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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김재경 "레인보우 후회없다, 데뷔10주년 음원 내고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12-01 11:3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월화극 '배드파파'를 마친 김재경을 만났다.

'매드파파'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쁜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재경은 극중 차지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차지우는 지철(장혁)을 따르는 후배이자 여성 최연소 경위 진급을 한 광역수사대 워커홀릭 여형사다.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이 지철을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재경은 이전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걸크러시 매력으로 색다른 여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모두 익히 알고 있듯 김재경은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이다. 레인보우는 2016년 팀이 해체됐지만 여전히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에겐 우리 뿐이다. 워낙 오랜시간 함께 동고동락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나를 제일 잘 아는 것도 그들이고 그들을 제일 잘 아는 것도 나이기 때문에 가족같은 느낌이다. 엄마한테 말 안해도 아는 느낌이다. 그런 소중한 존재다. 사람마다 주어진 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10대 20대는 인복으로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여섯이나 얻었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모든 걸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한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섯이나 있으니까 큰 복을 얻은 거다."


그렇다면 김재경의 연기와 데뷔 후 첫 단발머리 변신을 본 멤버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 친구들도 머리 자른 걸 처음 봤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고 해줬다. 신랄하게 비판 많이 해주는데 칭찬을 많이 들었다. 진짜 내 옷을 입고 촬영하니까 그것도 알아봐주고 방송시간 되면 단톡방에 사진찍어서 보내주고 스포를 요구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봤다. 그때그때 응원을 많이 해줬다. 챙겨보고 있다고 해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지숙이 빼고 다 연기를 하는데 우리끼리는 엄청 놀린다. 승아는 일일극을 찍고 있어서 감정선이 엄청 풍요롭다. 대사를 따라하며 놀리기도 한다. 또 좋은 건 다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오디션을 볼 때 같이 대사 공부하기도 하고 서로 액션을 도움이 된다."

김재경은 레인보우의 리더로서 소녀가장처럼 활동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몸 사리지 않는 열정을 보였고, 연기자로 활동할 때도 팀을 잊지 않았다.

"그정도 고생은 누구나 한다. 신기한 건 시간이 한해한해 흐른다. 7주년 여행 때는 진짜 고생했다며 안좋은 추억도 얘기했다. 그런데 점점 좋게 추억으로 바뀌어갔다. 비극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던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다 소중한 추억이 됐다. 이번에 9주년 모임때도 데뷔곡부터 수록곡 하나하나 틀어가며 춤추고 그랬다. 그렇게 소소하게 좋은 추억이 되어 있어서 감사한 7년 이었다."



김재경도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옛날에 항상 10년 버틸 수 있냐고 우리를 늘 자극하고 악과 깡을 키워주셨다. 그런데 내년이면 10년이 되니 평생 먹고살 수 있다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요즘 '프로듀스'도 있고 백여명이 대결하고 하는데 우린 그 시기에 데뷔한 걸 ㅈ다행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요즘 애들 정말 치열하고 능력도 좋다. 그 시기에 데뷔할 수 있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했다. 그냥 우리끼리의 바람은 소소하게 음원과 화보를 만들어서 그 수익금을 꿈을 꾸는 이에게 전하고 싶었다. 레인보우 때부터 우리를 보면 무지개를 본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레인보우는 1등하지 않아도 계속 도전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꿈꾸는 이에게 1등은 소중하고 좋은 자극이 되고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좌절할 수 있는데 그들을 돕고 싶다. 내가 딪자인 하고 기획을 하고 지숙이가 촬영하고 다 분담이 되더라. 우리끼리 해보면 재미있겠다 싶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년이다. 서바이벌 전쟁터와 같은 연예계에서 10년을 버텨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김재경은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씩씩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배우와 가수는 재미가 아예 다른 것 같다. 일단은 나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다 보니 삶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그때와 지금의 삶을 비교하는 게 힘들어졌다. 현재의 나만 봤을 때는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연구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연기를 위해서도 생각하는 게 좋고 그러다 보니까 김재경이란 사람의 중심이 더 잡혀가는 것 같아서 그 과정이 되게 흥미로운 것 같다. 지금의 나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중심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레인보우 리더로서 인지도를 쌓은 김재경이다. 그런 그가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오디션을 보고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한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지 않을까.

"전혀 그런 건 없다. 웹드라마를 찍는데 감독님이 '해외에는 메릴 스트립도 본인이 하고 싶은 역할을 위해 오디션을 본다. 그만큼 열린 사람이 되어야 훌륭한 배우가 될거다'라고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 말씀이 너무 이해가 됐다. 오디션을 본다는 것 자이다. 체가 이 배역을 따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인 거다. 이거에 임하는 게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병준 선배님이 연극 초대해주셔서 봤는데 멋있더라. 끊임없이 꿈꾸는 배우셨다. 그 모습이 너무 멋졌다. 내가 꿈꾸던 삶의 방향과 너무 잘 맞았다. 그날 정말 수다 폭발할 정도로 계속 인생 이야기 하고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셨다. 나도 꼭 저런 모습으로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경에게 앞으로 맞을 10년은 어떤 그림일까.

"앞으로의 10년은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 현재 나는 거창하게 무언가 뚜렷한 거창한 목표보다는 순간 닥친 현실에 충실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마음가짐과 생각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10년 뒤에도 다양한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생각이 너무 굳어져 버리면 타인과 소통이 좁아질 수 있는데 내가 끊임없이 변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사람과 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매 순간을 설레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30대가 좋다. 레인보우를 하며 얻은 보물 중 가장 큰 건 숫자에 해탈하는 법이다. 숫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걸 느끼고 안받아버리면 되지 하고 생각했다. 아이돌 할 때는 한살한살 먹는 게 두려웠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이 나를 안 좋아해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숫자에 해탈하니까 즐기게 됐다. '배드파파'를 끝낸 내가 '라이프 온 마스'를 끝내기 전, 2018년 시작때의 나를 생각해보면 계속 변했더라. 그러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지가 스스로 궁금하다. 빨리빨리 미래가 되어 변한 나를 보고 싶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게 두렵다기 보다는 기대가 된다."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며 김재경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연애는 필수가 아닌 옵션일 뿐이다.

"운이 되면 하는 거고. 20대 때는 내 모든 운을 인복으로 받았고 30대는 운을 좋은 회사를 만난 거로 받은 것 같다. 몰빵으로. 운을 30대 초에 회사에 크게 쓰긴 했는데 남은 운이 있다면 좋은 친구나 배우자를 만나는데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본다. 그 또한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니 될대로 되라 생각이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은 사람이 되고 그릇을 넓히려 노력 중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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