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2018 흥행 톱10 기록, 無"…투자·배급 명가 CJ의 추락, 2019년은?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08:4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때 투자·배급사 흥행 1위를 지키며 전성기를 이어갔던 CJ ENM. 그러나 CJ ENM이 지난해 연이은 흥행 실패를 맛보며 '투자·배급 명가'라는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과연 CJ ENM은 올해 흥행 부진을 털고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 흥행작은 8월 1일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함께2', 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이다. 누적 관객수 1227만1946명으로 2018년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성공궤도에 올린 국내 굴지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함께'를 통해 14년 만의 흥행 수익 점유율 1위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워 화제를 모았다.

사실상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첫 투자·배급을 맡은 2004년 '나두야 간다'(04, 정연원 감독) 이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며 CJ ENM, 쇼박스, 그리고 NEW 영화들의 1000만 잔치를 구경해야만 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개봉한 '신과함께'의 첫 번째 시리즈인 '신과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으로 흥행 물꼬를 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중·소 제작비의 영화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알짜배기 흥행을 이어가고 결국 투자·배급사의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신과함께2'에 이은 흥행 2위는 4월 25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121만1980명을 기록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 7월 25일 개봉해 누적 658만5037명을 끌어모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6월 6일 개봉해 566만1257명을 동원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7월 4일 개봉해 544만7899명을 모은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 10월 31일 개봉해 올해까지 흥행세를 이어가며 올해 1월 1일까지 누적 936만407명을 기록한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 2월 14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539만9070명을 동원한 '블랙 팬서'(라이언 쿠글러 감독), 5월 22일 개봉해 506만3620명을 모은 '독전'(이해영 감독, 용필름 제작), 10월 31일 개봉해 505만5694명을 동원한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 필름몬스터 제작) 등이 지난해 흥행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함께' 시리즈 외에도 지난해 14편의 영화를 개봉, 그 중 '미션 임파서블6'과 '완벽한 타인'을 흥행시키며 순항했다.

반면 '명량'(14, 김한민 감독) '국제시장'(14, 윤제균 감독) '베테랑'(15, 류승완 감독)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 '해운대'(09, 윤제균 감독) 등 매년 텐트폴 시즌 100억원대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꺼내 들며 1000만 관객을 동원, '투자·배급사의 명가'로 손꼽히며 극장을 장악한 CJ ENM은 지난해 이렇다 할 흥행작을 꺼내놓지 못해 굴욕을 맛봤다. 심지어 '코코'(리 언크리치 감독) '블랙 팬서' '어벤져스3' '앤트맨2' 등을 흥행시킨 월드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지난해 흥행 수익 2위를 차지하며 CJ ENM은 흥행 수익 3위로 추락한 것.

CJ ENM은 2017년 여름 사활을 걸었던 '군함도'(류승완 감독)의 충격적인 흥행 실패 이후 '남한산성'(17, 황동혁 감독)의 부진, 그리고 올해 역시 흥행 참패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CJ ENM은 지난해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 JK필름 제작)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 영화사 집 제작) '궁합'(홍창표 감독, 주피터필름 제작) '7년의 밤'(추창민 감독, 폴룩스바른손 제작) '탐정: 리턴즈'(이하 '탐정2', 이언희 감독, 크리픽쳐스 제작) '공작'(윤종빈 감독, 영화사 월광·사나이픽쳐스 제작) '협상'(이종석 감독, JK필름 제작)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 영화사 집 제작) 'PMC: 더 벙커'(이하 'PMC', 김병우 감독, 퍼펙트스톰필름 제작) 등 9편의 한국영화를 투자·배급했지만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은 '그것만이 내 세상' '탐정2' '공작' '국가부도의 날' 4편에 그쳤다. 4편의 흥행 수익도 대부분 해외 판권 및 VOD 수익으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춘 것. 실상 영화 관객 동원으로는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얻었다고 말할 수 없다.

CJ ENM의 더욱 안타까운 상황은 매년 흥행 톱5 안에 흥행작을 올리며 성황을 이뤘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단 한 편의 영화도 톱5, 아니 톱10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대목이다.


누적 관객수 1761만3682명을 모으며 4년째 역대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명량'(14, 김한민 감독) 이후 100억원대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제작, 톱스타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던 CJ ENM. 여기에 JK필름을 인수하면서 투자·배급에 이어 제작까지 과도한 욕심을 부리며 영화 산업을 흔들고 시장을 독식하려는 CJ ENM의 과욕은 오래전부터 우려를 낳은바, 결국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내실보다 외실에만 치중했던 CJ ENM은 결국 뼈아픈 성적표를 받게 됐다.

영화계 한 제작 관계자는 "CJ ENM 내부적으로 새로운 인사를 기용하고 JK필름에 집중 투자하면서 새로운 전환을 모색했지만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된 형색이다. 물론 자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흥행에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을 얻지만 이런 선택에는 리스크도 상당하다. 그 리스크 중 하나로 좋은 시나리오와 기획을 많이 놓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과함께' 시리즈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사실상 CJ ENM이 놓친 대물 중 가장 큰 타격을 입힌 작품이다. 이미 신생 투자·배급사가 많이 등장하면서 올해 스크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인데 CJ ENM이 이런 경쟁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사실상 미지수다.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미로 CJ ENM의 투자·배급을 반기지 않고 있고 섣불리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추락하는 CJ ENM은 등 돌린 관객을 다시 돌려세울 수 있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CJ ENM 라인업에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이 믿고 보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이 기다리고 있다. 또 '사바하'(장재현 감독, 외유내강 제작)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변성현 감독, 씨앗필름 제작) '귀수'(리건 감독, 메이스엔터테인먼트·아지트필름 제작)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 과연 CJ ENM은 다시금 '명가' 타이틀을 찾을 수 있을까. 2019년 영화계의 또 다른 화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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