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1000회·90만 관객"…전유성→김대희→유민상이 돌아본 '개콘' 20년史(종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05-1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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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국 코미디의 자존심 '개그콘서트'가 역사적인 1000회를 맞이했다. 올해 9월 20주년을 앞둔 '개그콘서트'는 한국 방송 역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쿠킹스튜디오에서는 오는 19일 1000회를 맞이하는 KBS2 '개그콘서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는 원종재, 박형근 PD를 비롯해 개그맨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정명훈, 박영진까지 '개그콘서트' 역사의 산 증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개 코미디의 선두주자이자 한국 개그의 명맥을 이어온 '개그콘서트'는 1999년 7월 18일 파일럿 방송 '토요일밤의 열기' 이후 역사적인 1000회를 맞이했다. 역대 최장수 코너인 김병만의 '달인'은 무려 3년 11개월간 방송됐고, 그외 '집으로'와 '생활의발견'이 2년 2개월, '대화가 필요해'와 '뮤직토크'가 각각 2년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최다출연자는 총 797회의 김준호다. 그 뒤를 김대희(720회)와 정명훈(628회), 유민상(621회) 등이 따른다.

이날 전유성은 "200회 때 500회, 1000회 덕담을 헛소리라고 생각했다"면서 "내가 처음 만든 것처럼 언론에 나오는데, 후배들과 같이 만들면서 선배였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듣는 것 같다"며 멋적게 축하를 건넸다.


김미화는 "제겐 아이가 넷 있다. '개콘은 내 5번째 아이'다. 1000회 축하한다"며 웃었다. 이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나. '쓰리랑부부' 정말 사랑받았지만 5~6년 밖에 안했다. 모든 제작진과 후배님들이 힘을 합친 덕분"이라며 "기쁘게 엄마처럼 바라보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김미화는 "코미디가 사랑받지 못하던 시절에는 무대가 없었다. 신인 후배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좋은 무대를 만드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며 초창기를 회상했다.

김대희도 "내겐 동기 같은 존재다. 공채 14기로서 '개그콘서트'와 데뷔 때부터 함께 해왔다. 김미화 선배님이 36세일 때다. 올해 제가 46세다. 2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켰다. 이어 "1회 시작부터 함께 해온 말할 수 없는 1명(김준호)이 있다. 10회 쯤 됐을 때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우리 목표는 개콘 1000회'라며 웃던 시절이 있었다. 최다 출연 1위가 정작 그 꿈을 이뤄진 무대를 함께 하지 못하는게 아쉽다"면서도 "어제 만났는데, 방청석에도 얼씬하지 말라고 했다"고 좌중을 웃겼다.


유민상은 "제가 김준호 김대희 정명훈 다음 역대 출연 위다. 서태지가 음악과 결혼했다면, 전 개그콘서트와 결혼했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겠다"며 웃었다. 박영진은 "인생의 1/3을 함께 했다. 눈감는날 인생의 절반을 함께 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원종재 PD는 오는 19일로 다가온 '개그콘서트 1000회'에 "20년 동안 1500개 이상의 코너가 있었다. 전체 관객이 90만명에 달한다. '1000회'에 '와 이 이코너가 빠져야돼?' 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현재 코너도 보여드리는 게 맞다. 총 18개 코너, 레전드와 현재 방송을 섞어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시청률 부진에 대해 "태동기엔 신선하고 보지못한 형식의 코미디였다. 20년 지났다. 더이상 새롭지 않다. 과거에 너무 사랑받았기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친다"면서 "매주 하기 때문에 사실 시간에 쫓긴다. 과거에 못미치는 건 알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유성은 "초창기엔 대학로에서 검증된 코너를 TV로 가져와서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로에서의 검증 없이 방송에서 결정해서 재밌다고 하면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나태해지고 식상해지는 것"이라며 "현장에선 웃었는데, 방송국에선 '야 그거 재미없어 고쳐' 하니까 그만둔 좋은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시청자가 재미없으면 없어지고, 재미있으면 오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능 자막에 대해서도 전유성은 "지금은 예전보다 자막의 수준이 많이 높아지고 재미있어졌다"면서도 "여전히 바람직하지 않은 자막도 많다. 뻔히 다 아는데 '부끄부끄' 이런 거, 굳이 해야하나. 특히 공개 코미디에선 자막이 없는게 맞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봉선과 김미화 등은 "아이디어는 많은데 지상파에 녹이는 작업이 어렵다. 새 문화와 접목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과거보다 방송상의 제약이 너무 심해졌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원종재PD는 "과거 코미디는 가학성이나 외모 비하, 출연자 비하 등이 주류였다. 최근 개콘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요즘 못생긴 개그맨은 뽑지 않는다. 메리트가 없다"고 단언하며 "재미있자고 한 얘긴데 누구한테 아픔이나 상처가 된다면 해선 안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대희는 '영원한 2인자'라는 평에 "임팩트 없이도 1000회를 함께 해 영광스럽다. 임팩트 있어도 그 사람(김준호)는 이 자리에 없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전유성은 "숱한 PD가 바뀌었는데 나한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묻는 PD가 한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디어를 보태보겠다"고 서운함을 드러내는 한편 "공개 코미디 역사상 첫 '코너'는 최양락의 '네로 25시'"라고 역사를 전하기도 했다.

박형근 PD는 "코미디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게 공영방송의 책무"라며 "지상파 방송의 제한과 검열을 깨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결국 코미디의 본질은 '사람을 웃겨야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자들은 '개그콘서트' 1000회에 대해 "풍성하게 준비했다(유민상)", "2000회에도 뵙고 싶다(정명훈)", "후배들아 잘 버텨라(전유성)", "개콘의 재전성기 맞이하나 소리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신봉선)" 등의 덕담으로 이날 자리를 마무리했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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