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잊지 않기 위한 위로"…'생일' 세월호를 왜 다루냐고 묻는 이들에게(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3-06 14:56


이종언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아역 김보민이 6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가세했고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압구정=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3.06/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위로에는 시기가 없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생일'(이종언 감독,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 필름 제작). 6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작보고회에는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생일'은 우리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와 슬픔을 안겼던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던 작품. 세월호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몇몇 극우익 단체들로부터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를 당하고 또 한쪽에서는 "왜 아픈 얘기를 끄집어 내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영화이기도 하다.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한 2019년. 왜 이 시점에서 이 어렵고 예민한 세월호 유가족이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를 내놔야만 했을까. 이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그들은 잊어선 안되노라고. 또한 누군가를 위한 위로에는 시기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고.
배우 전도연, 설경구가 6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가세했고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압구정=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3.06/
"이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대해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게 아니냐'는 말씀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굳이 아픈 이야기를 들추어 내는게 감히 실례가 되는 건 아닐지 저 또한 깊이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안산에서 유가족분들을 만나뵈며 생각이 바뀌었다. 유가족분들은 정말 매번, 듣는 사람이 외울 만큼 그때이 이야기, 또 떠난 이들의 하신다. 그래서 생각했다 우리가 이들을, 또 이 사건을 잊지 않고 더 많이 주목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바로 이들에게 작은 외로가 된 다는 것을. 공감과 위로를 위한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생일'은 세월호 참사 그 당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도, 또 그 어떤 정치색을 담아낸 작품도 아니다. 다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누구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난 보낸 후에도 그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야 할, 또 살아내야할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종언 감독은 이 작품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만들어 나갔다. 영화 기획 전부터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자선활동에 앞장서 왔던 이종언 감독은 안산에서 알게된 '생일모임'을 보고 영화화를 결정하게 됐다.


감독 이종언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우리가 다 알고 있듯 2014년 4월에 있었던 일이 있다. 저는 그 후 2015년에 안산에 가게 됐다. 안산에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유가족을 위로하는 활동이 있는데, 그중에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과 함께 하게 됐다. 그곳에서 설거지도하고 사진도 찍어드리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면 유가족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하신다. 그리고 주변분들은 그들을 보듬기 위해 그 아이를 기억하고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을 모아 아이의 생일을 함께 보내는 모임을 한다. 저 또한 그 모임을 함께 하게 됐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때 만났던 유가족분들게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말씀드렸고 많은 이야기도 해주셨다. 유가족협의회에도 찾아가 영화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그분들이 조심스럽게 힘내서 잘해라고 응원해주셨다. 또한 영화를 다만들고 유가족협의회에서 유가족분들과 다같이 시사를 했고 그 분들의 의견을 들은 후 최종 편집본을 만들게 됐다. 그때 유가족분들이 수고해주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

이종언 감독뿐만 아니라 '생일'이라는 용기있게 택한 충무로 대표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 그들도 '생일'을 단순한 영화 촬영, 그 이상의 의미와 진심을 담아 함께 했다. 극중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의 설경구는 "이 영화를 제가 하게 될줄 몰랐는데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스케줄 상으로는 사실 이 영화를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고 읽고 난후 고민을 많이 하지 않게 됐다. 해야할 것만 같았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왜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되냐고 묻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는 한편으로 왜 지금까지 안만들어졌나 싶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벌써 5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당시에 많은 분들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슬픔을 공감했고 또 그들과 함께 슬퍼하지 않았나. 여전히 또 많은 분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지 않나. 저는 '생일'이라는 영화가 이들을 잊지 않는, 항상 기억하는 물결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우 설경구, 전도연, 아역배우 김보민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은 전도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장 많이 울어서 촬영하기 전에 겁이 났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나더라. 제가 순남을 연기하면서 느낀 건 함께 기억하고 슬픔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또 얼마나 살아갈 힘을 주는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되는지라는 것이다. 됐다"고 전했다. 이어 "생일'이 어떤 시작이나 끝을 말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다가가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분들이 다가와 주시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저 또한 제가 '생일'에 대가가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처럼 응원해주시면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일'은 이종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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