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데뷔 14년차, 23년 모태솔로"..여진구가 말하는 '청년 여진구'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3-06 13:10


사진=제이너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왕이 된 남자'를 마친 배우 여진구를 만났다.

여진구는 9살의 나이에 영화 '새드무비'(2005, 권종관 감독)로 데뷔했다. 다음해인 2006년에는 SBS '사랑하고 싶다'로 브라운관에 데뷔했으며 SBS '일지매'와 '타짜'에 출연해 그해 아역상을 수상했다. 또 SBS '자이언트'(2010)에서 이범수의 아역으로 열연했고, MBC '해를 품은 달'(2012)에서 김수현의 아역을 맡으며 인생작을 만들었다. 영화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여진구는 2013년 첫 영화 주연작인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장준환 감독)로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17세의 나이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최연소 배우가 됐다.

성인연기자로 발돋움한 여진구는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2017), 영화 '대립군'(2017, 정윤철 감독), SBS '대박'(2017)에서 열연했다. 성인 연기자로 활약한 후 가장 사랑받은 작품은 단연 tvN '왕이 된 남자'(김선덕 극본, 김희원 연출)다. 그는 왕 이훤과 광대 하선을 1인 2역으로 표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완벽한 소화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왕이 된 남자'는 여진구에게 방향성을 찾아준 작품이다.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동안 요구를 받아들이며 연기했던 여진구에게 '왕이 된 남자'는 마음껏 한 판을 놀아볼 수 있는 광대의 무대가 된 셈이다. 여진구는 "이런 적은 처음이다. 되게 부끄럽지만,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순위를 매기자면 1등이다. 뭔가 정말 저라는 배우를 아껴주시고 현장에서도, 저라는 배우를 받아들여준 현장이다. 저를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변화시켜준 작품이기 때문에 못 잊을 거 같다. 그 전에도 의존하는 부분이 컸고 어떻게 할지를 질문했었는데 이번 연기를 통해 어떻게 하면 제가 확신을 갖고 연기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어서 저만의 고집이 생긴 거 같아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에 확신을 준 작품이란 얘기. 2005년 데뷔한 후 14년의 시간이 지났고, 어느새 데뷔 14년차 배우가 됐다. 현재 여진구의 나이가 23세이니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자로서 보낸 셈이다. 그러나 여진구는 여전히 연기에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연기라는 작업이 그런 거 같다. 항상 배우고 있는 거 같고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질릴 수가 없더라. 계속해서 표현하는 일이다 보니 답답하거나 응어리진 것들을 이런 식으로 연기로 풀 수 있기도 하다. 헌이가 때려 부술 때도 '다음 신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년 여진구가 숨쉬는 부분이 많아서 연기를 하는 것이 다행이고 행운이라는 생각도 크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사진=제이너스 제공
배우 여진구로서의 삶은 바쁘다. '열일'하는 느낌. 벌써 차기작으로 tvN '호텔 델루나'(홍정은 홍미란 극본, 오충환 연출)를 확정 짓고 대본 연구에 들어갔다. 여진구는 '델루나'를 통해 구찬성 역을 맡을 예정이다. 여진구는 "제가 맡은 역할은 치명적 매력보다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적이 없던 남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한데 마음으로는 부드러운 인간미가 있는 역할이라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고 리더형 인간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다. 이헌과는 차갑과 냉한 모습이 비슷하지만, 퇴폐적이거나 치명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을지는 생각을 더 해봐야겠지만, 한 두 신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차기작을 빠르게 고른 데에는 '왕이 된 남자'의 공이 컸다. 그동안 봐왔던 여진구의 연기가 아닌, 전혀 다른 '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르 끝내고 차기작을 바로 정한 것도 '왕남'의 덕이 컸다. 감독님의 스타일이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해주시는 것이었고 저에게 맡겨주신 부분이 많았다. 제 연기에 확신을 갖게 해주셨다. 차기작을 바로 들어가는 것에 있어서 큰 요소가 되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여진구란 배우가 지금까지 해온 스타일과 다르게 '변했네'하는 생각이 들면서 한 번 제안을 주시는 거 같다. '해볼래'라고 제안을 주시는 거 같다. 겁도 나지만, 소심하게 하고 싶지 않더라. 저도 저를 계속 테스트하고 싶었고 계속해서 제 한계에 부딪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에너지가 주변에서 느낀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고작 스물 셋,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청년이다. 군대 입대와 전역 등 할 일이 많이 남은 상황. 여진구는 "군대는, 저는 너무 건강하게 태어나서 자신있게 갈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경쓰진 않는다. 언제 갈지에 대한 시기는 신중하게 정해야겠지만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욕심이 나고 그런 캐릭터를 만나면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의 계획에 군문제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갈 것"이라는 입장.


사진=제이너스 제공

젊은 배우이기에 연애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치명적인 사랑과 풋풋한 사랑, 그리고 애틋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을 해왔던 그이기에 '연애 경험'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 여진구는 "아직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격이 두 세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 들기도 한다. 계속 성장해야 하는 시기 같다. 조금 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기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자신이 모태솔로임을 고백했다. 그는 "연애를 해본 경험은 없지만, 애틋한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어릴 때부터 '해품달'이나 '왕이 된 남자'까지 현실보다 더 애틋한 사랑을 연기해보기도 했다. 그 감정에 대해 지치는 것도 있다. '이렇게 사랑한다고?'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화살을 맞으면서도 사랑하는구나' 할 때도 있다. 연애는 안 해봤지만, 어려운 거라는 걸 알겠더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청년 여진구는 배우 여진구를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배우가 아닌 그의 삶도 결국엔 '배우'라는 직업을 위해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여진구는 " "청년 여진구도 배우 여진구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청년 여진구의 삶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자체가 내 삶인 거 같다. 배우 여진구로 사는 것이 제 삶인 거 같아서 열심히 연기 연습하고 공부하고 산다. 학창시절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많아서 놀고 장난도 치고 술도 막 마신다"고 말하며 바람직한 '청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왕이 된 남자'는 4일 10.9%의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추창민 감독)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지만, 전혀 다른 문법과 서사를 사용하며 리메이크의 새 기준을 세웠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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