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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투약 인정" 로버트 할리, 23년차 귀화 외국인의 씁쓸한 민낯(종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04-09 15:23


고개 숙인 로버트 할리.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산말 하는 외국인' 로버트 할리(61·하일)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언제나 넘쳐흘렀던 유쾌한 에너지만큼이나 그 그림자는 어두웠다.

로버트 할리가 '명예' 아닌 진짜 한국인이 된 지도 23년이 흘렀다. 로버트 할리는 영도 하씨의 개조(開祖)다. 그가 1997년 귀화, '하일'이란 이름을 지으면서 새로운 본관의 하씨가 생겼다. 그와 그의 세 자식까지 단 4명 뿐이다.

하지만 영도 하씨는 창씨 23년만에 크나큰 위기를 맞이했다. '개조'인 로버트 할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것. 로버트 할리는 당초 인터넷 마약(필로폰) 구입은 인정하되 투약은 부인했다. 하지만 9일 경찰의 간이 시약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확인됨에 따라 "3월에 구매한 마약을 지난 주에 투약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은 로버트 할리의 모발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로 보내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그의 필로폰 구매량과 상습 투약 여부, 공범 유무에 대해 보강 조사를 벌인 뒤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브리검영대학교(BYU)의 한국학 권위자 마크 피터슨 명예교수(73)는 로버트 할리가 남의 죄(마약)를 뒤집어썼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피터슨 교수는 "경찰이 증거 없이 로버트의 유죄를 확신하며 마약 투약 진술을 강요했다. 마약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그걸 침대 밑에 두는게 말이 안된다. (마약을 한 사람이)그의 아들일 수도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피터슨 교수의 주장이 경찰의 수사 방향을 바꿔놓을지도 관심거리다.

로버트 할리는 올해로 한국에 정착한 지 31년이 된 국제 변호사 겸 법학박사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앞세워 1996년 방송연예대상에서 외국인 방송인상을 수상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후반에는 광고 카피 '한뚝배기 하실레예?'까지 히트하며 젊은 세대에도 인지도를 높였다. 샘 오취리, 샘 해밍턴 등 외국계 방송인의 대선배이면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방송인이었다. 한국 이름 하일 외에 "모두들 이미 익숙해진 내 이름"이라며 로버트 할리로 불려도 개의치않았다.

하지만 31년간 추문없이 쌓아올린 로버트 할리의 공든탑은 단 한번의 마약 파문에 무너졌다. 연예인의 마약 범죄는 최근 버닝썬 게이트로 민감해진 여론에는 최악의 범죄 중 하나다.


이미 '해피투게더4' '얼마예요' '아찔한 사돈연습' '펫츠고 댕댕트립' 등은 로버트 할리 출연분의 통편집 또는 다시보기 삭제를 마쳤다. 방송을 하루 앞둔 '라디오스타'도 사실상 통편집을 약속했다. 로버트 할리가 사실상 방송계 퇴출 수순을 밟음에 따라, 함께 방송에 출연해온 아내 명현숙, '디카프리오 닮은꼴' 아들 하재익 역시 차후 활동이 어려워보인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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