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시대③] 유튜브↔TV 상생시대..'랜선'X'밥블' PD "경계 소멸 가속화" 예측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2-18 09:06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동영상 업로드 플랫폼으로 출발해 1인 방송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유튜브'와 방송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방송은 자존심을 내려놓았고, 유튜브는 방송보다 더 획기적인 소재들로 '손바닥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이에 편승하기 위해 방송가도 두 팔을 걷고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 1인 방송국을 개설하는가 하면, 방송국은 유튜버들을 섭외하고 유튜브 송출용 프로그램을 TV로 가져오는 등 '경계 허물기'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1인 방송은 연예계의 트랜드다. 방송을 운영하지 않는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스타들의 개인 계정을 통한 일상 업로드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선구자로 손꼽히는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하던 콘텐츠랩 VIVO(비보)의 방송을 TV 속으로 끌고오며 경계 허물기에 성공했다. 비보를 통해 제작된 '밥블레스유'는 현재 푸드 전문 채널인 올리브를 통해 송출되며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를 얻는 중이다. 유튜버들의 방송 진출도 활발하다. 대도서관과 윰댕, 밴쯔. 씬님 등이 출연한 JTBC '랜선라이프'는 평균 2%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PD들은 '유튜브와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랜선라이프'를 만든 이나라 PD는 "방송을 하시는 분들이 대안적 콘텐츠로 유튜브를 많이 참고하다 보니 콜라보도 많이 이뤄지고 영역도 허물어지고 있다. PD들도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인기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참고하고, 그런 것들을 방송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한동안 패턴화된 방송 콘텐츠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새로운 것을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밥블레스유'의 황인영 PD도 "유튜브와 방송 중 누가 이기고 진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해지는 거라고 본다. 저희는 현재 초보적 형태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두 채널(방송과 유튜브)을 넘나들며 꼭 '방송'이라 지칭할 수 없는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연예인과 크리에이터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이 1인 방송에 도전하고, 크리에이터들은 방송으로 자리를 옮겨 출연을 하는 등 새로운 양측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양쪽의 니즈(Needs)는 확실히 다르다.

이 PD는 "연예인들이 유튜브에 도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유튜브의 장점이 누구나 진입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것인데, 연예인들의 입장에선 늘 방송국에서 캐스팅 되기를 바라기만 하다가 나를 표출할 수 있는 고정적 채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채널을 확보하고 더불어 수익적 면도 확보가 된다면 일석이조의 느낌이기에 채널을 찾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반면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방송이 본업이 아닌 부업. 이 PD는 "크리에이터들마다 니즈가 다르지만, 단순히 구독자수를 늘리거나 조회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것 같지 않다. 이들에겐 본업이 유튜브, 부업이 방송인 거다. 본업인 콘텐츠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2~3개, 많으면 4개의 영상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다면 일주일 내내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야 하는 거다. 방송에 얽매이면 자신의 채널 관리에 소흘해질 수 있으니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또 채널의 성격을 해치는 것에 있어서도 많이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로 제작된 영상이 방송을 타는 경우도 있다. 이덕화가 최근 개설한 채널 '덕화TV'는 26일부터 KBS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으로도 방송된다. 황인영 PD와 송은이가 손을 잡고 만든 '밥블레스유'도 유튜브 방송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황 PD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가 TV로 방송되는 속도가 더 빨리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유튜브 스타들이 TV에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면 방송으로 송출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이 가진 노하우나 콘텐츠를 나누는 것도 좋은 변화가 될 것 같다. 대중들도 늘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밥블레스유'는 유튜브에서 언니들이 고민을 상담해주는 방송이었던 비보의 '고민상담'이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재밌다고 봤고, 이걸 TV로 가져와서 조금 더 기존 먹방 요소와 결합해 중간의 입장을 만들어낸 거다. 앞으로는 양쪽에 다 통용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TV에 방점을 찍고 유튜브를 보조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방식의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 PD의 고민도 짙었다. 그는 "늘 저희도 딜레마지만, 유튜브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과 유튜버들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걸 정말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게 맞나' 싶은 고민도 된다. 댓글 중에 분명 이런 댓글들도 있다. '이럴 거면 유튜브로 보면 되는데'하는 댓글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저희는 제작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에 비하인드를 주로 보여주는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앞서 '마리텔'처럼 보여줄지, 뒷모습을 송출하는 것이 나을지, 가공이 나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유튜브와 방송이라는 양극단의 매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JTBC '랜선라이프'(위)와 '날보러와요'

제작자들의 고민이 깊어지지만, 앞으로 유튜브와 TV의 경계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질 전망이다. 특히 방송가 PD들은 "이제는 유튜브가 어떤 방향으로 더 확장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을 달고 살 정도로 유튜브의 영향력을 크게 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브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방송가의 분위기였다. 소통 방송을 가져오며 스타들을 1인 BJ로 만들었던 '마리텔'이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일부 지상파 방송사의 PD들은 "미친 거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대박'. 이제는 너도 나도 유튜브를 차용해 방송을 만들고 있는 시점이다. 이게 불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이뤄진 일이다.

황 PD는 "이제는 방송 안에서도 1인 라이브를 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개인 채널을 통해 뭔가를 전달하려는 스타들도 많아졌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검색도 초록 창(포털 사이트)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한다고 하더라. 어린애들에게 유튜브는 그만큼 생활화가 돼 있는 거다. 어릴 때 영상 통화를 그림으로만 상상했지만 이제는 영상 통화가 일상이 된 것 처럼, 이제는 방송과 유튜브가 결합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시점이다"며 "주변에서도 '유튜브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만 했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니 모두가 쓰기 시작했던 것처럼 유튜브 역시 확산성이 대단하다. 아직은 방송을 만들면서 '이 부분은 조금 더 인터넷스럼게 만들자'는 등의 얘기를 하지만, 이는 표피적 장식의 문제다. 사람들이 뭐를 더 재밌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방송도 따라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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