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④] 유준상 "벌써 반백살..마음의 열정은 그대로다"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3-23 09:30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왜그래 풍상씨'를 마친 배우 유준상(51)을 만났다.

유준상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뮤지컬을 먼저 시작했고, 1995년에는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매체 연기에 도전했다. SBS '까치네'(1995), SBS '남자 대탐험'(1996), SBS '연어가 돌아올 때'(1996), KBS2 '웨딩드레스'(1997), KBS2 '사랑해서 미안해'(1998), SBS '백야3.98'(1998), KBS2 '희망 여관'(1998), KBS2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1999), MBC '마지막 전쟁'(1999), MBC '안녕 내사랑'(1999), KBS2 '태양은 가득히'(2000) KBS2 '인생은 아름다워'(2001), MBC '어사 박문수'(2001), SBS '토지'(2004) MBC '영재의 전성시대'(2005)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2007),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SBS '풍문으로 들었소'(2015) 등에서 열연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도 활발한 활약을 보여줬다. '북촌방향'(2011) '꿈보다 해몽'(2015),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의 홍상수 감독 영화를 통해 예술 세계를 보여줬고, '전설의 주먹'(2013),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 '신과함께 죄와 벌'(2017)을 통해 대중성도 챙겼다. 또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2016)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도 영화 연출작을 만들어내며 꾸준히 출품 중이다. 유준상은 이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4회에 걸쳐 '청룡영화상' MC를 맡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다. 유준상은 뮤지컬 '그리스'(1998)와 '삼총사'(2010, 2011, 2013, 2018), '잭더리퍼'(2010, 2011, 2012), '그날들'(2013, 2014, 2016, 2018, 2019), '프랑켄슈타인'(2014, 2015) 등에 출연하는 뮤지컬의 '간판배우'기도 하다.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문영남 극본, 진형욱 연출)에서 유준상은 동생바보로 살아왔던 중년 남자 이풍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생들인 이진상(오지호), 이화상(이시영), 이정상(전혜빈), 이외상(이창엽)과 '속 터지는'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고, 아내인 간분실(신동미)과는 현실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특히 극 말미 간암에 걸린 이풍상의 '간이식' 이야기가 화면을 채우며 분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기도 했다.

유준상은 '왜그래 풍상씨'를 찍으며 '그날들'의 공연을 동시에 준비했다. 유준상은 "이번에 이걸(왜그래 풍상씨) 하기 위해서 '그날들'이 2월21일에 시작 됐는데 저는 3월 30일에 공연을 시작 한다. 연습은 따로 혼자서 했었다. 원래 작년연말에 공연이랑 콘서트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초반에 콘서트도 하고 공연도 하고 일정이 바빴다. 그때 딱 끝내고 촬영을 했다. 일부러 몰입할 시간을 만들었다. 풍상이를 연기할 때면 등이 좀 굽어진다. 이런걸(평상복) 입으면 어깨가 펴지는데 손톱을 칠하는 순간 어깨가 작아진다. 오랜만에 '그날들'을 연습하러 갔는데 동미한테 '나 오랜만에 등 펴고 연기했다'고 했다. 윤지성이란 친구랑 같이 연기를 한다. 지성이랑 남우현이 저랑 극중 친구다. 미안하더라. 온주완과 오종혁은 30대 넘어서 미안하지 않는데 우현이랑 지성이는 20대 후반이니까. 연기를 하다 보면 얘네들(윤지성, 남우현)이 '야'라고 하면서 때린다"고 일화를 들려줬다. 그러며 "오랜만에 등 펴고 연기하니까 공기가 다르더라. 그러고 또 다시 풍상이로 돌아왔다"고 연기의 차이를 언급했다.

