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섬세함, 위트, 유머…, 첫 연출작 '미성년'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모두 끄집어낸 김윤석(51). 31년차 베테랑 배우가 아닌 막 첫발을 내딛은 신인 감독의 비범한 데뷔가 놀랍다.
물론 '미성년'은 충무로 최고의 배우 김윤석의 뛰어난 연기도 빛나는 작품이다. 그동안 묵직하고 강렬한 선굵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우유부단하면서도 무책임한, 비겁하고 옹졸하기까지 한 주인공 대원 역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려하기는커녕 도망치기만 하는 대원의 모습은 지질하다 못해 이상한 웃음까지 자아낸다.
|
'미성년'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났던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제가 원래 짬짬히 대학로 연극 공연을 본다. 동료들도 아직도 연극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러던 중 2014년 12월에 소극장에서 젊은 연극인들이 보여서 창작극 페스티벌을 봤다. 굉장히 좋은 발표회다. 외국 희곡이 아닌 창작극을 발표하는 거니까. 정식 공연은 아니었다. 일반 대중을 볼 수 없고 관계자들 앞에서 시연하는 식의 발표회였는데 그때 선보였던 작품 중 하나가 '미성년'이었다. 그 작품에서 굉장히 독특한 시선이 느껴지더라"고 전했다.
"그때 이후 영화로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입을 연 김윤석. 그는 "감독님들께 여쭤보니 하나의 작품이 영화화 되기까지 가장 길게 걸리는 시간이 3년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5년이 걸렸다. 해보니까 쉬운일이 아니더라"며 웃었다.
|
평소 배우로서 출연한 작품에서는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주로 선보였던 김윤석. 하지만 감독 김윤석이 선보인 '미성년'은 인물의 감성을 따라 진행되는 드라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제가 연기했더 캐릭터는 너무 달랐다"며 웃었다. 이어 "이 영화에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표현됐다. 저는 원래 드라마와 연기로 흘러가는 작품을 좋아한다. 정말 오래갈 수 있는 테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왕이나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의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야 말로 오래 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들이야 말로 몇번을 꺼내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또한 김 감독은 "제가 이 작품을 만들 때 가장 동력이 됐던 모습이 있다. 죄를 지은 어떤 사람은 코를 골며 자고 죄를 짓지 은 어떤 사람은 가슴에 멍이 들도록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세우면서 이성과 자존감을 지키지는 모습. 저는 우리 영화를 통해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그리고 싶은 가장 큰 그림이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원을 제외한 네 등장인물을 표정을 담아내는게 가장 중요했다. 영화가 클로즈업 장면을 굉장히 많이 쓰는데 그런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가가야 했다"고 강조했다.
극중 남자 주인공 대원 역을 직접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원래 제가 아닌 다른 배우에게 대원 역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소위 '빠꾸'를 많이 맞았다. 야멸찬 거절이 아니라 '아 이 역할은...'라며 거절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보니 누군가에게 드리긴 애매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대원의 모습은 거의 '뒷모습'이다. 영화 속 대원은 거의 뒷모습, 옆모습, 포커스가 아웃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나. 그런데 주연배우 타이틀롤로 이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그런 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내가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원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저는 대원이 익명성이 띄길 바랐다. 고유명사가 아니라 우리의 약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여주는 익명성을 띈 인물. 그래서 이름도 '대원'이다. 사전적 의미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
극을 이끌어가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인 고등학생 주리(김혜준)과 윤아(박세진) 역을 유명한 배우들이 아닌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신인 배우들에게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리와 윤아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물론 연기를 너무 잘하고 뛰어난 젊은 배우들도 계시지만 그 분들은 이미 대학에 진학하셨다는 기사도 났고, 그분들이 학생연기를 맡으면 '또 학생역이야?'라는 선입견의 시선도 받으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보자마자 학생 느낌이 나는 신인 배우들을 쓰고 싶었다. 혜준씨와 세진씨 모두 연극영화과 학생이지만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 앞서 먼저 연출에 도전했던 하정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김윤석 감독. 그는 "정우씨가 '형 감독으로서 모니터 앞에 있으니까 더 많이 보이는게 있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출을 해보니 정말 그렇더라. 계속 모니터 안에 있는 배우로 살다가 모니터를 통해 배우를 보니까 굉장히 다른게 보이더라. 그래서 배우로서도 우리 '미성년' 배우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
한편, '미성년'은 김윤석이 메가폰을 들었으며 김윤석,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4월 11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쇼박스
무료로 보는 명품 커플 궁합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