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잊지 않게습니다"…'생일' 설경구X전도연이 보듬을 세월호의 상처(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3-06 12:0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또 잊어서도 안되는 2014년 4월 그 날. 그 날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영화 '생일'이 관객의 마음을 적실 예정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생일'(이종언 감독,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 필름 제작). 6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작보고회에는 설경구, 전도연, 이종언 감독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생일'은 영화 '시'(2010) '밀양'(2007) '여행자' 등을 통해 전 세계 영화계를 사로잡은 이창동 감독이 연출하거나 제작을 맡은 작품들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면서 내공을 쌓아온 이종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와 슬픔을 안겼던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너무 아파서 들여다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놓치고 있을지 모를,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 감독은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따뜻한 시선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예정이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가 6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의 제작보고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가세했고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압구정=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3.05/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박흥식 감독) 이후 18년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는 충무로 최고의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의 호흡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의 극몰입도를 높일 예정.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아 풍부한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열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날 이종언 감독은 "우리가 다 알고 있듯 2014년 4월에 있었던 일이 있다. 저는 그 후 2015년에 안산에 가게 됐다. 안산에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유가족을 위로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이 있었다. 저는 그곳에서 설거지도하고 사진도 찍어드리는 일을 했다. 그곳에서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그 아이를 기억하고 가까이 지냈던 사람들이 아이의 생일을 함께 보내는 모임을 했다. 그 모임을 함께 하게 됐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며 영화 기획 배경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감독 이종언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이 감독은 '생일'을 하면서 '거리두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장면을 쓰고 표현할 때 저의 해석이 개입될까봐 고민을 했다. 거리를 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저의 해석이 오해의 해석으로 들어갈까봐 고민했다. 매 장면이 그 고민이었다. 그래서 유가족 분들과 고민하고 또 항상 전화 통화를 했다. 그때마다 많이 용기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세월호 유가족과의 소통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제가 안산에 있는 치유공간 이웃에서 유가족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처음에는 다가가도 되는지 조심스럽고 어려웠다. 그런데 오히려 다가와주셨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계속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종언 감독은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때 만났던 유가족분들게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말씀드렸고 많은 이야기도 해주셨다. 유가족협의회에도 찾아가 영화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그분들이 조심스럽게 힘내서 잘해라고 응원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영화를 다만들고 유가족협의회에서 유가족분들과 다같이 시사를 했고 그 분들의 의견을 들은 후 최종 편집본을 만들게 됐다. 그때 유가족분들이 수고해주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생일모임이 있는지는 이전에는 잘 몰랐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감독님께 여쭤보니 경험을 이야기 해주셨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온 생일모임 관련 영상을 보고 참고를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먼저 아이를 떠나보낸 아버지를 연기하면서 제가 느꼈던, 또 느끼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관객분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감독님이 실제 생일모임에 참석하고 나서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셨다. 먼저 떠난 아이를 잊지 말자며 서로 위안을 주고 위로를 하는 모습이 잘 그려진 영화다. 관객분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배우 설경구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또한 그는 '생일'을 택한 이유를 묻자 "이 영화를 제가 하게 될줄 몰랐는데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스케줄 상으로는 사실 이 영화를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받고 읽고 난후 고민을 많이 하지 않게 됐다. 해야할 것만 같았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왜 벌써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되냐고 묻는 분들도 많았는데 저는 한편으로 왜 지금까지 안만들어졌나 싶었다. 그래서 고민 없이 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 과정에 대해 "너무 내 자신을 풀어놓으면 감정 조절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감정을 누르고 담담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시나리오가 담담하면서도 단단하고 굉장히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랑비에 옷젖듯 젖어들게 되는 시나리오다"고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장 많이 울어서 촬영하기 전에 겁이 났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겁이나더라"고 입을 연 전도연은 "제가 순남을 연기하면서 느낀건 함께 기억하고 슬픔을 나눈다는데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얼마나 살아갈 힘이 되는지를 느꼈다. 촬영할 때도 그런 부분들로 위안이 됐다"고 전했다.
배우 전도연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또한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는 부담스럽고 선뜻 다가서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도 많이 하고 고사도 했었다"고 솔직히 말한 전도연은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나서 그런 부담감을 뛰어넘을 만큼, 앞으로 살아가야될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그래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구체적인 고민까지는 못했지만, 제가 선택하기까지 다가가기 힘든 큰 슬픔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더라. 촬영을 하면서 그 인물로 살아가면서 점점 그 마음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18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설경구와 전도연은 재회 소감도 전했다. "전도연 씨는 18년 전과 전혀 변함이 없이 똑같다"고 입을 연 설경구는 "희한하게 예전이랑 너무 똑같다. 외모부터 모든 게 너무 똑같다.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것 같더라"며 웃었다. 이어 전도연은 "예전보다 지금 설경구씨가 훨씬 멋있다. 되게 멋있게 나이를 들어가시는 것 같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촬영 때는 설경구씨에 대한 설렘이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설렘을 주는 남성다움이 자라난 것 같더라"고 전했다.
배우 설경구, 전도연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4월 3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2019.03.06/
이날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를 영화로 다루는 건 너무 이른 선택 아니냐'는 항간의 의견에 대해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게 아니냐는 말씀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드실 수 있을 것 같다. 저라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굳이 아픈 이야기를 들추는게 실례가 아닐지 저 또한 생각했다"고 솔직히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제가 안산에서 유가족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매번 외울 만큼 그 이야기를 하신다. 그래서 우리가 더많이 주목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이 분들에 작지만 위로가 될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공감과 위로를 위한 적절한 시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설경구는 "벌써 5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당시에 많은 분들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슬픔을 공감했고 또 슬퍼하지 않았다. 여전히 또 많은 분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지 않나. 저는 '생일'이라는 영화가 이들을 잊지 않는, 항상 기억하는 물결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전도연은 "'생일'이 어떤 시작이나 끝을 말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다가가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분들이 다가와 주시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저 또한 제가 '생일'에 대가가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처럼 응원해주시면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생일'은 이종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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