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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주의 방' 유건우 "'아빠는 콘덴싱 쓰잖아' 광고男? 인생작이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12-31 08:09


배우 유건우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8/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아빠는 콘덴싱 쓰잖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광고 속 인물이자 '백일의 낭군님'의 살수, '은주의 방'의 대표님 성진우로도 활약한 배우 유건우를 만났다.

유건우는 단편 영화 '모르죠'(2004)를 시작으로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에서 활약하며 관객들과 소통한 배우. 2007년에는 연극 '칼의 노래'로 무대에 올랐고, '잇츠유'(2010), '오월엔 결혼할거야'(2010), '훈남들의 수다'(2011),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2011), '작업의 정석 1,2'(2012), '목포의 마백수'(2013), '라이어'(2015), '월남스키부대'(2016), '셰익스피어의 네남자'(2016)를 거쳐 현재는 '자메이카 헬스클럽' 등에 출연하고 있다. 또 2012년 SBS '대풍수'로 첫 드라마를 만난 뒤 tvN '내성적인 보스'(2017)를 거쳐 OCN '미스트리스'와 '백일의 낭군님', 그리고 현재 출연 중인 '은주의 방'까지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유건우는 '은주의 방'에서 서민석의 선배이자 인테리아 디자인회사 엔트란스의 대표로 아끼던 민석을 꼬셔 독립했지만, 자금난과 경영난에 시달리며 고군분투한다. 능글맞은 성격과 태평한 구석이 있어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민석의 실력을 믿어주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늘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지지만, 알고보니 여자친구가 거래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안타까움과 짠함, 그리고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건우는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17년이 된 배우. 그럼에도 드라마 연기에서는 신인급이다 보니, 올리브 '은주의 방'을 통해 처음으로 메인 배우들이 앉는 테이블어서 대본리딩을 해봤단다. 유건우는 "테이블 리딩을 하는데 그동안은 바깥쪽 테이블에서 리딩을 할 때도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제가 메인 테이블에 앉으니 뭐라 할 수 없더라.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었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나오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 저만의 것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온 느낌이라 행복했다"고 밝혔다.

'은주의 방' 팀 분위기도 최상이다. 유건우는 "감독님도 그렇고, 조명팀, 분장팀, 헤어 메이크업팀까지 저희 배우들이 다 즐기는 분들이다. (김)재영이도 느낌이 좋더라. 제가 '넌 정말 잘되겠다. 사고만 안 치면 잘되겠다'고 했다. 느낌이 정말 좋다. 그런 아들을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다. 의외성도 있는 친구다. 세상 차가울 거 같은데 깍듯하고 말솜씨와 센스도 좋다. 센스도 있고 예의도 바른 친구다. 연기도 놀랄 정도로 정말 잘한다. 혜영이도 에너지가 좋은 친구다. 선생님급의 연기와 에너지를 보여준다. 잘 될 수 밖에 없는 배우들 같다"고 칭찬했다.


배우 유건우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8/
'은주의 방'에서는 성진우의 여자친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결국 그가 늘 만나러간다던 여자친구가 사실은 진짜가 아닌, 거래처임이 드러난 상태에서 유건우 역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단다. 유건우는 "처음에 저도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애매하게 연기했다. 그런데 8부에 사실은 여자친구가 업체 사장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뒤로는 제 역할에 더 애정이 생길 정도였다. 정말 멋있게 느껴졌고 그런 멋진 역할을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좋았고 행복했다"며 웃었다.

유건우는 17년 연기인생 중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 해에 세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지금까지 해볼 수 없던 것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 동시에 고향이나 다름없는 연극 '자메이카 헬스클럽' 등에도 출연하고 광고를 통해 얼굴도 제대로 알렸다. 유건우는 자신의 성장을 '인연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덕분에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거 같다. 저를 이끌어준 동갑내기 친구인 소재현 PD는 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며 "'내성적인 보스' 마지막 종방연 자리에서 처음 만나 소울메이트가 된 재현이가 저를 좋아해주고 불러줘서 배우생활도 잘 하고 있다. 이 은혜는 죽을 때까지 천천히 갚아야 한다. 오늘도 오디션이 있어서 조언을 구했는데 좋은 피드백도 많이 준다. 워낙 똑똑한 친구라 제가 많이 배우고 있다. 수다를 떨면 세 시간, 네 시간이 훅 갈 정도로 많은 정보를 주는 친구이자 워커홀릭이다"고 설명했다.

운도 운이지만, 유건우에게는 '버티는 정신'도 있었다. 유건우는 "제가 운이 좋았던 것도 있고, 올해는 정말 지치지도 않고 얼굴을 알린 한 해다. 현장이 정말 재밌다. 제가 공연을 하면서 드라마와 영화는 오디션 기회도 없었는데 올해는 다 하게 됐다. 조금씩 뚫어가고 있는 기분"이라며 "혼자 힘으로 개척하는 것도 힘들지 않다. 다들 힘든데 저만 행복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다. 어떤 직업이든 그렇지만, 금전적으로 여유만 있다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 않나. 저는 인맥도 금전도 없다 보니 제가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스무 살 때부터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배우 유건우 인터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2.28/


유건우를 17년이나 버티게 해준 것은 바로 '광고'였다. 엄청난 돈을 쓸어모으지는 못하더라도 배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금의 출처가 됐다는 설명. "광고 때문에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다. 광고가 있기 때문에 저도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참 좋은 수익원이다.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다. '콘덴싱' 때문에 저를 소개하기가 더 편해졌다. '어디서 봤는데' 이렇게 알아봐주시는데 저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 될 줄도 몰랐고, 이런 광고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인생광고이자 인생작이다. 앞서 냉장고 광고도 찍었는데 그때는 잘 못 알아보셨다. 이번에는 확실히 알아보실 수 있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남았듯이 유건우는 내년에도 '버티는 삶'을 살 예정이란다. 그는 "저 스스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버텨야겠더라. 예전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버티고 살아남는 게 목표다. 살아남아야 하고 싶은 것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제 버킷리스트가 광고 열 개, 드라마 세 개, 영화 한 편이었는데 드라마는 이뤄졌다. 내년은 아직 쓰지 않았지만, 드라마 두 개, 영화 세 개를 하고 싶다. 저는 무조건 'YES맨'인데 그래야 버틸 수 있는 거 같다. 혹시 가족이나 책임질 것이 생기면 'NO맨'도 돼야겠지만, 아직은 지킬 게 없으니 'YES맨'으로 사는 것도 좋다. 일이 재밌기도 하다. 일에 한번 미쳐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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