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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종영까지 단 2회만이 남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일명 '대작 드라마'라 불리는 작품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를 만났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AR(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보기만 해도 신선한 소재이자 낯선 소재의 드라마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송재정 작가는 "소재를 어디서 찾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제가 원래 'W' 끝난 후에 타임슬립 마지막편을 하고 싶었다. 스토리라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사람이 어떤 호텔에 묵다가 낯선 자가 와서 총을 쏴서 쓰러진다는 이야기였다"며 "쓰다 보니까 타임슬립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욕구가 안 생기더라. 소재에서 뭐가 없을까 방황하던 중에 '포켓몬고' 열풍이 일었다. '이건 뭘까?' 생각을 하고 다운을 받아서 해봤다. 잡아보면서 '엄청난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송재정 작가는 "게임을 원래 좋아했지만 그 소재를 생각 안 했던 이유는 자본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고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포켓몬고'처럼 아이템만 CG로 처리할 수 있다면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눈이 번쩍 뜨인 거다. 도전해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서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를 그대로 둔 채 넘어왔다"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첫 시작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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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정 작가가 좋아하는 세가지는 피폐한 남자 주인공과 규칙이 있지만, 무규칙으로 비춰지는 세계관, 그리고 멜로다. 송 작가는 "기사나 분석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남주를 너무 굴린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거 같다', '피폐함을 즐기는 변태같다', '무규칙의 세계관이다'고 하시는데 저는 나름의 규칙을 즐기고 멜로도 좋아하고 피폐해진 남성도 좋아한다. 다만 멜로가 어려워서 그런다. 정통멜로가 아니라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를 표현하기가 어렵다. 항상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돼서 멜로의 장르를 찾다가 어려워하는 거 같다. 코믹도 멜로도 좋아했는데 연결시키다 보니까 접점을 찾다 보면 게임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희주와 멜로만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멜로를 고생하면서 했는데 10회나 12회를 보면은 하드한 얘기가 나올 때 멜로로 바로 얘기가 넘어가는걸 시청자들도 부담스러워하시고 장르 결합이 어렵다는 것을 저도 느꼈다. 사람이 죽어도 저쪽에선 사랑도 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고 배우들도 어려웠을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철저히 판타지를 담아낸 드라마기에 대본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이에 대해 송재정 작가는 안길호 PD와의 작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완벽함보다 더 완벽하게 구현을 해줬다는 설명이다. 송 작가는 "만들기 전 PD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PD님이랑 같은 그림을 제가 그리고 있더라 이번엔 정말 이상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는데 안길호 감독님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1회 시사를 보고 놀랐다. 완벽하게, 완벽함보다 더 완벽하게 퀄리티 좋게 만들어주셨다"고 말했다. 또 배우 현빈과 박신혜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송 작가는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만든 배역은 아니지만, 현빈 씨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하고 있다. 너무 완벽하게 구현하셨다. 액션도 잘하고 멜로도 잘하고 재벌이어야 하고, 신체조건도 전사 못지않아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현빈 씨 밖에 없더라. 기대를 했는데 방송을 보니까 제가 놀라고 감동할 정도로 완벽하게 유진우를 해주셔서 같이 작업해서 영광이라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박신혜에 대해서도 "처음에 신혜씨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 히어로물이다 보니 스파이더맨이든 배트맨이든 여자 캐릭터가 능동적일 수 없다. 이 남자의 마음의 이상향이다. 제 작품에 여자 캐릭터가 작다고 혼나는데 장르적 특성이다. 히어로물을 가져오다 보니 늘 노력해도 적다. 그래서 박신혜 씨에게 양해를 구했는데 1인 2역에서 오는 엠마의 역할이 새로움이 아니었나 싶다. 박신혜 씨도 엠마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마지막회까지 엠마에 대해 놀라게 될 거다. 박신혜 씨에게 놀란 것이 6,7,8회에서의 깊은 멜로에서 놀랐다. 지름껏 본적없는 박신혜씨의 모습을 본거같아서 액션을 하지 않아서 덜 그럴 수 있지만 깊은 감정을 표현해주셔서 본인 연기에서도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고 엠마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봐주시면 좋겠다. 신혜 씨도 액션을 하고 싶었을 텐데 액션도 엠마도 할 수 없어서 액션을 넣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전했다.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를 자랑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지만, 다소 느린 전개와 부족한 멜로라인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송 작가는 "느린줄 몰랐는데 느리다고 하셔서 '그런가'라고 했다. 제 입장에선 너무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가' 싶더라. 느리다고 하시는 분들은 속도있는 전개를 좋아하시더라. 정훈이도 없고 희주만 남은 상황에선 캐릭터 플레이로 가려고 했다. 유진우라는 사람이 모든 것을 잃고 혼자서 가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가 중요한 문제여서 집중했는데 그전에 매력을 느끼신 분들은 느리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저한테는 진우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 1회에서 6회까지는 증강현실과 게임에 대해서 깨닫고 놀라는 과정을 담았다. 6회까지는 게임의 룰을 설명하는 거였다. 7회부터는 그걸 알게된 진우가 반격하는 과정이었다. 그때 다시 패배한다. 그래서 후반부는 이 친구가 다시 일어나려고 했는데 완전히 모든것을 잃고 희주만 남은 상황에서 희주의 동생을 찾아주고 과거사를 떨치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3부에 담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고뇌가 와닿지 않고 지루하셨나보다 했다. 그러나 그게 엔딩으로 가기 위해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등장할 이야기들은 한정적이다. 단 2회만이 남겨져 있기 때문. 송 작가는 "관전포인트이자 중점적으로 봐주실 것은 엠마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안 보여드렸다. 황금열쇠를 받아서 세주가 돌아와 심심하다가 아니라, 왜 박신혜 씨가 꼭 엠마여야 하는지가 15회와 16회에 나오니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진우의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들. 보시는 분들이 학을 떼시는 전처들과의 관계와 지금까지 나오는 형석이. 이분들은 다 해결해야 진우가 진짜 희주한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여자지만 희주가 아깝다. 왜 저 남자를 만나서 고생을 하고, 순수한 20대 여인이. 진우는 사실 재벌인 것 빼면 아쉬운 게 많다. 당당히 희주에게 가려면 해결 방법은 뭘지, 저에게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형석이를 자신이 죽인게 아니라는 마음의 빚을 다 갚아야 희주에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송 작가는 "'소재가 특이하다', '플롯이 낯설다'고 하시는데 전 오히려 단순하다고 본다. 오딧세이처럼 다 가진 왕이지만, 전쟁에 갔다가 반격도 당하고 항해 중에 신화적 일도 겪는다. 요정에게 쫓기기도 한다. 마법적 일과 현실적 일이 이어지는 영웅적 이야기다. 영웅적 이야기의 틀은 많이 나온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이 영웅인데 희한한 일을 겪지 않나. 제 등장인물도 거기서 큰 일을 더 겪지 않는다. 지금은 진우의 프롤로그 같은 이야기를 펼친 거다. 재벌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레벨을 높이기 위한 과정. 퀘스트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되는 것. 'W'가 이상한 것은 이미 영웅인데 등장인물이 '내가 영웅이 아니라 가상인물이었어'를 생각하는 과정이다. 영웅이 아닌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일을 거치면서 현실과 게임에서 사랑을 찾아내면서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담는 거다"고 설명하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하나의 인물평전 혹은 히어로물로 정의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가 스페인 그라나다에 방문해 여주인공 정희주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으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현빈, 박신혜 등의 캐스팅으로 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오는 20일 최종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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