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父'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현실에 맞서 싸워라"(종합)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15:3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팝 팬이 왜 '빠순이'로 비하되어야하나. 사회의 부조리와 몰상식에 맞서 싸워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서울대 선배'로서 모교의 졸업식 축사에 나섰다.

방시혁은 26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제 73회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서울대 미학과 91학번인 방시혁은 "2001년 직업 프로듀서의 삶을 시작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음악 프로듀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한들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가 될 게 뻔하고, 삐딱하게 보려면 방탄소년단(BTS)이 성공했다고 잘난척 하는 걸로 비칠 것"이라면서도 ""요즘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이 핫한 것은 사실이다. 자랑도 좀 하고, 제 삶의 여정에서 여러분과 맞닿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지만, 전 지금 꽤나 성공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밝혔다.

방시혁은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뉴욕 시티필드 공연, 그래미 어워즈 시상자 초청 등 방탄소년단의 '최초' 기록들을 나열했다. "외신에서는 감히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라는 과찬을 하고 있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또 신인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대한 관심도 당부하며 "저희 회사 역시 엔터테인먼트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커 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오늘의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다름 아닌 '화', 즉 '분노'였다.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분노하는 방시혁'"이라며 "타협없이 하루하루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다. 이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저는 그것들에 분노하고, 불행했다"라고 밝혔다.


방시혁은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는 K팝 팬들에 대한 비하를 지적하며 "K팝 세계화의 일등공신인 팬들은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전세계 팬들에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는 아티스트들은 근거없는 익명의 비난에 절망한다"면서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돼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저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남이 만들어놓은 목표와 꿈을 따르고, 좌절하고 불행해하지 마라. 방시혁처럼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워라.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변화한다"면서 "모든 것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소소한 일상의 싸움꾼이 되어보라. 10년 20년후 '내가 제법 잘 살아왔구나'라고 자평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방시혁은 "제 묘비에 '분노의 화신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감'이라고 적히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 것"이라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경기고 출신인 방시혁 대표는 1991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했지만, 1994년 제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으며 음악계로 진출했다. 다수의 발라드와 힙합 히트곡을 내놓으며 이름높은 프로듀서로 성장한 방시혁은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을 키워내 빌보드 선정 '뉴 파워 제너레이션 25 톱 이노베이터'에 이름을 올렸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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