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시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을 보면 현 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대중에게 관심이 없는 대중예술은 존재가치가 없다. 때문에 어떻게든 대중에게 인정받으려는 것이 대중문화인들의 숙명이다.
최근들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눈에 띄게 등장하는 감정이 있다. 바로 '분노'다. 스크린이고 안방극장이고 캐릭터들이 모두 화에 가득차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안방극장에서는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2편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SBS '황후의 품격'은 김순옥 작가 작품의 특성상 캐릭터들마다 분노가 쌓여있다. 오써니는 장나라 본인의 말대로 "널뛰는 감정"을 가졌고 천우빈을 연기하는 최진혁은 "촬영을 하다 감정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실제로 욕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황제 이혁(신성록)과 태후(신은경), 민유라(이엘리야) 등 캐릭터들이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지난 5일 시청률 15.8%(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은 JTBC 금토극 'SKY캐슬'도 그렇다. 차민혁(김병철) 교수는 늘 자녀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한서진(염정아)은 딸 예서(김혜윤)의 앞길을 막는 것은 '불도저'처럼 치워댄다. 예서는 성격상 늘 화가 나있고 김혜나(김보라)는 복수를 꿈꾸다 목숨까지 잃었다. 박수창(유성주) 교수는 총을 들고 부들부들 떤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언니'의 포스터에는 '그녀가 폭발한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영화 속에서 이시영은 여동생이 유괴당하자 분노가 폭발한다. '성난황소'에서 한 때 잘나가던 마동석은 마음잡고 사는 남자지만 아내(송지효)를 납치해간 악당들 때문에 화가 치솟는다.
물론 극에서 갈등은 중요한 재미요소다. 하지만 이렇게 분노에 찬 캐릭터들이 일시에 등장하고 인기를 모으는 시기가 많지는 않았다. 팍팍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일의 연속인 현대인들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그 분출구를 찾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창작자들은 요즘 그 울분을 터뜨릴 곳 없는 대중들의 마음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