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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전학간 기분"…이선균이 밝힌 'PMC', 그리고 하정우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2-24 12:00 | 최종수정 2018-12-24 13:0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모든 게 낯설었던 'PMC', 전학간 기분이었어요!"

배우 이선균(43)이 데뷔 이래 가장 신선한 변화, 도전을 감행한 'PMC'에 대한 소신과 촬영 중 겪은 남다른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전투 액션 영화 'PMC: 더 벙커'(이하 'PMC', 김병우 감독, 퍼펙트스톰필름 제작)에서 광활한 지하 벙커를 탈출하려는 닥터 윤지의를 연기한 이선균. 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PMC'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PMC'는 국적도 명예도 없이 전쟁도 비즈니스라 여기는 글로벌 민간군사기업을 뜻하는 PMC(Private Military Company)를 국내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 한정된 공간이라는 리스크에도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설계로 극장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더 테러 라이브'(13)의 김병우 감독이 5년 만에 꺼내든 신작 'PMC'는 올해 마지막 스크린을 장식할 화제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히 'PMC'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장르불문 종횡무진 중인 이선균과 하정우의 첫 호흡, 김병우 감독과 첫 만남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PMC'에서 윤지의로 변신한 이선균은 위기의 상황 속 벙커를 탈출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 북한군 의사를 특유의 밀도 있는 연기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선균은 "지난 언론 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100% 객관적으로 보지는 못 하겠더라. 이 영화는 장점이 분명한 영화인 것 같다. 일단은 처음 'PMC' 대본 자체를 봤을 때 설계가 굉장히 빠르게 된 작품이란 걸 느꼈다. 영화 속에서 드론처럼 보이는 공이 어떻게 움직이고 보여질지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고 무엇보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을 촬영할 때 제안을 받았는데 이 좋은 구성에 내가 껴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전학간 느낌이었다. 워낙 준비를 잘했고 설계를 너무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들처럼 준비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 등과 호흡도 기대가 됐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선균은 'PMC' 시사 이후 호불호에 대해 "'PMC' 개봉을 앞두고 하나 걱정이 되는 부분은 이런 장르 영화가 크리스마스 가족 영화로 보여질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긴 한다. 그런데 사실 어느 시기에 어떤 영화가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고정관념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젊은 층, 할리우드 영화 같은 세련된 면이 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볼 때 강렬하게 볼 것 같고 어른들이 볼 때 정신 사나울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영화가 게임 영상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실제로 아들들은 게임을 좋아하는데 나는 원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에 대한 재미를 못 느낀다. 아이들 때문에 게임을 배워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PMC'로 간접 체험을 한 것 같다"며 웃었다. 멀미를 유발한다는 평에 대해선 "사실 두 번째 볼 때는 멀미가 안 느껴진다. 처음 완성본을 보기 전 김병우 감독 집에서 지금 버전보다 더 빠른 버전의 편집본을 봤다. 그 당시 TV로 봤는데 지금 완성본보다 더 정신 없었다. 지금보다 템포가 더 빨랐다. 그 당시 멀미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용을 아는데도 따라가기 힘들더라. 일반 관객도 못 따라갈 것 같아 이야기를 했고 결과적으로 김병우 감독이 편집을 더욱 손보면서 지금의 완성본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이번 완성본을 보면서 멀미나거나 어지러움을 나는 못 느낀 것 같다. 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초반 뉴스 장면도 넣었는데 내가 보기엔 더 설명해주는데 좋은 것 같다. 관객들이 어지로움을 호소한다면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앞자리는 웬만하면 피하고 두 번보면 괜찮다라는 것이다. 무대인사 할 때도 앞자리 계신 분들은 힘들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무대인사 당시 앞자리 앉은 분들께 선물도 드리고 그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북한 사투리, POV 촬영 등 'PMC'를 통해 데뷔 이래 가장 큰 시도와 도전에 나선 이선균은 'PMC'로 겪은 남모를 고충을 하정우와 브로맨스로 극복했다고. "실제로 'PMC'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분량이 많았으면 안 했을 것 같다. 그런 거에 대한 욕심을 냈던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더 전학간 느낌이였다. 물론 전학갔지만 그렇다고 텃세는 없었다. 텃세 없이 하정우가 너무 잘해줬다. 하정우와 기질은 다르지만 성향은 비슷한 것 같다. 실제 하정우는 캡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정도로 리더십이 있다. 골목대장같은 기운이 강한 친구이지만 나는 몰려 다니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반면 둘 다 걷는걸 좋아하는데 그런 취미 부분은 잘 맞다. 다만 하정우는 함께 걷는 걸 좋아하고 나는 혼자 걷는 걸 좋아한다. 서로 만모기를 체크하며 경쟁심을 불태우곤 한다."

