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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류승룡, 반가운 '희극지왕'의 귀환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1-14 17:1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를 하면서 한 번도 극한직업이라 생각한 적은 없어요."

영화 '아는 여자'(04, 장진 감독)를 시작으로 올해 스크린 경력 15년 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 류승룡(49). 롤러코스터와 같았던 삶을 보낸 그가 자신만의 연기 철학, 삶의 소신을 전했다.

수사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 어바웃필름 제작)에서 언제나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만년 반장 고반장을 연기한 류승룡.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극한직업'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은 마약반이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한 뒤 치킨집에 잠복 수사에 나섰지만 뜻밖에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수사는 뒷전이 된 마약반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펼친 '극한직업'. 닭을 팔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수사를 하기 위해 닭을 파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마약반의 고군분투가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다.

특히 이번 '극한직업'은 류승룡표 코미디 진수가 담긴 작품으로 입소문을 얻으면서 관객의 기대치를 높였다. 앞서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12, 민규동 감독) '7번방의 선물'(13, 이환경 감독) '염력'(18, 연상호 감독) 등을 통해 '충무로 희극지왕'으로 등극한바, '극한직업' 역시 전매특허, 하드캐리한 코믹 연기를 펼쳐 새해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날 류승룡은 "'극한직업'을 지난 10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처음봤는데 보는내내 긴장하고 봤다. 다른 영화는 사전에 기술시사로 먼저 보기도 했는데 이번 '극한직업'은 스케줄 때문에 공고롭게도 기술시사를 못 봤다. 그래서 시사회를 통해 처음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게 봤다. 시나리오 봤을 때 킥킥 거리면서 재미있게 봤던 부분이 잘 구현된 것 같다. 부족했던 상상력을 채워준 부분도 많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류승ㄹㅇ은 "'염력' 이어 '극한직업'으로 연달아 코미디 장르를 선택하게 됐는데, '염력'은 '극한직업'과 달리 블랙코미디다. 그 작품에서는 혼자 해내는 코미디가 많고 슬랩스틱도 많았다. 또 슬픈 상황,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펼치는 코미디였다. 반면 '극한직업'은 혼자 소화할 수 없는, 구성력과 아이디어가 있다. 독수리5형제 같은 케미도 있다. 코미디에 일가견 있는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촘촘한 코믹감이 아우러져서 나온 협동 코미디 같다. 그런면이 좀 다르다"며 "한 번도 스스로 '희극지왕'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 '극한직업'은 굉장히 편했다. 이 작품은 시나리오 읽을 때부터 재미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달랐다. 대게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리면서 읽는다. 그렇다고 내가 연기를 하면서 읽지는 않는데 이 작품은 어느 순간 내가 연기를 하고 있더라. 리딩할 때 느낌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혼자 킥킥거리면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이거 정말 재미있겠다' '대박이다'라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을 줬다. '극한직업'이 내게 와서 고마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의 류승룡을 만들어준 출세작인 '내 아내의 모든 것'과 비교에 대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애드리브나 현장에서 많이 만들고 바꿨다. '극한직업'은 거의 90% 시나리오대로 촬영한 작품이다. 이병헌 감독의 디렉션 대로 만들었다. 설계도가 견고했던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극 중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해체 위기 마약반의 좀비 반장으로 변신한 류승룡은 숨 쉬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기상천외한 코믹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날렵한 형사 캐릭터를 위해 7개월간 치킨, 밀가루, 탄수화물 등의 음식을 자제, 식단조절을 하며 12kg을 감량한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류승룡은 "'치느님'인 치킨온 국민이 다 좋아하는 음식아닌가? 종류도 많고 남녀노소 다 좋아하는 음식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때 나는 식단 조절을 하고 있어서 양념이 안 된 닭 부위를 먹거나, 닭이 되기 전 달걀만 먹었다"며 "현장에서 정말 치킨을 많이 먹었는데 배우들이 일부러 내 앞에서 맛있게 먹더라. 너무 괴로웠다. 치킨을 튀기자마자 먹는데 너무 바삭바삭하고 맛있게 먹더라. 바삭바삭한 소리부터가 너무 힘들었다"고 웃었다.

