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우희진 "데뷔 30년..이젠 공백이 두렵지 않다"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11-27 14:59


최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나도 엄마야'의 배우 우희진이 27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나도 엄마야'는 대리모라는 이유로 모성을 박탈당한 여자가 새롭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쟁취하며 가족의 소중함, 따뜻한 세상의 의미를 새겨가는 이야기로 우희진은 최경신 역을 맡아 열연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11.2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SBS '나도 엄마야'를 마친 배우 우희진을 만났다.

우희진(43)은 아역배우로 데뷔해 어린이 드라마와 청소년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1994년에는 KBS2 드라마 '느낌'으로 청순한 매력을 뽐냈고,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2002년에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인 '인어아가씨'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바 있다. 이후 우희진은 MBC '남자를 믿었네'(2011), SBS '열애'(2013), MBC '왔다! 장보리'(2014), KBS2 '힐러'(2014), MBC '딱 너 같은 딸'(2015), MBC '좋은 사람'(2016),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MBC '도둑놈, 도둑님'(2017)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최근 종영한 '나도 엄마야'에서 우희진은 재벌가의 큰며느리이자 대리모를 의뢰하게 되는 여자 최경신 역을 맡아 열연했다. 우희진이 연기한 최경신은 내세울 것 없는 친정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이란 상황 때문에 자신과 남편을 이혼시키려는 시어머니에 치이며 대리모를 의뢰하는 인물. 그러나 대리모가 도망가서 건강한 아들을 몰래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이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가혹한 선택을 하며 윤지영을 핍박했다. 그러나 최종회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하며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았다.

우희진은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작품을 해온 배우. 우희진은 "극중 저와는 완전히 성향이 다른 사람이 저다. 이익을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여자인데 저는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잠도 못자고 두 세 시간 자고 나가는 게 즐겁다. 그 상황을 즐긴다. 그리고 물론 제가 마음에 드는 것 기다렸다가 하고 싶지만, '나는 이렇게 할거야' 이런 분들도 있지만, 저는 모든 사람이 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때로는 '내가 일을 안 하면 잊혀질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저한테 주어지는 상황이 저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악역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기도 했지만, 생갭다 더 나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저한테 주어진 것이 이거라면 저에게는 베스트인 거다. 그래서 꾸준히 감사하면서 할 수 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희진은 "전 그냥 연기하는 게 좋다. 누가 '짧고 굵게 가냐, 가늘고 길게 가냐'고 물을 때 가늘고 긴 게 좋더라. 박근형 선생님이 멋진 것은 치열하게 본인의 커리어를 쌓아오시고 존재감도 드러내셨다. '80까지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는데 그것도 너무 멋있었다. 저는 오래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다른 거 하고 싶다는 생각도 생기고 불만도 생기는데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슬럼프에 빠졌을 굥 느낀 것이 '이것보다 좋은 거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정도 역할을 할 수 있게 살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을 오래 쉬고 싶지는 않다. 악역할 때는 혼자만 힘들었고 현장은 너무 즐거웠다. 그런 게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우희진은 아역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자랑하고 있다. 이에 아역배우들을 보면 자신의 옛 모습이 생각난다고. 우희진은 "될 수 있으면 편하게 해주려고 하고 노력한다"며 "그런 친구들을 보면 어릴 때 날 보는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럴수록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밝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슬럼프가 있다가 돌아올 때 저는 돌아올 때 '결국 내가 할 일이 이거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30대 중반 쯤 쉬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돌아올 때쯤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걸 안하면 뭘 할까' 생각을 해봤지만, 특별히 제가 재능이 있는 게 다 이쪽이더라. 뭐를 하든 이쪽 일을 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우희진은 '남자 셋 여자 셋' 멤버들에 대해 "우리 일이 서서히 각자의 일을 하다 보니 연락이 끊기더라. 의정이랑 연락을 하기도 하고, 제니는 미국에 간 다음에 연락이 끊겼는데 방송으로 보고 나니 보고싶더라. 많이 보고 싶다. 지금 만나면 나이도 들고 깊이와 넓이가 생겨서 공감하고 얘기할 것들이 많이 생길 거 같다"며 "친구들을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동엽 오빠 아닐까 싶다. 그때 이후 연락도 못하고 그랬는데 오빠가 리더십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 너무 재밌었고 즐거웠고 좋았다. 제니도 좋았다고 인터뷰를 한 것 보고 '좋았구나' 싶더라. 만약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면 또 좋은 얘기 나눌 거 같다. 배우로서 방송국에서 여러 일도 있었다. 동엽 오빠가 중간에 유학을 가서 제가 잠깐 빠진다고 해서 빠졌다가 다시 붙은 적도 있는데 그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 멤버라서 딱 맞아 떨어지는 케미도 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우희진은 1987년 공식적으로 데뷔한 뒤 30년이 넘는 연기 생활을 해왔다. 그는 "누가 말해주면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싶더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적응하고 에너지를 쏟았다가 끝나면 막막한 공백을 가지는 것의 반복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이제는 좀 그걸, 이 직업이 가진 사이클 리듬을 받아들이고 싶다. 20대와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을 좋아해서 공백이 괴로웠다. 일을 안하면 뭘 할지 몰랐는데 그런 게 서서히 없어지면서 일을 안하면서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쉬는 시간에는 이제 마음이 편안하다. 짧지만 3년의 공백기와 제 개인적인 슬럼프를 겪을 때도 버텼는데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의 믿음과 단단해짐이 있다"고 밝혔다.


우희진은 "연기는 계속 하고 싶다. 여유가 있다기 보다는 계속 해야 할 거 같다. 선택을 받는 직업이니까 제 몫을 못하고 배우로서 역할을 못하면 그냥 사라지는 거다. 건강하고 즐겁게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큰 자기관리라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모든 생활이 온다"고 말했다. 우희진은 또 슬럼프를 극복한 계기에 대해 "비빌 언덕이 없으면 나도 내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엄마가 많은 도움이 됐다. 스스로의 정체성도 생각하며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여든이 될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포부와 각오를 밝히며 "이제는 너무 정제된 역할보다 공감할 수 있는, 마치 내 얘기 같은 '미생' 같은 느낌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엄마야'는 윤지영(이인혜)와 최경신(우희진), 신상혁(알렉스), 신현준(박준혁)과 모든 이들이 다정한 한때를 보내며 종영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따듯한 마음음과 화해라는 교훈을 전달했다.

lunamoo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