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돈 쉽지만, 사람 어려워"…'명품 배우' 조우진의 '명품 소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08 12:0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돈은 쉬운데 사람은 어렵더라고요."

범죄 영화 '돈'(박누리 감독,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 제작)으로 돌아온, 충무로의 대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조우진(40). '돈'에서 불법적인 거래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 한지철을 연기한 그가 돈과 연기, 인생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소신을 밝혔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 7조원이 오가는 곳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움직이는 '돈의 메카'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범죄극 다룬 '돈'.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돈'은 열심히 일해 버는 돈이 아닌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상식이 된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이면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돈을 둘러싼 욕망을 다룬 '돈'은 돈이 우선시 되는 이 시대에, 과연 돈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러한 '돈'은 어떤 역할이건 집요하게 파고들어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조우진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쫀쫀한 재미를 완성했다. 뱀 같은 눈으로 부당한 주식 작전의 냄새를 맡고 한번 물면 살점이 떨어질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조사국 수석검사, 일명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한지철 역을 맡은 조우진.

번호표(유지태)를 쫓는 집요함과 조일현(류준열)을 압박하며 '돈'의 스토리를 이끈 조우진은 전작 '내부자들'(15, 우민호 감독)의 조상무, '보안관'(17, 김형주 감독)의 선철, '남한산성'(17, 황동혁 감독)의 정명수,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의 재정국 차관, '마약왕'(18, 우민호 감독)의 조성강 캐릭터와는 또 다른 파격 변신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 존재감을 드러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돈'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한 조우진. 그는 "개봉을 앞두고 엄청 떨린다. 개업을 앞둔 사장의 마음이 아닐까? '내가 만든 음식이 맛있을까?' 싶기도 하고 기대 반 걱정 반이다"며 "거창하긴 하지만 대중문화라는 게 나눔에서 시작해 나눔으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스태프와 같이 만든다. 그게 많은 분에게 보이고 많은 공감을 얻어야 다음 영화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분과 영화에 대해 많이 나눌 수 있어야 미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한지철 캐릭터에 대해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가장 정의롭고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희가 쉽게 돈을 버는 게 싫어!'라는 한지철의 말이 어떻게 보면 이 캐릭터의 시그니처 같은 대사라고 생각했다. 일한 만큼만 벌고 돈은 정당하게 벌어야 하는 게 진리라는 생각을 가진 캐릭터다. 그게 한지철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어떤 톤으로 어떤 호흡을 담아서 힘을 전달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영화가 다루는 큰 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돈'에 대해 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조우진은 "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 작품이 됐다. 한 마디로 돈은 쉽더라. 다만 사람은 어렵더라. 돈이 어떻게 보면 위에 있기도 하고 아래에 있기도 하고, 사람을 쫓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돈은 엄연히 사람 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세상은 밝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최근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고 미래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정말 '어쩌다 어른'이 됐다. 돈을 어떻게 얻고 실천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11년 사랑을 키워온 연인과 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은 조우진은 현재 예쁜 아내를 둔 남편이자 귀여운 딸을 둔 아빠, 그리고 천의 얼굴을 가진 '명품 배우'로 활약 중이다. 결혼 후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 조우진은 "책임감의 무게가 달라졌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떤 직업 정신과 어떤 삶의 태도를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지 생각이 들더라. 무게감이 확실히 달라졌다. 무거워서 불행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큼의 무게는 느껴지지만 행복감이 있다"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니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 아빠로서도 그렇다. 현장 나가면 전보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선배들을 보면 경외심이 생기지 않나? 그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데.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선배들에게 단순하게 캐릭터,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정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가정적인 조우진은 물론 돈에 대한 신념도 남달랐다. 조우진은 "나는 예전부터 돈이 워낙에 없었다. 오랜 무명 세월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돈은 없을 때보다 사람이 없을 때가 훨씬 더 괴롭다'라는 걸 배웠다. 돈을 잃었을 때보다 사람을 잃었을 때가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하게 되지 않나? 인생에서 가장 많이 생각을 안겨주는 게 돈 혹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없을 때는 팔자려니 하고 사는데 사람이 없으니 칠흑 같은 어둠이 오더라"며 "서른 즈음 부모님과 문자 주고받을 때 부모님께 그런 이야기를 했다. '돈 없는데 안 힘드느냐?'라는 부모님의 걱정에 '돈은 쉽고 사람은 어려운 것 같다'라고 했다. 사람 마음을 사고 잃지 않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 겪으면 겪을수록, 살면 살수록 어렵다. 어렸을 때는 나보다 어른들을 보면 '나도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부러웠는데 막상 내가 어른의 나이가 되니까 더 어려워지고 고민도 많아지고 책임질 것도 많아진 것 같다. 물론 눈물도 많아졌다. 여러모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다"고 고 고백했다.

이어 "실제로 나는 돈을 잘 모른다. 돈을 잘 흘리고 칠칠하지 못하다. 돈의 융통에 대해 문외한이었구나 느껴졌다. 영화 속에서는 주식에 빠삭하지만 실제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주식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돈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재테크는 조금 더 벌어둔 다음에 생각하겠다. 돈을 굴리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아내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을 칠 것 같다. 현재 통장만 내가 가지고 있고 모든 관리는 아내가 하고 있는데 재테크는 조금 더 번 다음에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다작하며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조우진. 그의 새로운 고민은 바로 연기였다. 조우진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기대하는 부분이 다르면 괴리가 생기는데 그래서 되짚어봤다. 관객이 나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중이다. 여러 고민이 많지만 그럼에도 하나 알게 된 점은 다행히 초심이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배우라는 사람은 늘 새로운 옷을 입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해서 차별점을 주안점 삼으면 이 작품에 누가 될 수 있겠다 싶다. 기대치가 올라갈수록 부담은 자꾸 커지는 게 맞다. 그 또한 감당을 해야 한다면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더 겸허하게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돈'은 부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 주식 브로커가 여의도 최고의 작전 설계자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김재영, 원진아 등이 가세했고 '남자가 사랑할 때' '베를린' '부당거래' 조감독 출신인 박누리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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