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연기대상 보다 '국민엄마'"…김해숙, 46년차 '믿보배'의 자부심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4-15 13:3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기대상 무관, 아쉽지 않아요. 시청자 여러분이 붙여주신 '국민 엄마' 타이틀. 저에게는 그게 더 소중한 상이에요." 여전히 연기 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는 데뷔 46년차 배우 김해숙(63). 여전히 그녀의 연기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헛된 기대만 품고 살아온 끝에 사형수가 된 아들과 그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생애 처음 글을 배우는 까막눈 엄니의 애틋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게 될 놈'(강지은 감독, 밀짚모자영화사㈜ 제작). 극중 까막눈 엄니 순옥 역의 김해숙이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뛰어난 연기로 언제나 대중의 깊은 신뢰와 공감을 자아내는 46년차 배우 김해숙. '국민엄마'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자애로운 어머니를 대표하는 동시에 여전히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이번 영화에서는 섬마을 까막는 엄니 역을 맡아 투박하지만 헌신적인 어머니상을 선보이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중 한적한 섬마을에서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식당은 운영하며 기강(손호준)과 기순(남보라) 남매를 키운 순옥은 빠듯한 사림에 아들의 사고를 묵묵히 수습하며 모진 세월을 견뎌온 인물.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순옥은 집 나간 아들 기강이 대형 사고를 치고 사형수가 되자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생애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영화 '크게 될 놈' 스틸
이날 인터뷰에서 김해숙은 '크게 될 놈'에 대해 "굉장히 작은 영화이고 너무나 흔한 소재일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어머니가 글씨를 배워서 삐뚤빼뚤하게 쓴 그 편지가 가슴에 확 꽂혔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그리고 저도 그렇고 제 주위도 그렇고 모두 굉장히 바쁘게 살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나. 그리고 요새 영화도 가족을 소재로 하는 게 많지 않더라. 모든 인간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이 시점에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이지만 작지만 아름다운 가족 영화가 나오는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흥행과 상관없이 힐링이 되는 포인트가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극중 순옥이 아들을 면회 갈때마다 입는 새하얀 한복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한복이 바로 엄마의 마음인 거다. 그 한복이 보통 한복도 아니고 아주 깨끗한 옛날 한복이다. 아들에 대한 그 사랑이 한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은 끝에 한복을 입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복에 순옥의 모든 마음이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상징적인 옷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아들에 비해 다소 차별을 받는 듯 비춰지기도 하는 딸 기순(남보라). '남아선호사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 김해숙은 "이 나이가 되니까 알겠는데, 원래 모자란 자식에게 더 정이 가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형'이라는 영화에서는 신하균 씨가 언챙이로 나왔고 원빈은 뭐든 잘하는 아들이었다. 그래서 조금 모자란 신하균 아들을 챙겨줬던 거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기강을 아들이라서 챙겨줬다는게 아니라 늘 바르게 뭐든지 잘 하는 딸 보다는 늘 모자라는 아들에게 신경이 쓰였던 것 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배우 김해숙에게도 '크게 될 놈'의 촬영은 쉽지 않았다. 2017년 방송된 KBS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촬영과 동시에 '크게 될 될 놈' 촬영. 김해숙은 "'아버지가 이상해' 시작할 때 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깁스를 한 채로 영화를 찍었는데, 무리를 해서 인대가 좀 찢어졌었다.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니 동작을 많이 할 수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전라도 순천의 화포마을에서 촬영한 '크게 될 놈'. 먼 로케이션 거리도 김해숙에게는 강행군이었다. "영화 '아가씨'를 할 때 소록도를 가면서 그곳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먼 곳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멀리가더라. 오고가는 것도 힘들고 몸도 안좋고 깁스는 했고 영화를 찍으면서 두 번이나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극중에서도 우는 장면이 많았던 김해숙. 그는 "저도 우는 연기를 참 많이 한다. 세월이 흐르는게 아쉽긴 하지만 좋을 때도 있다. 울음이 똑같은 울음이 없다는 걸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파서 우는 울음과 그렇지 않은 울음 등 여러 울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번 울기만 하는 것보다는 가장 깊은 울음이 뭘까 고민했다"며 "사람이 슬프다고 단순하게 우는 것 보다는 울음이 다 다르니까 순옥에 이입이 돼서 매번 다르게 울려고 했다. 교도소 접견신에서는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눈물이 났다. 심근경색 걸린 것처럼 속 안에서부터 아파오더라"고 말했다.
