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끝까지 사랑' 강은탁 "'연속극 황태자'? 이제 그만하려고요"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08:21


배우 강은탁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연속극의 황태자'로 불리는 배우 강은탁을 만났다.

강은탁은 2006년 MBC 드라마 '주몽'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후 MBC '에덴의 동쪽'(2008), KBS1 '바람 불어 좋은 날'(2010)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군복무 뒤 돌아온 강은탁은 KBS2 '순금의 땅'으로 주연 반열에 올랐으며 임성한 작가의 마지막 드라마인 MBC '압구정 백야'(2014)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또 MBC '아름다운 당신'(2015)과 SBS '사랑은 방울방울'(2016), 그리고 KBS2 '끝까지 사랑'(2018)에 출연하며 '일일극의 황태자'로 불렸다.

강은탁이 출연한 '끝까지 사랑'은 지극히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한 이들이 일생 하나뿐인 사랑을 지켜내고 끝내 행복을 찾아가는 사랑과 성공스토리를 품은 가족, 멜로 드라마다. 강은탁은 극중 주인공 윤정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정한은 병공장 아들이자 M&A전문가로 유리처럼 차가운 냉정과 불가마 같은 열정을 함께 품고 있는 남자다. 무뚝뚝하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섬세하다.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월가에서 5년 동안 일한 실력자이면서 아버지의 공장에서 거친 노동을 하고 깡패들과 맞장을 뜨는 상남자. 망해가는 공장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복수를 꿈꾸기도 했다.

104회의 긴 작품을 이끈 강은탁은 "제가 했던 작품들 중에서는 짧은 편에 속한다"며 "끝날 때 저희 배우들끼리도 연속극을 많이 해봤던 분들이다 보니 '끝나는 건가' 하는 게 있었다. 마음이 싱승생숭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풀어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부분들을 한정된 회차에서 많이 풀지 못하고 응축해 끝낸 느낌도 있다"고 했다.

강은탁은 장편드라마 전문 배우. 첫 주인공을 163부작 드라마인 '순금의 땅'으로 시작해 149부작인 '압구정 백야', 122부작이던 '아름다운 당신', 120부작인 '사랑은 방울방울'까지 거치며 연속극의 달인이 됐다. 강은탁은 "많이 하기는 했다"며 그럼에도 전작들과 '끝까지 사랑'이 다른 점을 묻는 질문에 '복수'로 초점을 맞췄다. 강은탁은 "복수가 주가 된 작품은 '순금의 땅'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그 전까지는 다 힘든 사랑이야기에 심장을 이식받은 이야기가 주였는데 아무래도 '순금의 땅'과 같은 작가님이다 보니 더 완성도도 높고 좋았다. 또 좋은 배우들과 함께였고 연출자인 감독님도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찍으면서 이렇게 빨리 찍은 것은 처음일 정도로 밤 12시를 넘긴 것이 손에 꼽을 정도다. 신이 적지 않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모든 인물과 만나는 신이 많았음에도 빠르게 찍어주셨다. 긴박감도 있으면서 재밌게 찍은 거 같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밝혔다.

