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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은 마약반이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한 뒤 치킨집에 잠복 수사에 나섰지만 뜻밖에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수사는 뒷전이 된 마약반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펼친 '극한직업'. 닭을 팔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수사를 하기 위해 닭을 파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마약반의 고군분투를 다룬 '극한직업'은 보는 이들에게 큰 웃음을 전하며 설 극장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극한직업'은 '범죄도시'(17, 강윤성 감독) 위성락으로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에 파란을 일으킨 진선규의 첫 코미디 도전으로 시선을 끈다. 극 중 사건 해결보다 사고 치기에 바쁜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로 변신한 진선규는 수원 왕갈비집 아들로, 갈비 양념 비법을 전수받은 레시피를 이용해 잠복한 치킨집을 대박나게 한 일등 공신으로 등장, 빅재미를 선사한다. 본인도 몰랐던 숨은 재능인 절대 미각을 발견한 뒤 요리와 수사를 양손에 거머쥐며 살벌하게 웃기는 마성의 캐릭터로 환골탈태한 진선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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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청룡영화상 이후 올해까지 네 작품 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와 정말 상황이 달라졌다. 일례로 집에서 쓸 돈이 조금 여유가 생기고,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종종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는 형편이 됐다. 집을 사고 재테크, 투자하지는 않았다. 그저 아내, 자식들과 쓸 돈이 생겼고 후배들에게 밥 한 두 번 사줄 수 있는 여유가 됐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소박한 행복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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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는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준 동료들에게 무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나는 연기를 잘 못 하는 애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면서 우리끼리 만들어보자 했던 워크숍의 스타트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게 좋은 기회가 됐다. 그때 만들었던 워크숍을 통해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를 느꼈다. 그때는 '나는 훌륭한 배우가 될 거야'라는 다짐은 없었고 그저 '연기를 재밌게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다. 동료들과 모이는 게 즐겁고 연기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그 뒤에도 연기에 대한 다양한 도전을 해보게 됐고 그렇게 우리의 워크숍이 적립화됐다. 실제로 워크숍을 통해 만든 공연이 흔히 말해 '대학로 선수'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선수 중에는 극단 차이무 선배들이 와서 봐주고 좋아해 줬다. 그때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그게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마 그때 만난 동료,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쯤 좌절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연기를 시작하고 결혼한 뒤 집에 쌀이 떨어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믿기지 않지만 정말 결혼하자마자 쌀이 떨어지더라. 현금 카드가 다 끊기기 시작하고 돈이 떨어졌다. 그래도 너무 고마운 게 아내이자 동료 배우인 박보경이 나에 대해 실망한 게 아니라 친구에게 '빨리 전화해 부탁하자'고 말해주더라. 에너지가 눌린 게 아니라 '앞으로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됐다. 내가 즐거워한 걸 다 허락해준 아내인데 그런 아내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다.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드라마에 나오고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겠지?' 바람을 가졌지만 '돈을 많이 버는 배우가 될거야' 이런 생각은 안 했다. 즐겁게 내 일을 하다 보면 되겠지 했는데 생갭다 너무 빨리 된 것 같다. 나는 내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할 수 있었고 그걸 도와준 동료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루피처럼 동료를 많이 만들고 함께 가고 싶다. 원래 정말 부족한 사람이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겸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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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계속 악역을 제안받았는데 다른 느낌, 새로운 이미지의 작품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범죄도시'를 지워버리고 싶어가 아니라. 이건 이대로 나의 큰 존재감을 남겨 두고 또 '범죄도시'의 아류를 만들기보다는 다른 이미지로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의 대표작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욕심이 많아진 것 같다. 나도 사람이라 비슷한 역할을 하다 보면 부족해질 때가 있다. 지금은 다른 느낌의 다른 것들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연기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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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진선규는 "다들 내게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하는데 지금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노 젓기보다는 내가 가야 할 곳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막무가내로 노만 젓다가는 그 자리를 뱅뱅 돌 수도 있고 내 배의 크기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노를 저으면 침몰할 수 있다. 특히 나는 내 동료들을 모을 수 있는 배를 몰고 싶은데 그래서 자만하지 않고 더 조심, 더 조신, 더 겸손하게 연기하려고 한다"고 진심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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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 플러스 엠,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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