을 확보하는 건, 진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예매한 관객들의 좌석을 빼앗는 일종의 '방해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혼 보내기에 나선 관객들은 이같은 의견에 대해 전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남성이 중심이 되는 대형 스케일의 영화와 달리 여성 중심의 영화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충분한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이같은 현상이 곧 여성 영화의 투자와 배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평가를 조작하는 것이 아닌 여성 영화들이 남성 영화와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게 하기 위한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혼 보내기'를 통해 예매하는 좌석은 상대적으로 많은 관객들이 찾지 않는 조조와 심야 시간대에 확보되며 좌석 역시 일반 관객들이 기피하는 가장 앞좌석을 중심으로 예매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영화 '걸캅스' 스틸
영혼 보내기 운동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충무로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흥행이 어렵다"며 여성 주연의 영화를 기피하던 제작사들도 최근 여성이 중심이 되는 시나리오에 관심이 보이고 있는 것. 한 배급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남성 영화에 비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분위기가 예전보다 확실히 달라진 건 느껴진다. 여성 시나리오와 기획들이 늘어난 건 모든 영화 관계자들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 '미성년'(김윤석 감독)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염정아 역시 "몇년전까지만 해도 여배우가 출연할 작품과 캐릭터가 정말 없었다. 여배우들끼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런데 불과 몇 년만에 여성 캐릭터와 작품이 늘어난게 체감이 되더라"라며 "여성 영화를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관객들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