특히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대박을 터트린 '수원왕갈비치킨'에 대해 "한 번도 맛을 보지 못했다. 배우들이 먹는 표정만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봤을 뿐이다"며 "사실 '염력'에서 너무 살을 찌웠다. 이번 작품에서 찌웠던 걸 다시 없앴던 과정이었다. 웃프게도 '염력' 때 치킨을 많이 먹었다. 치킨을 먹고 살을 찌웠는데 그 살을 빼기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걸리더라. '염력' 때 12kg 찌운 거를 '극한직업' 때 뺀 것이다"고 설명했다.


류승룡은 함께한 동료들에 대해 "이하늬는 현장에서 정말 리더 역할을 했다. 기분좋은 에너지를 펼쳤다. 너무 기분좋게 현장을 끌어준게 이하늬다. 또 진선규도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동휘와 케미도 잘맞았다. 이동휘는 혼자만 정상인 캐릭터인데 정말 중심을 잘 잡았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캐릭터를 너무 잘 잡았다. 현장에서도 굉장히 진지한 배우였다. 고민하고 탐구하는 배우였는데 그 몫을 해냈다. 공명은 마음과 몸이 건실한 청년이었다. 연기도 맑고 우리 팀내에서는 '멍뭉이'였다. 처음에는 수줍어하고 낯가렸는데 지금은 너무 친밀한 사이가 됐다"고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그는 "우리 팀은 유독 서로 배려하고 위로해줬다. 코미디 장르는 속된말로 '따먹는다'고 하지 않나? 그런게 없었다. 우리는 무조건 팀워크였다. 핸드볼처럼 배우들에게 무언의 약속이 됐었다. 도덕책처럼 이야기 하려고 한게 아니라 서로 노력은 하돼 욕심은 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어 "배우들끼리만 한 공약은 아니지만 만약 '극한직업'이 성공적인 흥행을 한다면 스태프들끼리 처음 미팅할 때 만난 카페를 가자고 했다. 배우들과는 처음 만났을 때 황정민의 연극 '리처드3세'를 봤다. 그걸 배우들이 보고 난 뒤 사무실에 돌아와 연습하기도 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면서 연습했는데 그렇게 팀워크가 다져진 것 같아. 뭘 크게 하지는 않았지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지난 2017년 단톡방을 만들어 오늘까지도 뜨겁게 배우들과 호흡해주고 있다. 으›X으›X를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4년 데뷔해 올해 15년 차를 맞은 류승룡은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극한직업'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다만 힘든 부분은 있었다. 아무래도 감정을 세공하고 정제된 부분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분이 힘들긴 하지만 나머지는 어려움은 누구나 갖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은 많이 비워내고 그래야 또 좋은 걸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걸 채워야 사람들에게 좋은 걸 나눠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근래에는 나에게 시간을 많이 준 것 같다. 어디든 가보고 그곳에서 좋은 걸 담고 싶어 여행을 많이 다녔다. 또 가족들과 추억을 많이 쌓으려고 했다. 많이 걷다보니 정말 좋더라. 물론 '걷기왕' 하정우만큼은 아니겠지만 요즘 시간이 되면 많이 걷고 주변을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흥행이 잘됐어도 걸었을 것 같다. 흥행과는 별개인 것 같다. 인생에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하다는걸 알게 됐다. 쉼표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들도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차츰 알아가는 것 같다. 이게 나이가 드는 증거인거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류승룡은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고 더불어 평안한 삶을 사려고 한다. 좋은 게 좋은 것 같다. 그게 현장에서도 좋은 것 같다. 동료 배우들에게도 이런 말을 많이 했다. 흥행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다만 현장에서의 몫은 우리가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다. 행복하게 촬영하자고 했다. 행복하자는 부분에 공감했고 동의했다. 다들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배려한 것 같다. 그래서 제일 궁금한 부분이 관객들이 이런 배우들의 행복감을 알아줄지다"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한편,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뜨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작품이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가세했고 '바람 바람 바람'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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