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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늙어 버린 현실을 받아들인 스물다섯 혜자의 '웃픈' 70대 적응기가 유쾌한 웃음과 짙은 여운을 안겼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었던 혜자는 가출을 감행했다. 가방은 잃어버리고 집에도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친절한 택시기사는 혜자를 경찰서로 인계까지 한다. 가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혜자. 경찰들의 질문에 집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하던 혜자를 아버지와의 고소 건으로 경찰서에 온 준하가 발견하며 사는 동네까지 들통이 나고 말았다. 돌고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혜자는 뒤엉킨 시간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한 치 앞도 잘 안 보이고, 계단 다섯 개만 걸어도 숨이 차는 70대의 몸이었지만 살아있는 아빠(안내상 분)을 보며 혜자는 위안을 얻었다.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일이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라고 미소를 지으며 낯설어하는 아빠를 안심시켰다. 모태 절친 이현주(김가은 분), 윤상은(송상은 분)에게도 모든 사실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혜자의 얼굴을 보면 존댓말이 절로 나오지만, 예전처럼 현주네 중국집에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현주와 상은은 여전히 친구였다. 그렇게 혜자의 일상은 예전 모습 그대로, 조금은 다른 시간으로 돌아왔다.
김혜자의 연기는 깊이를 더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스물다섯 영혼의 70대 혜자는 사랑스럽고 애틋했고, 절절하고 감동스러웠다. 스물다섯 혜자를 연기한 한지민의 습관까지 예리하게 캐치한 김혜자의 디테일은 마치 두 사람이 같이 연기하는 듯 완벽했다. 김혜자의 대국민 유행어 "그래 이 맛이야"를 살린 깨알 같은 애드리브 역시 김혜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웃음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달라진 시간을 살게 된 혜자와 준하의 관계도 궁금해진다. 혜자가 방 안에서 나와 현실을 살아갈 때 여전히 준하는 어둠을 홀로 걷고 있었다. 혜자는 "좀 늙었다고 못 알아보는" 준하가 섭섭했다. 준하는 희원(김희원 분)에게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건 처음이었다"며 혜자를 향했던 진심을 털어놓았다. 시간이 엇갈려버렸지만 죽으려던 혜자를 살린 건 준하였고, 지친 준하의 머리를 때리며 시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혜자였다. 두 사람의 애틋한 인연이 어떻게 이어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눈이 부시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한순간에 늙어 버린 스물다섯 청춘 '혜자(김혜자/한지민)'를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눈이 부시게' 4회는 오늘(19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anjee85@sportschosun.com
그 사람과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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