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왜그래 풍상씨'를 마친 배우 전혜빈(37)을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 팀과 함께 다녀온 포상휴가를 떠올리며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사랑받으면서 끝나서 저희도 진짜 보내기가 싫은 마음이었다. 스태프들은 또 포상휴가에 가서 긴장이 풀리니 아픈 사람들이 많았는데 링거를 맞으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술을 마시고 있더라. 다들 너무 애정을 가지고 드라마를 마쳐서 그런가 보다. 이걸 보고 느끼는 게 '다들 이렇게 헤어지기 싫어하는구나' 싶었다. 보통은 포상휴가를 간다고 해도 누군가는 빠지거나 따로 놀러가지 않나. 그런데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감독님도 다들 마음이 같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끈끈함은 '왜그래 풍상씨' 팀의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가족 느낌의 '원팀'이었다. 다섯 명의 호흡은. 드라마 찍는 동안 오남매는 진짜로 가족이 됐다. 간분실(신동미) 언니도 정말 진짜 가족처럼 지냈기 때문에 이 팀이랑 헤어진다는 것은 뭔가 가족과 헤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그래서 저희는 자주 보면서 준상 오빠 공연도 보러 가고, 시영언니가 하는 가게에 가서 회식도 하기로 했다. 비단 가족으로 나와서 만이 아니었다. 저희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캐릭터에 깊게 닿았던 거 같다. 끝까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고 끝나는 배우들도 있는데 작가님, 감독님 덕분에 대본리딩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슴 깊게 이해했고 진짜로 가족이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
매회 대본리딩을 할 정도로 문영남 작가는 자신이 쓴 대본과 배우의 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모두 '나머지 공부'를 할 정도라고. 특히 이풍상 역의 유준상은 문영남 작가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니, 전혜빈의 대본 연습 경험기도 궁금해졌다. "저희는 처음에 다 긴장할 수 밖에 없던 것이 (작가님이)대본 리딩을 하고 나머지 공부를 시키신다. 중요한 신이 있는 배우들을 남겨두고 봐주신다. 중간 중간 대사가 마음에 안드시면 본인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신다. '이렇게 해'하면서 보이시는데 기가 막힌다. 누가 봐도 그게 정답이다. 어린 애부터 누구 할 거 없이 선생님한테 다 혼난다. 원하는 컬러가 확실한 분이다. 그러다 보니 잘하려고 노력하고 준비해가고 연습해가게 되더라."
이어 전혜빈은 "작가님이 조금 여자들에게 관대하셨다. 꼼꼼하게 잘 준비해가니까. 준상 오빠는 또 저희 드라마의 가장 큰 인물이다 보니까 더 집중 관리를 해주셨다. 저희(전혜빈, 이시영)도 나머지공부를 했다. 저한테 주문하신 것은 '다른애들은 불같이 뛰어도 너는 이성적이어야해. 할말만 하고 폭격하고, 네가 하는 말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감정도 함부로 보여주지 마'라고 하셨다. 또 '피도 눈물도 없이 바늘구멍도 안 들어가는 사람으로 보였다가 오빠랑 만나는 신에서는 무너지는, 그런 것들이 훨씬 더 너를 이해시키기 좋은 방법이니, 너도 처음에 그렇게 하면 처음에 그렇게 잡고 가야지 신들을 연기할 때 네가 알 거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전혜빈은 또 "처음에는 워낙 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하다 보니 뭔지 알겠더라. 왜 정상이를 이렇게 쓰셨고, 왜 풍상은 정상이의 상장으로 집을 도배 해놓았는지. 집에 정상이의 졸업사진만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화상이는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극명히 드러나는 거다. 처음엔 너무 훌륭한 작가님이라고만 생각한 것이 존경심과 예술가라고 느껴지는 이유가 장치들이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던 거다. 신을 연기하면서 노양심 엄마한테 오빠랑 같이 하는 대사들을 보면서 작가 선생님이 정상이로 살아보셨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아픔을 글로 쓰실 수있지 싶을 정도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게 느꼈다. 많은 인물들을 그렇게 이해하고 계셨다"고 밝히며 문영남 작가의 필력을 극찬했다.