모자로 호흡을 맞춘 손호준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응답하라 1994' 때부터 눈에 띄었던 친구다. 얼굴도 잘생겼고 얼굴도 잘하더라"고 입을 연 김해숙은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다. 접대용 멘트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더라. 눈 여겨봤던 배우라서 그런지 더 다르더라. 이번 작품을 통해 손호준 씨는 확실히 본인의 변신, 다른 면을 보여준 것 같다. 성격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 제가 야단은 안쳤고 칭찬은 해줬다. 아들 역인데도 극중에서 많이 만날 수가 없었다. 구치소에서 절규하는 신을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 그래서 칭찬을 해준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크게 될 놈'에 이어서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도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 그는 "두 작품 속 엄마가 전혀 다르다. 드라마는 딸 셋과 엄마의 이야기인데,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다"며 "사실 '크게 될 놈'의 엄마는 상징적인 엄마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조금 새로운 엄마의 모습이 나온 것 같다. 첫회부터 소리지르고 화내고 장난 아니지 않나. 원래 모녀가 그런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속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정말 현실적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스틸
특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속 극중 유선에게서 자신의 과거 모습, 자신의 모습에게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는 김해숙. 그는 "딸들 입장에서는 늘 언제나 엄마가 내 곁에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고 내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지금 제가 엄마의 나이가 되니까 '아 그때 내가 그랬을 때 우리 엄마가 이런 마음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지금은 '내가 그 때 왜 엄마한테 그랬지?'라며 과거 순간이 떠오른다"며 "세상에 효자 효녀는 없는 것 같다. 저 또한 효녀는 아니었다. 다시 태어난 다면 진짜 엄마한테 잘할 것 같은데..아마 모든 자식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매번 드라마에서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고 높은 시청률로 성공을 이끄는 김해숙. 하지만 단 한번도 연기대상을 받아 본적이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언젠가부터 상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게 됐다"고 입을 연 김해숙은 "저는 연기대상 한번도 못타봤다. 당연히 예전에는 속도 상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힘을 얻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해보면, 연기대상 시즌만 되면 네티즌 분들이 늘 저를 응원해주시더라. 그리고 왜 제가 상을 못받았냐며 대신 속상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그게 저의 힘있다. 그분들의 응원이 제 상이다. 그리고 시청자분들이 저에게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까지 주시지 않았냐. 이미 그게 저에겐 큰 상이다"며 미소 지었다.
'국민 엄마' 타이틀이 큰 상이라는 김해숙. 그는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묻자 "처음에는 영광스럽고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나는 집에서 좋은 엄마가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들어줘도 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저의 연기하는 엄마의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점 엄마 역의 햇수가 늘고 많아질수록 두렵기도 하다는 그는 "너무나 많은 엄마를 연기하지 않았냐. 저는 항상 세상의 모든 엄마의 모습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 배우로서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며 "이 세상의 모든 모정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은데 전작과 비슷하면 어쩌나 딜레마에 빠질때도 있고 두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안주하지 않으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엄마에만 국한되서 연기하는게 아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다양한 역할을 해본 것 같다. 미니시리즈에서는 완전 변신했고 영화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서 배우로서는 복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제가 가장 행복할 때는 엄마 역을 할 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꾸러기'라는 작품에서 처음 엄마 역을 했다. 30대 초반이었다. 사실 예전에는 결혼하면 바로 사장이 되거나 엄마 이모 역으로 바로 빠져야 했다"며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엄마 역이 제겐 다 소중하다. 사형수의 엄마, 소매치기의 엄마, 딸하고 싸우는 엄마 등 사실 이 모든 역이 다 '모성'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돈을 던지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엄마라면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벌써 데뷔 46년차인 배우 김해숙. 그는 "이 나이때 가장 행복할때가 가 뭔지 생각해보면 연기를 할 때다. 아직도 연기를 하면 행복하다.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 만날 때 흥분이 된다. 그리고 맛있는 것 먹을 때가 행복하다. 저는 연기할 때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다시 태어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저는 아직도 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너무 많다. 아직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고 찾아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로 받은 모든 사랑을 보답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에서 조연출을 맡고 '크게 될 놈'은 '도마뱀'(2006)을 연출한 강지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해숙, 손호준, 남보라, 박원상, 백봉기 등이 출연한다. 오는 18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준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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