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제기된 넥슨, 그 파장과 영향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15:45


NXC 김정주 대표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코리아의 창업주이자 지주사인 NXC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정주 대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새해 벽두 게임계를 강타하고 있다.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대표가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대표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 김 대표의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 등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한 것으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태리를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NXC와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서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넥슨코리아를 비롯해 계열사 임원진에게 NDA(비밀유지각서)를 받고 회사의 극비사항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매각 과정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실화 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게임산업 전반에 미치는 판도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왜 팔려하나

김정주 대표는 넥슨그룹의 지주사인 NXC를 사실상 전부 소유하고 있으며, NXC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일본법인의 절반에 가까운 47.9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넥슨 일본법인은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 유모차 '스토케'와 유럽의 가상화폐거래소인 비트스탬프의 대주주인 벨기에의 NXMH법인이 NXC의 계열사이다.

설 연휴로 휴장중인 일본 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일본법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28일 현재 1조 2635천엔으로, 이 가운데 NXC가 보유한 가치는 6625억엔 정도이다. 원화로만 환산해도 약 6조379억원 정도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져 10조원이 넘을 경우, 국내 최대 M&A 거래가 될 것으로 보인다.

M&A를 통해 넥슨을 키워왔던 김 대표가 이를 활용해 업계를 떠날 것이란 얘기에 대해 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도, 실제로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미칠 파장에 대해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M&A의 귀재'로 통하는 김 대표가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동시에 최근 2년여간의 법적 소송으로 인해 게임산업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은 것이란 개인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학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무상 양도했다가 이 문제로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은 끝에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 이후 넥슨코리아를 통해 1000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회에 좀 더 책임감 있는 일을 하는 것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 게임산업에 드리워진 규제는 어느 정도 걷히고 있지만, '사회악'으로 치부되고 있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하다는 것 역시 매각 결정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김 대표가 넥슨재단 등을 통해 진행하고 있던 국내외 사회사업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사업 등 신사업에 당분간 매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인수 주체와 규모는


이처럼 10조원대의 매물이 나온다면 이를 인수할 주체로는 몇몇 국내외 게임사가 거론된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회사는 중국에서 넥슨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만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중국 텐센트이다. 텐센트는 현재 중국 내에서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 미발급 등 정부 규제로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지난해 고점 대비 30% 가까운 시가총액이 감소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넥슨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 서비스사인 라이엇게임즈, 그리고 '클래시 오브 클랜' 등을 개발한 핀란드의 슈퍼셀 등 세계적 게임사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중국 넷이즈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고, 미국의 EA 역시 후보회사로 꼽힌다. 일본에 상장돼 있기에 소프트뱅크 등 일본 ICT 회사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국내에선 한 때 지분을 스왑하며 협력 관계를 가졌던 엔씨소프트, 그리고 넷마블이나 카카오게임즈 등이 있지만 워낙 규모가 상당하기에 투자자를 동반하지 않고는 단독으로 선뜻 인수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넥슨이 모바일게임에선 빅플레이어로 꼽히고 있지는 않지만, '던전앤파이터'를 비롯해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FIFA 온라인 4' 등 온라인게임의 개발과 서비스에선 여전히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회사인데다, 이런 히트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각종 플랫폼에 대응하는 게임을 현재 속속 개발하고 있기에 매물로서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넥슨은 자체 e스포츠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를 만들고 e스포츠 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있기에 이 역시 가치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파장과 영향은

정작 해외 게임사들에 매각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중국과 일본, 북미 등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플레이어인 넥슨의 IP와 개발력, 인력 등이 해외로 넘어갈 경우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 자국 게임들에 연말부터 판호를 내주기 시작했는데, 변화된 발급 기준에 청소년 보호가 강조될 경우 성인보다는 청소년 게임에 특화된 넥슨의 IP가 가장 적합하기에 중국 게임사가 주인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이는 상당한 파장도 예상된다. 중국은 일본과 달리 한국 게임산업과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IP를 무단으로 도용해 카피 게임을 만들며 국내 게임사들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기에 업계에선 중국으로의 IP 유출을 가장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세를 가장 정확하게 읽는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가 자신이 25년간 애지중지 키운 넥슨을 시장에 내놨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격화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글로벌 경쟁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넥슨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을뿐, 국내 게임산업 전체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넥슨그룹은 재무제표 수치상으론 조금씩이나마 매년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을 걷어낼 경우 다른 분야에선 정체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을 것이란 냉정한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선 수년만에 구조조정설이 나올 정도다.

업계 한 전문가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넥슨은 일본에 상장된 일본 회사이기에, 다른 나라 회사로 바뀌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또 국내 게임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것도 있지만 그만큼 넥슨이 플랫폼 다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잘 되는 게임만 인수, 매출 극대화에만 신경쓰다보니 현재의 한계 상황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 게임계의 상징적인 개발자인 김정주 대표의 퇴장이 서운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 넥슨이 가지고 있는 '개발 DNA'를 다시 일깨우는 자극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IP와 개발인력의 해외 유출은 분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딜을 통해 발생하는 자금이 주로 국내 게임 생태계 발전을 위해 쓰이면서 선순환이 일어나야 그나마 경쟁력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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