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쉬운 배우로 남고 싶어"…공효진, '공블리'의 남모를 걱정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1-27 15:0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관객에게 쉬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공효진(38)이 기피하는 장르인 공포, 스릴러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공포 스릴러 영화 '도어락'(이권 감독, 영화사 피어나 제작)에서 낯선 자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고 사건의 실체를 쫓는 조경민을 연기한 공효진. 그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도어락'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수많은 뉴스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누구나 한 번쯤 느꼈던 공포인 '1인 가구 범죄'. 나,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어 보았을 법한 '1인 가구 범죄'를 스크린에 풀어낸 '도어락'은 '현실 밀착 스릴러'라는 수식어답게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내며 극강의 공포감을 선사한다. 또한, 오직 혼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낯선 자의 실체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숨 막히는 스릴을 밀도 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 공포 스릴러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무엇보다 '도어락' 전반을 이끈 주인공 공효진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자에게 쫓기는 인물의 극적인 감정을 리얼하게 표현, '스릴러 퀸'다운 활약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는 캐릭터의 공포를 순간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미세한 동공의 떨림, 호흡의 강약까지 조절하는 내공을 보였고 카메라가 얼어붙는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액션은 물론 맨발 투혼까지 불사해 눈길을 끈다.


이날 인터뷰에서 공효진은 "나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99, 김태용·민규동 감독)를 통해 데뷔했는데 이권 감독은 그 당시 막내 연출부였다. 당시 슬레이트 담당이라 배우들과 가까이 있었는데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왔다. 처음에 이권 감독이랑 친분이 있어 '도어락'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처음 이권 감독은 내게 '네가 좋아할 스타일은 아니다'고 했다. 일단 장르적으로 흥미가 없는 장르였다. 아무래도 사적으로 관계가 있으면 애정을 담고 보고 이번 작품도 그랬다. 그런데 왜 이권 감독이 처음에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더라. 마지막 결말이 속시원한 느낌이 없더라. 차라리 더 답답하게 끝나버리면 영화적인 메시지가 될 것 같았다. 화끈한 '킬빌'처럼 복수를 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었다. 답답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평소 '이렇게 끝나는거야?'라는 느낌의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정확한 메시지, 해피엔딩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스토리가 친절하기도 하지만 여백이 없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권 감독과 마지막 엔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엔딩을 만들었다. 어떻게 '도어락'은 보면 상업적 스릴러 코드에서 벗어난 시퀀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꽤 긴 시간 이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작품 결정도 그 이야기 끝에 하게 됐다. 만약 모르는 감독이었으면 이 정도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나리오가 바뀌는데 많은 일조를 했다. 각색에 내 이름을 넣어준다고 하기도 했다. 사흘을 이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더 이야기를 못할 정도였다"고 웃었다.

유독 영화에서 극한 캐릭터를 도전한 공효진. 이번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와 관련해 "'여자가 이렇게 강할 수 있을까?' 싶은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업적인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내 취향의 영화만 하면 사람들의 편견이 생길 것 같았다"며 "누구나 다 좋아하는 영화를 해보고 싶어서 '도어락'을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했다. 그리고 바로 '뺑반'(한준희 감독)도 결정했다. 아주 큰 규모의 상업영화다. 관객에게 쉬운 배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실 드라마를 잘 안 보는 영화 쪽 관계자들은 나를 어려운 배우라고 생각하더라. '효진 씨는 어떤 영화를 하고 싶으냐? 이런 영화는 안 좋아할 것 같다'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어느덧 영화 쪽에서는 호불호가 갈려있는 배우더라. 다만 드라마에서는 한없이 풀렸다고 생각한다. 연령대 상관없이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는데 영화쪽은 안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선택한 영화들을 보니 쉬운 영화들이 아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쉬운 캐릭터를 선택한 적이 한 번도 없더라. 