'끝까지 사랑'에는 강은탁과 이영아, 홍수아, 심지호 외에도 김하균, 이응경, 김일우, 배도환, 남기애 등 중견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강은탁은 "선생님들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하균 선생님을 두 작품 연속으로 장인어른으로 만나서 현장분위기가 좋았다. 선배님들이 다 좋으시니 현장 분위기도 부드러워질 수 밖에 없다. 회식도 자주 했었다. 신창석 감독님이 '건수'를 무는 것을 좋아하셔서 몇 퍼센트 시청률만 넘으면 회식을 하고 하루는 베트남이 축구를 하니까 회식을 하고, 심지어 가서 베트남 축구를 응원할 정도로 회식을 자주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도 높았으니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도 좋았지만, 단 하나 아쉬운 점은 포상휴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강은탁은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제작사와 20% 시청률을 넘기면 베트남 포상휴가를 보내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열심히 달려서 16%를 넘는 시청률을 만들었지만, 솔직히 이제 20%를 넘길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많이 아쉽다. 예전이라면 기대하실 시간대고 채널이지만, 이제는 변했더라. 시청자 분들도 본방송보다는 '짤'로 보시고, 다시보기도 잘 돼있어 자리를 지키고 보시는 것이 아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배우 강은탁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7/
예전만 못한 시청률을 남긴 '끝까지 사랑'이었지만, 강은탁에게는 '남성미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강은탁은 "저한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살면서 유리공예는 처음 해봤는데 해보고 나니 이제 컵 하나도 소중히 쓰게 됐다. 만약 깨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잡는다. 핸드메이드 유리공예는 진짜 작품이다. 사실 컵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1년을 배워야 만들 수 있는데 그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더라. 촬영장도 뜨겁고 위험해서 고생했다. 팔에 화상도 입을 정도"라며 "뜨거워진 유리가 실온의 공기와 부딪히면 폭발한다. 뜨거운 온도에서 서서히 내려야 하는데 만들어진 유리를 들고 보는 장면에서 유리가 폭발하면서 두 세 번 정도 눈에 유리가루가 들어갈 정도로 고생했다. 그리고 뜨거운 유리를 뜨게 되면 쭉 늘어지는데 실타래처럼 풀려서 내 팔을 감아 그 라인 그대로 화상을 입었다. 그냥 극한직업 윤정한 편이었다.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유독 액션신도 많았기에 '탈수'까지 올 정도로 고생했다는 설명. 용광로와 액션 덕에 드라마 시작 전보다 5kg이 저절로 빠졌단다. 강은탁은 "신체적으로 힘드니까 감정적으로도 집중하기가 더 힘들었다. 감정이 깊어야 하는데 몸이 힘드니 감정에 집중하려면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며 "액션신도 힘들었다. 한강변에서 액션신을 찍는데 정말 탈수가 오더라. 포도당 알약을 먹어가며 신을 찍었는데 촬영 중간 바닥에 앉아버리면 오히려 일어날 때 머리가 팽 돌 수 있으니 서있고 그랬다. 선풍기를 네 대씩 돌리며 촬영하는데 스태프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지붕 없는 곳을 찾아다니며 액션을 하고, 실내에 들어가면 1600℃ 용광로가 있으니 '죽으러 들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일일극은 중반부가 넘어가면 살이 찌는데, 이번엔 오히려 살이 빠졌다"고 했다.


배우 강은탁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7/
강은탁은 일부러 '끝까지 사랑' 전 1년 2개월의 공백기를 가졌다. 연속극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연속극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 색을 빼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다시 연속극을 하게 됐다. 여러 작품을 놓고 보던 중에 작가님이 전화가 와서 조심스럽게 부탁하셨고, 회사에서는 반대했지만, 제가 고민하고 해본다고 했다. 대본을 보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쓰면서 네 생각을 했다'는 말씀을 하시니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 같은 생각도 들어 제가 해보겠다고 했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 선택 전까지 고민을 하는데 선택을 하고 나면 후회는 안한다. 저에게는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성장할 수 있던 좋은 작품이다. 이제는 잘 털고, 다른 장르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도 저한테 '너 이제 연속극 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편집을 하시면서 제 연기를 보시면 연속극 연기를 안 한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저도 '예 그만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100부작의 연속극 대신 20부작 안으로 끝나는 미니시리즈를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 강은탁은 "제 팬들이 100개를 다 보시려니 힘들어보여서 16개만 보시라는 의미로 미니시리즈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두 작품 정도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소처럼, 안 쉬고 일만 하려고 한다. 해보고 싶은 장르도 많다. 수사물도 좋다. 형사도 꼭 해보고 싶고, 전문직인 의사나 검사, 변호사도 꼭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본부장을 많이 했지만, 그건 부모가 내린 자리다 보니 전문직이 아니지 않나. 이제는 진정한 전문직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또 센 악역에도 욕심이 생긴다. 예상과는 반대의 이미지에 도전하고 싶고 그럴 기회를 갖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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