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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8년 한 해 드라마계는 범죄와의 전쟁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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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미투의 시작은 고 조민기였다. 지난 2월 조민기가 교수로 재직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됐다. 조민기 측은 극구 부인했고,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또한 성추행 혐의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배우 송하늘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미투를 이어나가자 소속사 측은 입장을 바꿨다. 조민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성실히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출연 예정이었던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하차했다. 그러나 조민기는 3월 9일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사건을 접수한 충북지방경찰청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료했다.
다음은 조재현이었다. 배우 최율이 2월 조재현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고발한 것. 조재현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며 출연 중이었던 tvN '크로스'에서 조기 하차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조재현은 잠정 은퇴를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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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이후 방송가 분위기는 달라졌다. 드라마 촬영 전 배우 및 스태프 등에게 신체 접촉이나 성추행 발언을 금하는 경고를 하기도 했고, 아예 대본에 주의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주요 배역을 맡았던 이들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어 도중하차하는 일이 반복되자 제작사들은 아예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주변 점검을 하고, '작품에 참여하는 도중 관련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방송사 또한 자체 성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자정에 힘썼다. 하지만 아직까지 촬영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관계자는 "확실히 이전보다 성희롱 발언이 줄었다거나, 성적 비하 발언이 사라졌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미투가 마구 터져나오던 3~4월까지는 모두 조심하자는 분위기였는데 현재는 다시 옛날 분위기로 많이 돌아간 듯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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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성범죄→음주사고
미투 운동에도 연예계 성추문은 끊이지 않았다. 배우 이서원은 동료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위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야기했다. 또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tvN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 출연을 결정하고, KBS2 '뮤직뱅크' MC로도 활동해왔다는 사실에 대중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제2의 박보검'으로 주가를 올리려던 그는 한번에 추락했다. 또 검찰 출두과정에서도 자신을 향해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자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 봐 태도 논란까지 일었다. 이후 이서원은 급하게 군입대, 군사법원을 통해 재판을 받는다.
리벤지 포르노 논란도 제기됐다. 카라 출신 구하라, 팝 아티스트 낸시랭 등이 전 남자친구, 혹은 전 남편으로부터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당했다는 걸 고백하며 '리벤지 포르노' 논란이 일었다.
음주사고도 여전했다. 박해미 남편 황민, 가수 한동근, 래퍼 정창수 등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방송가에서는 배우 윤태영과 구재이가 문제를 일으켰다. 윤태영은 tvN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2년 만에 드라마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5월 음주운전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대로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지난해 6월 음주운전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던 구재이는 9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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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다 친지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폭로로 연예계 '빚투'가 시작됐다. 이후 래퍼 도끼, 김나영 김영희 김태우 마동석 박장근 윤민수 추신수 비아이 우지원 이병헌 이영자 티파니(소녀시대)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휘인(마마무) 등이 빚투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가에서도 빚투 광풍은 몰아쳤다.
가수 겸 배우 비는 모친이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국민 청원으로 빚투 대상이 됐다. 비 측은 당사자를 만나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당사자와 비의 부친이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사자의 서류 준비 미비와 폭언을 비롯한 명예훼손이 이어져 고소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원숙도 있다. 60대 여성이 박원숙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돌려 받지 못했고,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박원숙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박원숙 측은 전 남편이 진 빚일 뿐 박원숙 본인과는 관련이 없다며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혔다.
한상진은 부친이 3억원대 사기 혐의로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1년 형의 판결을 받은 것이 드러나며 빚투 대상이 됐다. 피해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2015년 12월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3억500만원 및 상당 이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재모는 '1990년대 중반 안재모의 부친에게 3800만 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폭로자가 나타나며 구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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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련은 19세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됐고, 아버지와는 왕래도 끊겼으나 빚을 자신이 대신 갚아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조여정은 부친이 14년 전 고향 지인에게 3억여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연락조차 피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자 "과거 아버지의 채무로 부모님이 이혼했다. 이후 아무 교류없이 지내다 지난해 이 이야기를 전달받고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고은도 38년 전 그의 부모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20년 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으며 그동안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많은 협박으로 아버지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줘야 했다"고 털어놨다.
임예진은 부친이 10년 째 2억5000만 원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야기되며 아픈 가족사를 공개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친과 왕래가 끊겼다. 더 이상 서로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게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점 양해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이처럼 빚투 쓰나미가 휘몰아치자 스타들은 물론 소속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연예인이 있는 경우 미리미리 관련 사안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만약 실제로 문제가 있는 경우엔 최대한 빨리 고발자를 만나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부터 인기 스타들은 몇 차례씩 돈을 요구하는 거짓 제보 전화를 받아왔다. 하지만 빚투 이후 그런 일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아예 무고와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 방안을 미리 준비해놓고 만전을 기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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