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바하'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려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구마 사제라는 전에 없던 소재를 새로운 장르로 변주, 한국영화계 오컬트 장르의 신기원을 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오컬트 장편 영화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촘촘하게 엮은 미스터리로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사바하'는 탄탄한 내공의 연기력과 강력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대세 배우' 이정재와 매 작품 평범함을 거부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놀라움을 선사해온 '충무로 블루칩' 박정민이 가세해 눈길을 끈다. '동주'(16, 이준익 감독)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18, 최성현 감독) '변산'(18, 이준익 감독) 등에서 연기력을 입증받은 박정민은 '사바하'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탈색한 헤어스타일까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미스터리하고 위태로운, 다크 캐릭터로 변신하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
이어 "영화를 보면서도 스토리에 따라가서 너무 좋았다. '검은 사제들'은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였다. '사바하'는 캐릭터가 튀어나오면 관객이 이야기를 쫓아가기에 불리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촬영하면서도 이 캐릭터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이 무언가가 가장 첫 번째 초점이었다"며 "매 신 촬영할 때마다 나한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신은 이 캐릭터의 목적이 장면의 목적이었다. 장면이 수행해야 하는 기능을 나한이 잘 수행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장재현 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을 했다. 촬영하면서도 '이 장면을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틀리지 않고 잘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자칫 내가 욕심을 부리면 영화 전체에 해가 될 것 같았다. '욕심내지 말자'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작품과 캐릭터의 접근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을 입은 김윤석과 강동원 선배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설정이 없었다. 사실 내가 연기한 나한이라는 캐릭터도 유니폼 아닌 유니폼이 있긴 하다. 정비공이기 때문에 안감이 주황색인 항공 점퍼를 유니폼처럼 입었지만 멋있지는 않다. 다만 조성경 의상감독이 만들어준 옷인데 캐릭터를 설명하고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촬영 전에는 나한이 어두운 옷을 입고만 다닐 것 같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 보니 옷과 머리에 포인트가 있어서 의아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튀나?' 생각했는데 촬영하는 날 카메라 앞에 서보니까 그게 튄다는 느낌보다는 '이 캐릭터가 무언가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더라. 한 단계 더 위의 고단수 위장이다. 오히려 더 불량배 같은 모습을 했는데 그게 이해가 됐다"고 덧붙였다.
|
또한 무교인 박정민은 종교를 소재로 한 '사바하'에 대해 "무교지만 특별히 내용에 있어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은 없었다. 처음 '사바하' 출연을 결정하고 장재현 감독을 만나러 갔을 때 장재현 감독의 강의를 들었다. 이 영화에 들어간 불교적 세계관을 상세하게 강의를 해줬다. 첫 강의부터 너무 재밌더라. 사실 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다. 그 강의를 들으니까 시나리오가 한 번에 이해가 됐고 훗날 영화를 봤을 때 시나리오보다 더 쉽게 영화가 이해가 됐다. 지난 시사회를 통해 '사바하'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우리 영화가 관객에게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는 버전으로 편집이 됐구나' 생각이 들었다. 불교를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신했다.
그는 "실제로 한때 교회를 열심히 다닌 적도 있는데 교회를 다니면서도 '신은 어디 있지?'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종교를 가진 분들도 자신이 믿는 신에게 조금씩 다가가지 않나? 신흥종교의 비리를 파고 박살 내는 영화가 아닌 신흥종교를 만난 목사가 자신의 의문과 갈등을 마주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이 재미있었고 관객도 이런 부분을 집중한다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그는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참여한 영화가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는 바람이 더 큰 편이지 연기를 잘해서 '박정민 한 건 했구나!' 이런 소리를 들을 욕심은 없다. 그저 내가 나온 영화가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더 크다. 배우보다 작품 전체가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
그는 "내게 드라마 자체가 안 들어온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시켜주면 전부 하고 싶은데 안 들어온다. 가끔 멜로에 대한 상상을 해보면 스스로 '내가 하는 멜로 연기의 간지러움을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은 한다. 멜로를 시켜주신다면 해볼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이 참…, 슬픈 일인 것 같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나는 늘 기본적으로 몇 대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언젠가 나도 멜로를 할 수 있을 거란 바람과 희망은 있다. 로코나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다. 다만 혹여 멜로를 해도 멋있는 캐릭터는 아닐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한편,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등이 가세했고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봄방학 신나는 초등생 스키캠프 열린다!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