이어 유준상은 "'그날들' 무대에 오르면 정학이가 되는 거고 '풍상씨'로 오면 다시 풍상이가 된다. 옷만 입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손톱을 하고 머리를 일부러 만져서 띄웠다. 제 코디가 원래 따로 있는데 이번에는 KBS 의상팀에서 같이 하겠다고 했다. KBS 의상팀에서 얘기할 때 되도록이면 같은 옷을 끝까지 입고 싶다고 해서 같은 옷을 두벌 준비해서 끝까지 입었다. 나중에 분실이가 옷을 선물해준 다음에는 그 옷만 입었다. 실제로 저는 제가 편하게 입은 옷은 두 벌씩 준비 해둔다. 안에 입는 티를 두개씩 사놔서 남들 보면 맨날 똑같은 옷 같은데 갈아입고 오는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준상은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오빠고 누군가에게는 국민 남편이었다. 그러나 '풍상씨'를 통해서는 이제 '국민 맏형'이 됐다. 유준상은 "나이에 맞게 연기하는 것이 당연한 거다. 점점 연기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최근 공연을 보면서 유명한 60대 배우의 연기를 봤는데 '와 저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느낀 게 많았다.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고, 롤모델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준상에게 '풍상씨'는 성공적 결과를 만들어줬을까. "비행기를 타고 오고 가면서 그걸 계속 생각하게 됐고, 무대에서 봤던 배우의 순간순간을 생각하게 되며 신에서도 다시 한 번씩 생각하게 됐다. 또 그동안 제가 못봤던 얼굴들을 풍상이를 통해 만난 거 같다. 좋은 감독님을 만나면 느끼는 것인데 '내가 없던 얼굴을 만들어줬네'하는 마음이 생긴다. 나한테 한 번도 없던 모습을 감독님이 만들어 준 거다. 동강에 앉아서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저기서 저때 저런 모습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당시에는 춥고 배고프긴 했지만, 간암이라 아픔이 절정이 됐을 때는 밥을 안 먹고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 화면으로 전달이 되는데, 내가 평소에 잘 먹고 있으면 아무리 분장을 하더라도 '잘 먹는 얼굴'이라고들 하지 않겠나. 그래서 안 먹고 버틸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굴 어떡하냐' '안됐다'고 하면 오히려 칭찬 받는 것 같고 힘이 났다. 기분도 좋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굴이 왜 그러냐. 아픈 거 아니냐. 얼굴 상한 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다들 밥을 먹으러 갈 때 저만 남아있으니 동미 오면 '뭐 먹었니'라고 물어보고 메뉴를 듣고는 '좋겠다'고도 했었다"고 말했다.


또 유준상은 "워낙에 제가 몸 관리를 하는 상태에서 또 줄여야 하니까 좀 힘들었다. 지금도 사실은 많이는 안 먹는다 공연도 해야 하고 제 나이에 금방 살이 찐다.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만들어둔 게 아까워서 먹지를 못한다. '전설의 주먹', '벤허'를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 작품들은 49세 때 했던 거고 지금은 반백을 넘어가는 상황이라 몸을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철저한 자기관리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유준상은 나이와 세월에 상관 없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유준상도 나이에 대해 실감을 한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그걸 생각 안하는 것이 거짓말 같다. 진형욱 감독님이 '저희는 이제 한 살이니까 새로운 한 살을 맞이하자'고 했었다.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살이 된 거다. 새로운 한 살이란 의미도 좋은 거 같다. 또 대신에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이 빠르다. '이거는 안돼' '이거는 이미 무릎이 아프잖아' 한다. 또 요즘에 잠을 못 잔다. 할게 많아서 그런지 잠을 못 잔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에너지를 쏟으니까 잠을 잤는데 지금은 에너지를 안 써서 그런가 싶다. 공연하면 잠이 오려나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의 열정만은 그대로다. "마음의 열정만은 그대로다. 그러나 그런 정신을 해이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제 스스로 상당히 서로 많은 얘기를 한다. 그래서 일기도 쓰는 거고 공연도 보려 다니는 거다 뮤지컬을 하는 것도 음악을 하는 것도 다 연기를 위해 한다.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는 '뮤지컬도 하시네요'라는 말은 안 듣는다. 뮤지컬은 그때만 해도 왜 뮤지컬을 하느냐고 했었다. 연기를 하는 장르로 인정을 안 해줬다. 학교에서도 연극을해야지 뮤지컬을 하느냐고 했다. 2000년이 넘어오면서 공연도 활발히 되며 뮤지컬로도 연극 이상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때 뮤지컬을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레슨도 받고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계속 공연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 또한 유준상을 움직이는 힘. 음악 영화를 연출하며 꿈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음악을 하는 것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은 저의 꿈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음악영화만 만드는데 그게 제 꿈이다. 첫 작품은 제천 국제 영화제에서 틀었고 두 번째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내놓은 상태다. 세 번째도 편집 중이다. 영화 연출 전공이기 때문에 대학교 전공을 내 스스로 생각해보고 '내가 찍는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거다. 김소진 배우와 세 번째 작품 '스프링 송'을 같이 찍었는데 잘 찍었다. 제가 만든 음악이 들어가는 거니까 의미도 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저를 움직인다. 저는 제가 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안 쉬는 것 같다."

