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현대극 갈증 컸어요"…'왕이 될 상' 이정재, '사바하' 선택한 이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2-15 13:4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내가 왕이 될 상이오'에서 벗어난 현대극 갈증 컸던 찰나 '사바하'를 만났다."

매 작품 변화무쌍한 변신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배우 이정재(47), 그가 데뷔이래 처음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소감과 고충을 털어놨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신흥 종교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를 연기한 이정재.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바하'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사바하'는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려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려 무려 54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15)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구마 사제라는 전에 없던 소재를 새로운 장르로 변주, 한국영화계 오컬트 장르의 신기원을 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두 번째 오컬트 장편 영화 '사바하'는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촘촘하게 엮은 미스터리로 장재현 감독만의 세계관을 펼쳐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사바하'는 탄탄한 내공의 연기력과 강력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대세 배우' 이정재와 매 작품 평범함을 거부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놀라움을 선사해온 '충무로 블루칩' 박정민이 가세해 눈길을 끈다. '도둑들'(12, 최동훈 감독)을 시작으로 '암살'(15, 최동훈 감독) '신과함께-죄와 벌'(17,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인과 연'(18, 김용화 감독)까지 '콰트로 천만' 기록을 보유, 남다른 흥행력을 자랑한 이정재는 '사바하'를 통해 데뷔 이래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 뛰어난 언변과 직감을 지닌 인물의 개성을 완벽히 표현해냄과 동시 점점 큰 혼란으로 빠져드는 사건을 파고들며 흔들리고 고민하는 박목사의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히 소화해낸 역대급 파격 변신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날 이정재는 '사바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 당시 내가 제안을 받은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을 재미있게 봤기도 하고 내가 한 작품 중 미스터리 스릴러를 도전한 적이 없어서 관심이 생겼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종교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신을 믿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의 이야기지 않나? 종교 영화라기보다는 범죄물이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그래서 더 신선했다. 범죄 영화인데 범죄 영화로만 보이지 않아서 독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것(이재인)이 등장하면서 오컬트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분량상 적게 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태어나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라는 암시가 미스터리적인 요소로 영화 전반을 감싸고 있다. 오컬트적인 느낌보다는 미스터리 느낌이 더 강하다. '검은 사제들' 감독이 유사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서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는데 정작 읽어보니 오컬트적인 느낌은 없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정재는 데뷔이래 첫 미스터리 장르, 오컬트 장르를 도전한 것에 대해 "연기하는 데 있어서 색다른 지점은 있었다. 어제(14일) '사바하'를 본 몇 분과 만나 영화와 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분들 말로는 '박목사는 왜 이렇게 궁금한 연기를 했느냐?' '놀랄 일도 아닌데 놀란 연기를 했다'고 감상평을 남겼더라. 사실 이게 얼마만큼 중요한 일이고, 이게 얼마만큼 궁금증을 전달하느냐 수위를 장재현 감독과 상의해서 수위 조절하고 계산한 것이더라. 약간 그런 연기톤과 지점이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연기적인 어려움을 느꼈다. 평상시 연기했던 톤보다 과장했던 부분이 있다. 톤 조절하는 게 어려워 촬영할 때도 매번 찍고, 보고 했던 것 같다. 모니터를 현장에서 더 많이 했던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장재현 감독과 잘 안 맞았다. 유머 코드도 독특하고 박목사에 대한 톤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그것마저 독특했다. 대본 연습을 하는데 화이트보드에 두 시간을 강의를 해주더라. 그 이후 대본을 연습했는데 내가 읽은 톤과 장재현 감독의 톤이 조금 달랐다. 장재현 감독이 좋아하는 특유의 연기 톤이 있었는데 그게 내가 했던 지점과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어려웠다. 이후에 다시 장재현 감독과 만나서 장재현 감독의 연기를 내 휴대전화 카메라로 다 녹화를 했고 그걸 바탕으로 연습을 했다. 장재현 감독이 말하는 투와 템포가 다르다. 그래서 조금 색달랐다. 장재현 감독의 톤을 내 걸로 만들면 조금 다르게 보여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지금까지 연기해본 작품 중 이렇게 캐릭터를 연기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장재현 감독은 촬영장에서 나의 모든 연기가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처럼 다시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여러모로 색다른 도전이었다"고 답했다.

이정재는 "한동안 시대극, 판타지를 연기했는데 이후엔 현대극을 해보고 싶었다. '사바하'를 제안받았을 당시 제안받은 작품이 형사, 안기부 요원이었다. 주로 액션 비중이 많은 영화가 많았다. 그 사이에 '사바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굉장히 신선했다. 박목사 캐릭터를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관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자신보다는 내가 재미있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며 "지금도 여전히 형사물 제안이 많다. 형사물이 가진 독창성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주로 비리를 다루는 작품이다. 안 봤는데도 본 것 같은 기시감을 갖게 하는 작품들이 많다. 작품을 고르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됐고 또 한동안 '내가 왕이 될 상이오'라는 유행어를 만든 '관상'(13, 한재림 감독) 같은 사극 작품을 했는데, 빨리 현대극을 해서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사바하'를 하게 된 것도 있다. 상남자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런 연기를 또 한다면 '전작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지 않을까?' 고민도 됐다. 그런 와중에 박목사는 조금 다른 지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정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멜로 장르에 대한 관심도 크다는 이정재는 "이정재라는 사람이 멜로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이정재라는 배우로 멜로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런데 사실 충무로에 멜로 시나리오가 없다. 이제 절친 정우성과 멜로를 같이 해야 하나 싶다.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정우성과 싸우는 작품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과거에 김성수 감독이 '감기'(13)를 연출하기 전 정우성과 함께할 기획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 기획한 작품이 뒤로 밀리기도 했고 서로 활발한 작품을 하면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우성과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는데 그게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정재는 최근 '사바하'의 호평과 달리 예상치 못한 신천지 논란이 생긴 과정도 언급했다. '사바하' 제작진은 지난주 종교단체인 신천지로부터 특정 종교를 비하하는 장면에서 자신들의 종교가 언급됐다는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된 장면은 신흥 종교 신흥 종교 집단의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는 박목사(이정재)가 이단 종교를 나열하는 대사가 담긴 장면. 이 장면에서 이정재가 '신천지'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이런 사실을 접한 신천지는 '사바하'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제작진은 시사회 당일인 지난 13일 이정재와 함께 문제 된 장면을 재녹음해 논란을 불식시켰다.

신천지 논란에 대해 이정재는 "사실 어떻게 보면 오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박목사 대사 중에 '강원도 신천지 본부를 조사하다가…'라는 대사였다. 신천지 문제라고 언급한 대목이 아니었다. 박목사는 돈이 되는 구석이면 그 어디에든 다 조사를 하는 캐릭터인데 그 장면은 문제를 발견해서 조사했다는 취지의 장면이 아니었다. 다만 신천지에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상에서 크게 방해되는 장면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고쳤어야 했다. 그래서 재녹음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기독교를 믿는 이정재는 '사바하'가 이단 종교를 다룬 것에 대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종교를 가진 분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일 것이다.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내 생활을 반성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잘 믿고 올바른, 건전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됐다"고 소신을 전했다.

한편,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등이 가세했고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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