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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이슈] "칸 최초 스포일러 공지"…봉준호, 韓컴백 '기생충' 향한 애정(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5-20 23:03




[칸(프랑스)=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는 신작 '기생충'(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의 스포일러 공지를 담은 편지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올해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오는 21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10시 열리는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다. 특히 이번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는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기생충' 보다, 또 오는 28일 국내에서 진행되는 언론·배급 시사회 보다 먼저 공개되는 최초의 자리로 전 세계 취재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으로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가세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2000년 개봉한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해 '살인의 추억'(03) '괴물'(06) '마더'(09) '설국열차'(13) '옥자'(17) 등 매 작품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 이후 10년 만에 꺼낸 한국 컴백작이자, '옥자' 이후 두 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보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일찌감치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기생충'은 21일 공식 상영이 끝난 뒤 22일부터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통해 '기생충'에 대한 리뷰와 평론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부터 관전포인트, 인상적인 장면 등이 이번 '기생충' 리뷰에 담길 전망. 워낙 기대치가 큰 작품이기에 공개 직후 많은 리뷰가 대량 방출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런 리뷰를 기다리며 '기생충' 개봉을 관객도 있겠지만 스포일러를 걱정한 관객의 볼멘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는 것. 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이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았는데 '기생충' 역시 개봉을 앞두고 스포일러를 우려하는 관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 봉준호 감독이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개봉일보다 먼저 공개되는 칸영화제의 공식 상영을 앞둔 봉준호 감독은 오늘(20일)부터 칸에서 취재진과 바이어들을 비롯해 공식 사영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에 '기생충'의 정보가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이번 칸에서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서문을 게재해 스포일러 주의를 당부한 것. 이번 보도자료는 국내 취재진을 위한 한국어, 그리고 해외 취재진을 위한 영어, 프랑스어 버전으로 번역돼 배포된다.


칸에서 첫 공개된 이번 봉준호 감독의 서문에는 "요즘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찾던 영화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한다"며 "물론 '기생충'이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느 고교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극장 로비의 관객들이 좌절과 분노로(?) 치를 떨었던, 오래전 어느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여러분은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최우식·박소담)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칸영화제는 경쟁 부문 공식 상영작에 한에서 프랑스 내에서 개봉되지 않고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는 프리미엄을 적용한다. 이로 인해 국내 신작들 또한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면 국내 개봉일을 칸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로 미루는 등 철저하게 칸영화제 측과 약속을 지키는 중.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서의 첫 공개도 중요하지만 칸영화제 공개 직후 무엇보다 '기생충'을 손꼽아 기다렸을 국내 관객들을 위해 칸영화제 사상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일러 당부 서문을 작성했다. 칸영화제 역사상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의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를 지켜달라 공식적으로 부탁한 사례가 없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이례적으로 스포일러 주의를 당부하면서 칸영화제에 새로운 사례를 남겼다.

'기생충' 측 관계자는 "칸영화제에서는 이례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에 대한 당부를 적었다. 아마 지금까지 상영된 작품 중 스포일러를 언급한 감독은 봉준호 감독이 유일한 것 같다. 칸영화제 이후 국내에서도 '기생충'이 공개되는데 관객의 재미를 위한 봉준호 감독의 당부다. 국내 취재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취재진에게 모두 봉준호 감독의 서면이 번역돼 배포된다"며 "'기생충'이 국내에서는 오는 28일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다. 그때 배포될 국내 보도자료에도 봉준호 감독의 당부가 담긴 버전의 보도자료가 배포될 예정이다. 많은 이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14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칸에서 열리며 개막작으로 짐 자무쉬 감독의 '더 데드 돈트 다이'가, 마지막 상영작(올해부터 폐막작 대신 마지막 상영작으로 표기)은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 감독의 '더 스페셜스'가 선정됐다. 한국영화 진출작으로는 경쟁 부문에 '기생충',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악인전', 시네파운데이션(학생 경쟁) 부문에 '령희'(연제광 감독), 감독주간에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사전'(정다희 감독) 등이 칸영화제를 통해 소개된다.

<이하 봉준호 감독 서문>

부탁드립니다

요즘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찾던 영화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합니다.

물론 '기생충'이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어느 고교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극장 로비의 관객들이 좌절과 분노로(?) 치를 떨었던, 오래전 어느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화감독 봉준호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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