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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시작은 한 시민을 둘러싼 폭행 논란이었다.
폭행 고발로 시작된 '버닝썬 논란'에는 한국 사회의 온갖 범죄가 뒤얽혀있다. 그 끝은 이제 정재계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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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5000만원 짜리로 모임을 연 한 재벌 교포 2세는 "1억원 세트로 할 걸 후회스럽다"고 할 정도로 '돈의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 교포 2세는 승리와 막역한 관계다.
'버닝썬 논란'은 김모씨가 지난해 12월 이곳에서의 폭행 및 클럽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김씨는 "승리 클럽에서 폭행 외에 '물뽕' 마약과 성범죄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뇌물을 받고 있다"고 폭로했다. 버닝썬 측은 "김씨는 성추행범"이라고 맞섰다. 반면 '나혼자산다' 등에 버닝썬의 대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던 승리는 폭로 전 사임했다. 승리와 소속사 YG는 "홍보 담당일 뿐 운영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버닝썬 전현직 관계자들의 양심 선언과 더불어 여성 손님을 비하하는 운영진의 메신저 대화록이 유출되는 등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버닝썬 측은 언론과 경찰의 집중 취재 및 조사 속 지난 17일 폐업했다. 승리의 서울 솔로 콘서트가 끝난 날이다. 르메르디앙 서울은 이에 앞서 버닝썬과의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승리=버닝썬'은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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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성추행 고발자 중 한 명이 버닝썬 해외 VIP 전문 MD(고객 유치 전문)이자 마약 공급책으로 지목된 '애나(중국인 파모씨)'로 밝혀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번졌다. 애나가 승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고, 그녀가 주변에 마약을 권유했다는 진술과 목격자도 등장했다. 버닝썬 직원의 집에선 각종 흥분제와 불법 마약류가 발견됐다.
버닝썬의 영업사장 한모씨는 환각 마약 '해피벌룬'의 흡입 및 유통 혐의가 포착됐다. 급기야 버닝썬 이문호 대표에게선 마약 양성반응이 검출됐다. 이문호 대표와 애나, 한모씨는 모두 출국 금지된 상태다. 이 대표는 강남 유명 클럽 MD 출신으로, 승리의 동갑내기 절친이기도 하다. 클럽 MD의 수입은 자신이 유치한 고객이 쓰는 술값의 일정액을 받는 커미션에 달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대표는 경찰 조사가 진행중이던 지난 23일에도 모 클럽에서 폭행 시비를 일으켰다. 승리 역시 해외에서의 '해피벌룬' 흡입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승리가 2017년 12월 공식적인 숙박료만 5억원을 상회하는 필리핀의 한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 150여명을 초대, 이틀간 성대한 28세 생일파티를 열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승리는 섬을 클럽으로 바꾸고, 여러 재력가와 VIP, 배우 등을 초대했다. 숙박비 외에 항공권, 주류·폭죽 등 파티 관련 비용을 승리가 모두 책임졌으며, 흥을 돋우기 위해 다수의 유흥업소 여성도 동원됐다는 것. 해당 파티의 기획과 진행에는 버닝썬 이 대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약 부분은 화약고다. 경찰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관련자의 진술에 따라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고, 혐의 포착도 수월하다. 버닝썬 마약 논란에는 유명 정계 2세부터 주요 재벌 4세 등 구체적인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따라서 마약 수사의 칼날은 정재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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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논란'에는 전현직 경찰이 광범위하게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경찰은 버닝썬과 강남경찰서 사이 브로커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이자 현직 화장품 회사 임원인 강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강씨의 지시 하에 (경찰 측에)돈을 배포했다는 진술이 있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유흥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에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버닝썬 클럽에 대한 수사 확대 결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심각성이 있다.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에 신종 향정신성 물질이 확산되고 있다. 클럽 등 유흥가에서 이뤄지는 불법 및 그로 인한 2차 범죄, 경찰관 유착 비리 등을 둘러싼 카르텔을 제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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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자진 출두로 경찰의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대중은 역시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적당 선에서 묻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도 공존한다.
그러나 윗물의 타협으로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난다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 대중의 바람이다.
버닝썬 의혹 수사를 놓고 경찰과 검찰의 기싸움도 관심거리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적당하게 봉합한다면 한쪽이 다칠 수 있다. 정부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류는 강경한 입장이다. '보통 사람'의 정서가 반영되지 않는 반쪽짜리 수사에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승리가 경찰에 출두한 27일은 베트남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의 첫 날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이용해 승리에 대한 관심을 물타기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 1차 조사 결과 승리에게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승리는 또 28일 모든 일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버닝썬 논란'은 마치 스크린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현실이다. 결말도 같아야 한다. '범죄 종합세트'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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