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삭발 두렵지 않은 중2"…이재인, '제2의 박소담'이라 불리는 이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2-26 12:48


영화 '사바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이재인이 26일 오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2.2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하는 배우로 언젠가 삭발을 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이렇게 빨리하게 될 줄 몰랐어요. 하하."

만 15세의 나이에 1인 2역은 물론 삭발까지 감행한 충무로의 떠오르는 '루키' 이재인(15). 그가 '사바하'를 향한 남다른 자신감과 뚝심 있는 연기 철학을 밝혔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 언니 그것과 그것 때문에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남은 금화 1인 2역을 소화한 이재인. 그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바하'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사바하'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려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20일 개봉 이후 6일 연속 흥행 1위를 지키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중이다. 구마 사제라는 전에 없던 소재를 새로운 장르로 변주, 한국영화계 오컬트 장르의 신기원을 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오컬트 영화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선보였고 여기에 강력한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촘촘하게 엮은 미스터리로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사바하'의 중심 캐릭터이자 갈등의 시작이 된 그것과 금화를 완벽히 소화한 '충무로 루키' 이재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을 발굴한 바 있는 장재현 감독이 새롭게 선택한 '루키' 이재인은 16년 전 태어난 그것과 쌍둥이 동생 금화를 동시에 소화, 만 15세의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여 뜨거운 호평을 모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는 금화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킨 것은 물론 그것과 금화 1인 2역 캐릭터를 혼연일체된 연기를 펼쳐 영화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였다. 이재인은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곡성'(16, 나홍진 감독)의 김환희, '마녀'(18, 박훈정 감독)의 김다미를 잇는 충무로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사바하'가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대해 "최근 '사바하'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아직 얼떨떨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들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좋은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귀여운 소감을 전해 장내를 웃음 짓게 만든 이재인. 그는 '사바하'를 처음 접했던 당시를 곱씹으며 "초등학교 6학년 때 '사바하' 작품을 처음 봤다. 사실 처음 '사바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렵기도 하고 새로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발견하는 것도 있고 더 흥미로웠다. 읽다 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 달리 캐릭터의 속마음이 알기도 하고 감정선을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이해도를 자랑했다.

이어 "처음 읽었을 때부터 주제가 좋았다. 신을 믿는 사람에겐 한 번쯤 고민해본 '신은 있을까?'라는 문제를 던진다. 그런 부분이 공감되고 이런 부분이 고민해볼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읽었을 때부터 흥미로웠다.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금화와 그것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들고 슬픈 캐릭터라 더 연민이 갔다. 읽을 때마다 슬펐다"고 '사바하'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이재인은 "내겐 실제로 3살 차이의 여동생이 있다. '사바하'에서 금화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언니인 그것에 대한 증오도 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미안함도 있는 것 같다. 또 혈육에서 오는 사랑도 밑바닥에 깔린 캐릭터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동생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동생과 친하지만 가끔 밉기도 하고 또 너무 좋을 때도 있지 않나? 동생의 입장에서 연기하면서 친동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바하'에 대해 어렵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선과 악은 늘 붙어 있는 것 같다. 확실하게 선의 존재라고 선을 그을 수 있는 건 신밖에 없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사바하'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것 같기도 하다. 나 또한 그것과 금화를 동시에 연기하면서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라 해석했다. 물론 지금도 어려운 내용이긴 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무엇보다 삭발은 물론 눈썹까지 밀며 그것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이재인은 "'사바하'는 중1에서 중2 넘어가는 겨울에 촬영했다. '사바하' 캐릭터상 삭발을 해야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는 가발을 쓰고 다녔다. 중2 여름에 가발을 쓰고 축구를 하다가 너무 더워서 쓰러질 뻔했다. 평소에 축구를 잘하지는 않지만 뛰어다니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과 자주 축구를 하는데 그 당시에 조금 힘들었다"며 "영화에서 그것이 털이 빠지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삭발을 하는 것에 대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는 삭발하는 데 찬성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면서 언젠가 머리를 밀게 될 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막상 머리를 밀 때는 슬프거나 그러지 않았는데 머리 밀고 난 일주일 뒤에 살짝 허전함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삭발을 한 거니까 조금 서운했는데 편한 부분도 많아서 괜찮아졌다. 머리를 밀고 난 뒤 오히려 그것을 연기할 때 딱 맞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머리카락을 삭발하는 것보다 눈썹을 미는 게 더 충격으로 다가오긴 했다"고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재인은 그것이 내는 소리를 직접 녹음한 것에 "그것이 내는 울음소리도 실제로 내가 다 녹음을 했다. 대부분 내 목소리다. 동물 울음소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아기 울음소리를 비슷하게 내려고 노력했다. 집에서 연습할 수는 없으니까 차에서 동물 동영상을 보면서 연습하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재인은 '사바하'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박정민, 이정재와 호흡도 과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만 사실 박정민의 오랜 팬이었다. 박정민이 출연한 '동주'(16, 이준익 감독)도 '그것만이 내 세상'(18, 최성현 감독)도 다 챙겨 봤다. '사바하'를 통해 같이 작품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영광이었다. 박정민 선배는 현장에서는 슛만 들어가면 나한의 모습으로 변해 덩달아 나도 몰입했다. 멋있었다. 몰입하고 에너지가 있는 부분에서 박정민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 박정민 선배가 '이대로만 커다오'라고 칭찬을 해주시는데, 평소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이어 "물론 이정재 선배도 팬이다. '암살'(15, 최동훈 감독)도 10번 정도 봤고 '관상'(13, 한재림 감독)도 봤다. 같이 연기하는 신이 없어서 촬영할 때는 못 봐 아쉬웠지만 요즘 무대 인사하면서 보고 있다. 박정민과 이정재 선배 두 분 모두 다 나를 잘 챙겨주고 있다. 특히 옆에서 안 떨리도록 잘 도와줘서 고맙다. 선배들에게 팬이라고 말을 했는데 '나도 너 팬이야'라면서 안 믿는 눈치시더라. 그래도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이었다"고 남다른 팬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사바하' 개봉 이후 '제2의 박소담'이라는 평을 얻을 정도로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신예로 등극한 이재인. 이와 관련해 이재인은 "좋은 선배와 언급이 돼서 떨리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좋은 배우들과 언급되는 것만으로 영광이지 않나? 먼 훗날 배우 이재인으로 불리는 날도 왔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어둡고 슬픈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는데 앞으로는 밝은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등이 가세했고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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