이선균은 "이번 작품에서 카메라를 들고 내가 직접 찍으며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게 계산해서 리액팅을 해야 하는 거니까 정말 힘들더라. 게다가 지하 벙커 안에서 갇힌 상황이라 몸도 자유롭지 못해 힘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며 "특히 하정우와 첫 호흡인데 직접 만나 호흡을 맞춘 장면이 별로 없었다. 첫 장면과 엔딩 몇 장면만 직접 만났지 우린 서로의 촬영된 영상을 보면서 연기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제대로 투 샷이 잡히는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사투리 대사 연기에 대해 "사투리를 봐주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대게 북한 말이 단조롭고 일정하다보니 선생님께서 톤과 억양만 지적해 줬다. 아무래도 대사를 하는데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하지만 사투리 대사를 하다보니 확신이 없어져 어느 순간은 그게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놔달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방해되는 것 같아서 촬영 내내 너무 신경쓰였다. 그래서 감정에 집중하는 대신 선생님께 억양만 체크해달라 부탁했다"고 남다른 고충을 설명했다.

그는 "굉장히 긴장되고 관객이 어떻게 볼 지 두렵다. 관객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다른 영화보다 사투리 부분이 정말 크다. 내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PMC'와 인연을 맺는데 큰 도움을 준 아내이자 동료 배우 전혜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김병우 감독과 전혜진은 '더 테러 라이브' 당시 호흡을 맞췄다. 김병우 감독이 혜진이를 누나처럼 정말 좋아하더라. 혜진이가 한번 현장에 왔는데 친누나처럼 반가워 하며 의지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PMC'는 내가 했던 작업과 너무 달라 낯설었다. 그래서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가 촬영을 지켜봤는데 일각에서는 '이선균이 집이 싫어 현장에 자꾸 나온다'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더라. 현장의 낯설음이 있어서 그걸 적응하고 싶었고 하정우에게 대사라도 쳐주고 싶어서 갔는데 하정우 역시 별로 내 대사를 안 받는 상황이었다"며 웃었다.

전매특허인 '버럭 연기'에 대해선 "아마 2010년 방송된 MBC 드라마 '파스타' 때문인 것 같다. 그 당시 대본 지문의 반이 버럭이었다. 그 다음 캐릭터에서는 캐릭터가 상황적으로 많이 궁지에 처해지는 역할이었다. 버럭보다 절규운 버럭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에게 정말 고마운 작품이다. 10년간 따라다닐 줄 몰랐다. 드라마 이후 요식업 사업 제안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뭐라도 해볼걸 그랬다. 셰프라는 직업 단어도 그 드라마로 많이 알려진 것 같다. 물론 떨쳐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성대모사를 하면서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 가끔 나도 '파스타' 연기를 따라해보고 있다. 나를 따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부정했다가 이제는 비슷하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선균은 최근 연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봉착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한다. 30년 뒤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땐 정말 가족들과 놀고 먹으며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매년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전작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때 많은 논란이 불거져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당시 젠더 감수성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많았다. 선입견을 가지고 드라마를 보니까 그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변명처럼 치부돼 답답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작부터 색안경을 끼고 보니까 답답했다. 특히 우리 중 가장 답답한 사람은 '나의 아저씨'의 연출자였던 김원석 PD였을 것이다. 다들 꾸준히 끝까지 잘 만들면 우리의 진심이 언젠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버텼고 그래도 끝날 때는 시청자에게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0년 뒤에는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아닌 두 아들과 또 그 아들의 자식들, 손자들과 함께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고 있을 것 같긴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전투 액션을 다룬 작품이다. 하정우, 이선균, 제니퍼 엘 등이 가세했고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6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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