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좋은 연기→살아남는 방법"…'韓니콜라스 홀트' 정가람의 뚝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2-11 13:22


11일 배우 정가람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가람. 삼청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2.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인생은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고, 특히 배우는 좋은 연기를 해야 살아남는 것 같아요."

지금껏 본 적 없는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좀비로 변신한 배우 정가람(26). 그가 쉽지 않았던 좀비 연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코미디 영화 '기묘한 가족'(이민재 감독, 씨네주 제작)에서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시착한 말귀 알아듣는 채식주의자 좀비 쫑비를 연기한 정가람. 그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기묘한 가족'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조금 많이 모자란,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 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다룬 '기묘한 가족'. 기존 코미디 장르에 좀비물을 접목한 '기묘한 가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개념 코미디로 112분간 관객을 배꼽 잡게 만든다. 좀비 영화가 더는 마이너 장르가 아님을 입증한 '기묘한 가족'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좀비 코미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불모지였던 좀비 소재에 한국적인 정서를 더하며 1000만 관객이라는 큰 성공을 거둔 좀비버스터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이후 조선판 좀비 영화 '창궐'(18, 김성훈 감독),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킹덤'(김은희 극본, 김성훈 연출), 그리고 '기묘한 가족'까지 좀비물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묘한 가족'이 '부산행'을 이을 좀비버스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기묘한 가족'에서 피보다 케첩과 양배추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좀비로 변신한 정가람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역대급 좀비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자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몸속 회춘 바이러스를 이용해 돈벌이를 시작한 기상천외한 주유소집 가족들과 기묘한 가족애를 형성한 것은 물론 주유소집 막내딸 해걸(이수경)과 풋풋한 로맨스 라인까지 소화한 정가람. 촬영 전 3개월간 좀비의 움직임에 대한 사전 연구와 트레이닝을 걸쳐 쫑비 캐릭터를 구축하고 촬영 중 셀 수 없는 양의 양배추를 먹으며 쫑비를 완벽히 표현한 정가람은 '기묘한 가족'에서 역대급 존재감을 드러내며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이날 정가람은 "최근 열린 '기묘한 가족' 시사회 때 봤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예상했던 영화가 나왔구나!'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일단 너무 신선했다. 기존에 완전 예상할 수 없었던 장르인데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 내가 찍은 영화를 보면서 촬영할 때 기억이 많이 생각났다. 촬영 당시 웃기게 찍은 추억이 생각났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예전부터 좀비 영화들이 많지 나오지 않았나?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많이 나오고 있고 외국에서는 장르가 구축됐는데 대부분 공포물이다. '부산행'을 본 뒤 '기묘한 가족' 시나리오를 봤는데 '부산행'과는 전혀 색다른 느낌이더라. 코믹 좀비라고 하니까 내가 생각했던 좀비에 대한 이미지가 없더라. 다만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걱정했다. 참고할 영화나 이런 것들이 있는 게 아니라서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었다. 이민재 감독도 참고보다는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셔서 편하게 대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것에 대해 정가람은 "'기묘한 가족'에 출연한 선배들이 코미디에 워낙 출중한 선배들이다. 그래서 그사이에서의 부담감은 가졌다. 평소에도 말로 웃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만약 내가 맡은 캐릭터가 말로 웃겨야 했던 캐릭터였으면 더 어렵고 힘들었을 것 같다. 상황이 주어지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에 있어서 장면 그대로 반응을 하는 편이라 수월했다. 또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영화 속 장면들이 나로 인해 사건이 일어난다. 이수경과도 붙는 신이 많으니까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웜 바디스'(13, 조나단 레빈 감독) 속 니콜라스 홀트와 비교에 대해 "'한국의 니콜라스 홀트'라는 평가는 아직 아닌 것 같다. 내가 감히 니콜라스 홀트와 비교할 실력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웜 바디스'를 재미있게 봤다"며 "좀비 연기를 하는데 어려웠던 지점이 촬영할 때 재미있는데 대놓고 웃을 수가 없어 힘들더라. 상황이 너무 웃기는데 표정을 지을 수 없으니까 그런 부분이 쉽지 않더라, 좀비라서 대사도 없다. 몇몇 선배들에게 대사 없는 연기의 고충을 들었는데 막상 연기해보니 생갭다 더 힘들었다. 배우가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대사가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에서 얼굴 표정과 행동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쫑비는 실제로 '으어~'라는 대사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나름의 강약을 주고 싶어 연구를 많이 했다. 내가 주어진 상황에서 '으어~' 소리로 살릴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웃었다.


