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제작비, 외부투자 0원"…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엄복동' 만든 이유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9-02-27 12:48


사진제공=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작·이하 엄복동)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27일 개봉한다.

영화는 개봉전부터 큰 화제를 몰고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국뽕이다, 아니다'에 관련된 논란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든 이들의 생각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6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엄복동' VIP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만들게된 의도를 말했다. 서 회장은 "처음 김유성 감독과 이범수 배우가 이 시나리오를 갖고 왔을 때는 찍을 생각이 없었다. 자전거 경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운을 뗀 후 "그런데 당시에 용산에 10만명이 모였다고 하더라. 그 암울한 시기 10만명이면 대단한 것"이라며 "그 시대를 버텨낸 할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 요즘처럼 평화로운 시대에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는 잊고 산다. 그 행복함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스포츠조선DB
셀트리온은 '엄복동'을 일체의 외부투자 없이 자체 투자금만으로 제작했다. 셀트리온홀딩스(지주사)와 셀트리온스킨큐어(화장품 계열사)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했고 배급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투자배급사들이 투자자를 모아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는 최근 영화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이례적인 일이다. 서 회장은 시사 후 스포츠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돈을 벌고자 했다면 당연히 외부 투자를 유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 없이 영화에 150억을 썼다. 물론 잘되면 좋겠지만 이 영화가 잘되지 않아도 손해는 우리만 본다. 돈을 벌자는게 아니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약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다. 낼 모레도 약을 팔러 일본에 가야한다. 개봉 시기도 비수기다. 돈벌려면 굳이 이렇게 영화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 영화는 흥행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에 만들었다"며 "프랑스에서는 프랑스대혁명을 신성시하고 패전국인 일본은 자신들이 승전국인냥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력들이 너무 없다. 그래서 이런 영화는 꼭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처음 배급을 시작한 신생 배급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첫 영화다보니 예상보다 난관이 많다. '국뽕'논란부터 영화를 보지도 않은 이들이 혹평을 쏟아내고 극장수는 대행 배급사들의 개봉작들에 밀려 계획처럼 많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엄복동'을 만든이들은 좀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기 보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서 회장은 끝으로 "제작까지 맡아준 이범수와 감독, 그리고 정지훈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날은 서 회장과 이범수 그리고 정지훈 강소라 이시언 김희원 등 배우들 외에도 한완상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이 영화가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3.1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비폭력 평화운동이기 때문에 그렇다. 일제는 헌병 경찰을 동원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맨손으로 만세를 불렀다"며 "간디의 절친이자 시인 타고르가 우리나라를 '동방의 등불'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앞서 온국민의 멍을 치유해준 사람이 엄복동이다. 엄복동은 자전차 경기로 국민들을 치유하고 기쁨을 줬다. 그래서 이 영화가 감동적인 것이다"라고 전했다.


3·1운동 100주년에 맞춰 개봉하는 '엄복동'. 이 영화가 갖는 의미만큼 영화팬들의 관심이 모아질까. 뚜껑은 27일 열린다.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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