꾸준한 노력이다. 유준상은 "음악영화도 만들고 따로 제 앨범도 만들고 콘서트도 하고 하는데 그런 것들을 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에는 건강이다. 꾸준히 하기 위해 레슨도 받고 소리훈련도 해야 한다. 레슨을 안 받으면 소리의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제가 풍상이를 할 때는 '왜들 그러냐!'하고 목에서 나온 소리를 해야 하니까 그 정도 받쳐주지 않으면 목이 그냥 간다. 공연할 때는 다른 길로 소리를 낸다. 그렇게 내는 거랑 풍상이는 다르다. 소리의 길이 다르다. 그런 길이 다른 것을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다. 그걸 배웠기 때문에 아는 거다. 저는 후배들에게도 배운다. 후배들한테도 공연하면서 배우는 거고, 선생님도 워낙에 저를 잘 가르치기 때문에 '유준상 씨 그건 아니다'고 해준다. 좋은 소리가 나는 길들을 찾게 되고 자주 가는 이비인후과 원장님한테 수시로 전화를 한다. 목이 아파서 전화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길을 썼는데 맞나 틀리나' 자문을 듣는 거다. 소리가 이렇게 빠지는데 맞냐고 틀리냐고. 의사 선생님이 저보다 한살 동생인데 그렇게 깍듯하게 한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이비인후과부터 소리에 관련된 레슨 선생님까지 함께하는 거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유준상이 노력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다. "노력하지 않는 거? 안되면 바로 포기한다. 관심을 두는 게 얼마나 많겠나. 그림은 조금씩 그리고 있다. 항상 20년 이상 했던 거는 계속 하는 거다. 피아노 연습이나 드럼도 연습한다. 요리는 애초에 접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혼자 훈련해보는 거다. 아내는 이해해주니까 아직까지 사는 거다. 같이 하는 취미는 없지만, 그냥 서로가 사는걸 지켜봐 준다. 그걸 일단 은 서로 하는 취미를 '왜 하느냐'고 하면 문제가 된다. '왜 하느냐'가 아니라 그냥 인정해주는 거다. 아마 제가 하는 게 탐탁지 않을 거다. 탐탁지 않아도 인정해주는 거다. 신동미랑 제가 실제 부부 같다고 하는 것도 방송에 나오는 부부들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을 부부들은 안다. 근데 저랑 동미는 살가운 게 없다. '어 그래'하다가 정말 결정적 순간에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그런 순간들이 진짜 부부같다고 하는 게 본인이 느꼈던 공감대나 그런 게 있다. 그런 걸 보신 거 같다."

유준상의 다음 계획은 쉴 틈이 없다. "6월에는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5월부터 녹음에 들어간다. 민영기 김법래 유준상, 반백 아이돌이라고 얘기 해주신다 평균연령 48세가 됐다. 엄유민법이다. 또 일본 공연 갔다가 한국 공연을 하고 앨범 준비도 한다. 개인적으로 따로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연말에도 새로운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그러고 나면 (드라마)작가님을 또 기다려야 한다. '풍상씨'가 방금 끝났다. 하하."

'왜그래 풍상씨'는 14일 39회와 4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지막회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외상(이창엽)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마지막까지 속을 썩혔던 이진상(오지호)이 중고차 딜러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등 이풍상(유준상)의 인생에도 해 뜰 날이 찾아왔다. 여기에 간을 주겠다고 한 뒤 도망친 엄마 노양심(이보희)의 비참한 결말도 권선징악 엔딩에 힘을 실었다. 최종회는 전국기준 20.5%와 22.8%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지난 방송분(20.4%)이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을 넘은 수치이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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