정가람은 좀비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움직임 연기에 대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그는 "좀비 움직임을 정말 많이 준비했다. 대게 일반적인 좀비 이미지는 비슷하지 않나? 관절이 꺾이면서 달려오는 무서움이 있는데 처음부터 쫑비는 그런 좀비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머리로는 좀비 이미지가 있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연습실을 빌려 마임 연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선생님께 배웠다. 걷는 자세부터 뛰는 것까지 교정을 봤고 최종적인 쫑비의 이미지가 나왔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 만든 캐릭터다"고 자신했다.

그는 "쫑비를 연기하기 위해 기존에 나온 좀비 영화는 모두 섭렵한 것 같다. 좀비 영화들에서 좀비는 뭉쳤을 때 그 공포감이 극대화되는데 우리 영화는 나 홀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컸다. 코미디를 가미한 좀비지만 웃기게 연기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했고 좀비의 움직임이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해서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양배추를 먹는 좀비 설정에 대해 "좀비는 뇌를 먹는데, 양배추가 사람의 뇌와 비슷하게 생겨서 쫑비는 양배추를 먹게 됐다. 이런 설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다만 촬영하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양배추를 먹었다. 영화 속에서 양배추밭에 뛰어다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이민재 감독이 군데군데 깨끗한 양배추를 지정해줬다. 하지만 정작 촬영 들어가면 지정된 양배추가 어디 있는지 볼 수 없어 밭에 널브러진 양배추를 파먹었다. 근데 평소에 알던 아삭아삭한 양배추가 아니라서 힘들었다. 생양배추는 비린내도 나고 무엇보다 양배추 잎이 정말 안 뜯긴다. 이가 아플 정도로 양배추를 뜯어 먹었는데 촬영이 끝난 뒤에는 이가 튼튼해진 기분이었다. 덕분에 소화도 잘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양배추가 먹을 만 해지니 케첩을 주더라. 양배추에 케첩을 뿌리게 됐는데 이 조합이 정말 이상했다. 케찹도 범벅으로 뿌려 먹어야 해서 연기하면서 순간 역하게 올라올 때도 있고 입이 다 헐기도 했다. 한동안 케첩이랑 양배추를 먹지 않았다. '기묘한 가족'은 회춘이라는 설정 특성상 사람의 팔을 많이 물어야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에 사람의 팔을 물어볼 일이 없지 않나? 처음으로 다양한 사람의 팔을 물어봤는데, 사람의 팔도 맛이 전부 다르더라. 짭짤하면서 달콤함도 느껴졌다"며 "지금은 양배추 성분이 함량된 위장약을 주로 먹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가람은 "지금은 아직 내가 어떤 연기를 잘하는지 모르는 시기인 것 같아 모든 장르, 모든 캐릭터를 다 도전해보고 싶다. 얼마 전 정재영 선배의 인터뷰를 봤는데, 재영 선배도 장르 불문하고 연기를 도전하고 있다. 재영 선배처럼 많은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다"며 "사람마다 방향성도 틀리고 아직 여러 가지를 해보면서 도전할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 여러 장르를 해보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 찾고 좋은 선배들에게 좋은 연기란 무엇인지도 배우고 싶다. 열심히 신중하게 이뤄나가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요즘 더 많이 느끼는 대목이 한국엔 좋은 배우들이 너무 많고 그래서 내가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인생은 결코 쉬운 게 없다는 것도 잘 알게 됐다. 그럼에도 배우에게 제일 좋은 것은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기묘한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특별한 남자로 인해 개성 넘치는 가족과 조용했던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다.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박인환이 가세했고 이민재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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