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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브랜뉴 잔칫상 망친 '산이 저격', 번지수 잘못 찾은 '손님 갑질'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12-03 16:11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남의 잔칫상'을 망쳐놓았다. '손님 갑질'의 전형적인 예다.

지난 2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브랜뉴이어 2018(브랜뉴뮤직 콘서트)'에서는 래퍼 산이와 그를 혐오하는 일부 자칭 페미니스트들의 충돌이 있었다.

산이는 브랜뉴뮤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다. 이날 산이의 브랜뉴 콘서트 참석은 일찌감치 공지된 바였고, 그는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몇몇 관객들은 미리 '산하다 추이야(추하다 산이야)', 'SanE the 6.9cm boy' 등의 비방 문구를 적은 슬로건 및 돼지인형을 준비했다. 이들은 이날 산이가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몇몇 관객은 손가락 욕설을 날리는가 하면, 슬로건과 인형을 무대를 향해 던지기까지 했다.

이에 산이는 "여기 워마드, 메갈 분들 계시냐. 워마드 노(No), 페미니스트 노(No), 너넨 정신병"이라고 쏘아붙인 뒤 영어로 욕설을 했다. 또 "네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가 존중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나는 분명 사랑으로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러분이 이런 비매너적인". "돈 주고 들어왔지만, 음식점에 왔다고 음식점에서 깽판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갑질하지 않는 멋진 팬 문화를 만들어달라", "여러분이 아무리 공격해도 전 하나도 관심없다. 너네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난 정상적인 여자분들을 지지한다" 등의 발언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일부 관객은 산이에게 '사과하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산이의 공연은 중단됐고, 산이는 무대를 내려간 뒤 다시는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브랜뉴뮤직의 라이머대표는 공연 마무리에 앞서 "브랜뉴뮤직의 아티스트마다 생각이 다르다. 자신만의 생각이나 신념, 소신이 있을 수 있다. 기분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산이의 돌출 행동은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이날 콘서트는 산이 자신만의 공연이 아닌 소속사 가수들의 합동 콘서트였다. 몇몇 관객들은 "난 워마드·메갈 이런 거 잘 모르는데 싸잡아 욕먹은 기분", "갑자기 공연이 중단돼 어리둥절했다",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관객들이 다 메갈은 아니지 않냐"며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이는 산이를 자극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브랜뉴이어 2018'은 브랜뉴뮤직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밝은 내년을 기대하는 자리였다. 잠시 브랜뉴를 떠나있는 워너원 이대휘와 박우진까지 게스트로 참여한 '소문난 잔칫상'이었다.

산이의 말처럼 '돈주고 들어왔다고 깽판 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콘서트 입장료는 어디까지나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기는데 지불된 비용이다.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에게 욕설과 야유를 퍼붓고, 그를 조롱하는 물건을 던져도 되는 권리는 없다. 이 자리에는 소란을 피운 이들과 같은 돈을 내고 산이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도 있었다. 또 이날 공연에 함께 하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관객 상당수는 '그들(산이와 일부 페미니스트)끼리의 논란'에는 관심도 없고, 참여할 생각도 없었다.


이날 공연에 앞서 산이 역시 최근의 논란을 다분히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이는 "여러분 제가 그렇게 싫어요?"라고 물었고, 몇몇 관객이 '네'라고답하자 "전 여러분이 좋아요. 혐오 대신 사랑으로 함께 하자"며 그답지 않게 조심스러워했다. 이날 산이의 공연 리스트에는 '페미니스트' 같은 노래가 포함되지 않았음은 물론, 자신의 히트곡인 멜로디·발라드 힙합 계열의 노래들 뿐이었다.

산이는 계속되는 야유에 "오늘은 제 마지막 브랜뉴뮤직 콘서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논란으로 다른 소속사 가수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간절함마저 엿보인다. 그는 "남성혐오를 하는 워마드, 메갈, 우리가 왜(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하나"며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란은 계속됐고, 결국 산이의 공연은 중단됐다. 똑같은 입장료를 내고 산이의 공연을 보러온 팬들은 물론, 브랜뉴뮤직의 타 아티스트들을 보러온 팬들마저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산이와 대립하는 방법은 굳이 브랜뉴뮤직 콘서트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 등에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글을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산이가 잠적 혹은 은거 상태도 아니었고,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그의 SNS에서 설전을 벌여도 좋다. 앞서의 사례처럼 산이가 스폰서로 활동중인 제품에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팬사인회 등의 행사를 보이콧하는 방법도 있다. 산이 관련 상품(앨범 등)을 구매해 파기한 인증샷을 공개하는 것도 자유다.

산이를 향한 혐오감을 드러낼 무대가 '브랜뉴이어 2018'이어야할 이유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이 자리는 브랜뉴뮤직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즐기는 자리였다. 소문난 잔치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불청객'이 어느 쪽인지는 명백하다. 이는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장소와 상황에 걸맞는 예의의 문제다. 산이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할 생각으로만 가득 차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손님 갑질'의 현장이었다.

콘서트 후 산이는 "쿵쾅쿵 이제 곧 그분들이 몰려옵니다. '웅앵웅' 오늘밤 유튜브 최초 공개"라며 3일 오후중 신곡 '웅앵웅'의 발표를 예고했다. 앞선 '페미니스트', '6.9cm'에 이어지는 흐름의 신곡으로 예상된다. 산이를 둘러싼 이른바 '젠더 혐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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