그래서 경민을 결정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 경민이 평범한 캐릭터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간 로코 장르의 드라마를 한 이유는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고 집에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 또 초등학생 팬들까지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좀 더 따뜻한 인물을 하려고 한 것 같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에서 하는 좋은 사람을 조금 벗어 던지고 해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스릴러는 나란 배우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장르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 같았다. 영화는 스릴러가 로코보다 높은 스코어가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싶어 '도어락'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효진을 힘들게한 극한 캐릭터에 대해서도 "나를 힘들게 했던, 괴로웠던, 그리고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연기했던 캐릭터는 사실 '미쓰 홍당무'(08, 이경미 감독)였다. 그때 당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모니터 뒤에 앉아 있으면 다들 부담스러워했다. 보통 집에 가면 긴장을 내려놔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 각성이 안 풀어지더라. 그때는 캐릭터를 만들며 연기할 때 굉장히 힘들었다.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고생했다. 반면 경민이라는 역할은 오히려 내가 원래 하던 톤이 아니지만 내가 가진 기준에서 올리고 내리는 연기를 해서 생갭다 어렵지 않았다. 기상천외할 역할을 할 때가 더 막막한 것 같다. '미쓰 홍당무'에 비해 '도어락'은 그저 답답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공효진은 '도어락'에서 원톱 주인공으로 활약한 것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원톱 영화의 부담감이 너무 크더라. 은근히 예민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처음 편집본을 보고 난 뒤 내 마음도 혼란스럽고 힘들었다. 혼자서 영화를 짊어지고 공개가 되고 나서 리뷰들을 내가 몸으로 받아야 한다는게 겁이 났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스릴러라는 장르가 단순할 것 같았는데 생갭다 어려운 장르기도 했다. 놀라는 감정에도 상, 중, 하가 있고 불안감과 공포도 상, 중, 하가 있는데 그걸 잘 배치해 연기한다는 지점이 어려웠다. 연기의 강약 조절이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더라. 내 연기에 답답함을 느껴 당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현실 밀착 공포물인 '도어락'을 홍보하는 데도 쉽지 않았다는 공효진. 그는 "실제로 영화를 보고 후유증을 남기는건 별로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후유증이 큰 사람이다. 그래서 홍보할 때 우려도 많이 했고 걱정거리였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가장 큰 걱정이 홍보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서 결국에는 아주 좋은 결론에 도달했거나 큰 메시지를 거의 대부분 준 작품을 했는데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남을 기분이 어쩌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상상했던 공포를 눈으로 확인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지금도 걱정된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워하는 것 같다. 또 한번 혼자사는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이 동반된 두려움이 상상보다 더 크다는걸 알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홍보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늘 그렇듯 예능 출연 제안도 들어왔는데 그 중 영화 홍보를 위해 매니저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를 개봉하기 전까지 배우의 무게감과 매니저의 고충을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영화 개봉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함께 다이어트를 하자고도 했고 매니저가 실제로 헤어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사에서 반대했다. 매력이 없다는게 그 결론이었다. 요즘 너무 귀엽고 매력있는 매니저가 많지 않나. 우리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힘들 것 같아 포기하게 됐다"며 "'전지적 참견 시점'을 준비하던 매니저는 방송 보면 '부모님이 나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 수도 있겠다'고 걱정하더라. 내가 너무 많이 괴롭혔나 싶기도 했다. 내가 너무 무뚝뚝한 것 같다. 친절한 스타일은 아니다. 내 표정 자체가 무덤덤하다. '도어락'의 경민도 담담함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내게 있는데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동안 수많은 로코 히트작을 낳으며 연예계 대표 '러블리', '공블리'라는 수식어를 얻은 공효진은 "처음엔 스스로 말 꺼내기도 민망했다. 스스로 '공블리'라 생각하는 것 같지 않나? 처음엔 너무 귀여워서 좀 부담됐는데 시간이 지나고도 '공블리'로 불리니까 고마운 생각이 들더라. 오랜 별명을 가진 배우가 사실 '소간지' 소지섭 밖에 없지 않나? 부담되지 않고 수식어를 오래 가지니 이런 영광이 어디있을까 싶다"며 "잠깐동안 많은 '블리'가 지나가지 않았나? '마블리' 마동석 정도 길게 가지고 가는 것 같다. '마블리'는 인정하고 싶더라. 꼭 한 명만의 '블리' 수식어를 물려줘야 한다면 '마블리'에게 주고 싶더라. 그게 마동석이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정말 귀엽고 작은 배우가 그런 수식어를 얻었으면 닭살스러울 수 있는데 그게 마동석에게 붙으니까 너무 귀엽다. '마블리'는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도어락'은 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여자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이가섭 등이 가세했다. '내 연애의 기억'을 연출한 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월 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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