다양한 캐릭터들 중 전혜빈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만들었던 '아픈 손가락'은 누구였을까. 전혜빈은 "사실 누구 하나 안 아픈 손가락은 없었다. 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아픔이 있기 때문에 화상이 진상이라고 욕은 먹어도 아픈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 끝날 때까지 설명이 안되면 악역처럼 남겨지는 거다. 그건 엄마가 다 거둬가는 걸로 마무리가 됐다. 그리고 이보희 선생님도 노양심 역을 하시면서 욕은 먹었지만 가슴 깊이 연기하면서 이해하셨다. 엄마가 용서 받으면 안된다고 본인이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면서 용서 안 받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전혜빈은 현장에서 '빈스트라다무스'로 불렸다. 예상 시청률을 정확히 맞추며 놀라운 적중률을 자랑했기 때문. 그는 ""대본을 보고 '이거는 안되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황후의 품격'이 너무 잘 되고 있었고, MBC도 이유리 엄지원 언니의 '봄이 오나 봄'이 너무 재미있는 거다. 중간에 축구도 있고 정상회담도 있는데 왜인지 저희 드라마가 1등을 할 거 같았다. 제가 한번 방송 초기에 예언을 한 번 했다. 시청률 공약도 어떻게 할 건지 예측한 것이 있는데 요즘엔 드라마가 10%를 넘는 게 쉽지가 않다. 저희 드라마가 너무 빨리 좋게 나와서 13% 시청률이 나왔을 때는 '20%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20%가 됐다. 그래서 PD님이 오셔서 '빈스트라다무스'라고 하시면서 '오늘의 시청률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의 어떤 면을 보고 대박을 예상했던 걸까. "너무 캐릭터들이 우리 주변의 인물 같았다. 우리 가족 중 한 명이거나 우리 이모나, 우리 가족 중 무조건 있을 수 밖에 없는 캐릭터가 있었다. 극중 캐릭터는 극대화됐을 뿐이지 비슷한 사람들이 꼭 있다. 우리 아빠 같고 동생들 같은 것들이 꼭 있었다. 문영남 작가님과 진형욱 감독님인데 캐스팅도 훌륭했다. 안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저희가 NG가 안 나는 거다. 마치 연극을 하듯이 너무 훌륭했다. 서로 긴장하고 연습 달달 외우고 연습량이 많은 상황이었다 .작가 선생님이 리딩을 원하셔서 저희도 또 배우게 되고 숙지하게 되니까 더더욱 다른 드라마에 비해 연습량이 많았다. 연기로는 솔직히 다른 배우들도 훌륭하지만 저희는 디테일한 것들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내가 연기가 아쉬우면 일부러 NG내서 또 하고 그랬다."
|
이어 "인생신도 생겼다. 풍상오빠가 저를 시집보낼 때. 저 그때 연기하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울음 참는 게 힘들어서 그렇게 연기를 해본 게 거의 손에 꼽는다. 저는 너무 이미 정상이었고 오빠는 풍상이었어서 그 순간에 우리가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대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이미 나눴다. 저는 그 고생을 알고, 또 오빠도 우리 동생 시집 보내는 마음이었다. 오빠랑 눈도 못 마주치는 신은 오빠가 간암인걸 알고 돌아서 간다고해던 신들도 대본을 보는데 연습을 못하겠더라. 오빠랑 같이 간암인걸 알고 '오빠 여행가고 싶다고 했지 까짓거 내가 쏠게'그렇게 죽기 전에 소원을 다 들어주고 싶어서 대화하는 신이 있는데 그것도 계속 딴 생각을 하면서 연기할 정도였다. 안 그러면 그게 서로 (눈물이)터지는 거다. 그 신에서는 오빠도 그냥 웃으며 연기해야 하는 신이었는데, 오빠도 울 것 같았는지 내 눈을 못 마주치고 연기했다. 그런 모습들이 진짜 제가 우리 아빠를, 내 가족을, 또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의 가족을, 서로가 서로를 우리의 관계가 가족이란 것이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엄마한테 독설하는 장면도 그렇다. 진짜 슬펐다. 스태프들도 우리 배우들이 감정신에서 NG가 아난ㅆ다. 큐하면 바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감정신에서 엔지가 안나니까 스태프들도 조명팀 중에 한 친구가 드라마를 두 작품 정도 같이 했다. 정상이 왔다고 긴장하라고 쟤 감정신 있을 때 엔지나면 안된다고 긴장하고 찍었다더라. 한명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힘이 합쳐져서 드라마가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왜그래 풍상씨'의 성공 비결에 대해 밝혔다.
'왜그래 풍상씨'는 14일 39회와 4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지막회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외상(이창엽)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마지막까지 속을 썩혔던 이진상(오지호)이 중고차 딜러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등 이풍상(유준상)의 인생에도 해 뜰 날이 찾아왔다. 여기에 간을 주겠다고 한 뒤 도망친 엄마 노양심(이보희)의 비참한 결말도 권선징악 엔딩에 힘을 실었다. 최종회는 전국기준 20.5%와 22.8%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지난 방송분(20.4%)이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을 넘은 수치이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lunamoo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명품 사주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