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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입소문이 곧 마케팅이다. 올 한해 '반전 흥행'을 보여준 '작지만 위대한 영화'들이 입소문의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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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는 올해 최고의 반전 흥행 영화다. 개봉 첫날 2위로 스타트를 끊은 후 13일간 자리를 지키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2주만에 박스오피스를 역주행,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올 겨울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판타지 블록버스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개봉 이후 2위로 내려앉았지만 관람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다시 한번 1위에 등극했다. 이후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2위에 밀려나긴 했지만 몇일 이내에 계속해서 1위 자리를 탈환, 무려 네 번의 역주행 1위를 기록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는 관람 문화와 TV에게까지 여향을 줬다. '싱어롱'(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버전의 재관람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방송사는 앞다투어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특히 MBC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꼽히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영상을 무려 34년만에 재방영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퀸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는 '레미제라블'(592만명, 2012)을 누르고 국내 개봉 음악·뮤지컬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개봉 9주차를 맞은 현재에도 계속 관객을 동원중이다. 12월 24일 기준(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누적관객수는 850만209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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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한 '퍼펙트 스트레인저'(파올로 제노베스 감독)를 원작으로 웰메이드 코미디라는 호평을 이끈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배우들의 대사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독특한 작품으로 제작비가 58억원, 손익분기점이 180만명에 불과한 중소규의 영화다. 하지만 개봉 이후 실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톱스타 현빈·장동건이 출연하고 무려 170억 제작비를 쏟아부운 대형 블록버스터 '창궐'(김성훈 감독)까지 가뿐히 누르며 흥행 가도를 달렸고, 개봉 6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 총 528만 관객을 모았다.
최근 한국영화는 100억 이상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와 제작비 30억 이내의 독립영화로 양분됐다.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가장 좋은 성과를 내야하는 중간 제작비, 이른바 '허리급 영화'들이 맥을 못추면서 제작비 양분 현상은 더더욱 심해지고 있던 가운데, 완벽한 '허리급 영화'인 '완벽한 타인'의 흥행은 충무로에서 더욱 큰 의미를 남겼다. 또한 지나치다 싶은 오버스러운 코미디를 영화의 중반부까지 깔아 놓은 후 후반에는 뜬금없는 감동코드와 억지신파로 눈물을 쥐어짜는, 오랜 한국 코미디 영화가 벗어나지 못했던 전형성까지 과감히 탈피하며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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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 '서치'
294만명을 동원한 스릴러 영화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조가 출연하긴 하지만 개봉 당시 존조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진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아니었고 연출을 맡은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이름이었다. 한국 관객들의 관심에서 한발자국 멀어진 상태에서 개봉한 '서치'는 박스오피스 3위로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입소문, 특히 젊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개봉 4일만에 2에 올라선데 이어, 다시 3일만에 마침내 1위에 올랐다. 총 제작비 125억원을 투입한 '물괴'가 개봉하자 잠시 2위로 내려앉았지만 3일만에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서치' 입소문의 가장 큰 이유는 독특한 구성에 있었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 출신의 28살 천재 연출자 아니쉬 차칸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서치'는 인터넷으로 찾은 정보로만 실종된 딸에 관한 단서를 모으는 주인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OS운영체제, 모바일 화면으로만 구성된 파격적인 형식으로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획기적인 형식을 더욱 살려주는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은 관객을 더욱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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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개봉한 '곤지암'(정범식 감독)의 흥행이야 말로 올해 충무로의 가장 큰 반전이었다. 한국 호러 영화의 오랜 침체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신인 배우들만이 출연하는 '곤지암'의 성공은 개봉 전까지만해도 불가능한 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일반시사회 및 블라인드 시사회를 통해서 관객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더니 '곤지암'은 개봉 직후 1위에 등극했다. 한국 호러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건 지난 지난 2007년 개봉한 황정민 주연의 '검은 집'(신태라 감독) 이후 11년만의 일이었다. 총 제작비 24억원을 투입한 초저예산 영화 '곤지암'은 최종 관객 294만명을 동원, 무려 3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인 방송 형태의 컨셉트를 차용, 핸드헬드 카메라를 이용한 페이크다큐 형식을 넘은 '생방송'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한 '곤지암'은 주요 관객층인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엄청난 입소문을 불러일으켰다. '곤지암'을 통해 경험한 극강의 공포를 생생한 인증 사진과 리얼한 관람 후기로 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팝콘 꽉 잡아", "팝콘 날아다니는 거 실화. 진짜 너무 무서워요 진짜" 등 관람 후기와 함께 극장 바닥에 나뒹구는 팝콘 사진들이 대표적인데, '곤지암'으로 인해 '팝콘비'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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