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무공해 청정 코미디 탄생"…'인어전설'이 담은 제주도 민낯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1-08 09:20 | 최종수정 2018-11-08 13:11


배우 전혜빈, 문희경이 8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인어전설'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영화 '인어전설'은 전직 싱크로나이즈 스위밍 국가대표 선수 '영주'가 제주에 와서 '옥자' 등 제주해녀들과 함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공연을 준비하면서 해녀의 삶에 점점 동화돼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1.0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순도 100%, 무공해 청정 휴먼 코미디 영화가 탄생했다.

제주 해녀들의 우여곡절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인어전설'(오멸 감독, 자파리필름 제작). 8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인어전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전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영주 역의 전혜빈, 제주도 마을의 해녀 대표이자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어촌 계장 옥자 역의 문희경, 그리고 오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인어전설'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지슬'(13)로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중 하나인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독립 영화계의 거장 오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로 제주 해녀들을 주인공으로 여성들의 연대와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휴먼 코미디다.

제주도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제주도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인어전설'은 실제 제주도 출신 주·조연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한 진정한 제주 감성을 담은 작품. 무엇보다 '인어전설'은 '우리 연애의 이력'(16, 조성은 감독) '령'(04, 김태경 감독), SBS 드라마 '더 레이서', tvN 드라마 '또 오해영' 등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다양한 연기변신을 펼치고 있는 전혜빈과 영화 '글로리데이'(16, 최정열 감독) '간신'(15, 민규동 감독) '좋지 아니한가'(07, 정윤철 감독)를 비롯해 드라마와 뮤지컬에서도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제주도 출신 문희경이 가세해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이날 전혜빈은 "내 인생에서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인어전설'을 선택하게 됐다. 너무 훌륭한 문희경 선배와 이런 작품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기간이 길어져서 8월에 시작해 다음해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한겨울에 폭설 내렸을 때 물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제주도 한파에 왔을 때 물에 들어가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우리 모두 울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애정과 애증이 많다"고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문희경은 "'인어전설'에서 옥자를 연기한 제주도 출신 문희경이다. 이 작품은 2015년 시작해 3년이 지난 지금 개봉하게 됐다. 저예산 영화라 모든 배우, 스태프가 정말 고생하면서 찍었다. 모두가 생사를 걸며 전력질주하며 촬영했다. 그래도 우리 작품이 늦게나마 개봉할 수 있게돼 감사하다. 제주 해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여자들의 워맨스, 인생사를 다룬 작품이다. 전혜빈과 의외로 케미스트리가 좋아서 촬영하면서 즐거웠다"고 자신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보다 제주도 사투리를 잘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정말 사투리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나? 나는 제주도 출신 중 사투리가 심한 편이었다. 서울에서는 사투리를 안썼는데 오랜만에 제주도에 갔는데 나도 모르게 제주도 사투리가 나오더라. 내 사투리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 내 몸속에 제주도의 DNA가 있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요즘 제주도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지 않나? 제주 정서를 요즘 시대에 맞게 볼 수 있다는 취지가 좋았다. 오멸 감독의 미장센이 정말 멋지다. 많이 안 알려진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를 보면서도 제주도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싱크로나이즈에 도전 하기 전 스킨 스쿠버를 연습했다. 실제 우리들이 연기를 하는 장면이 필요해서 두 달간 연습했다. 제주도에서 촬영할 때도 수시로 모여 연습했다. 이 영화를 하면서 고막에 구멍이 났다. 의사 소견으로 수영하지 말라고 했지만 영화 촬영을 위해 치료하면서 촬영을 이어갔다. 많이 힘들었다. 귀에 천공이 있어 30%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촬영 할 때쯤 되니까 고막이 스스로 치유가 됐다. 이런 내 몸을 보고 울기도 했다. 청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촬영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었다"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두 사람은 남다른 워맨스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희경은 "영화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제주 사람들은 타지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안 연다. 제주도 어머님들이 유독 투박하고 말이 거칠다. 바다 바람을 가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도 크게 외친다. 거칠고 투박한 여자가 서울에서 내려온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 영주를 알아가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정말 좋았다. 초반에는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마음의 문을 열어 나가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도 전혜빈에게 '우리 케미 좋다'라고 귓속말을 했다"고 자신했다.

전혜진은 "엄마의 마음, 해녀의 마음, 여자들의 아픔을 오멸 감독이 싱크로나이즈에 잘 접목했다. 여성 관객이 볼 때 깊게 공감될 장면들이 묘사된 것 같다. 제주도에 있으면서 문희경 선배와 친언니 동생 사이처럼 지냈다. 현장에서 케미스트리가 정말 좋았다"고 답했다.


오멸 감독은 "이번 작품은 현장에서 복잡했던 순간이 많았다. 제주도의 해녀 이야기를 옮기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그게 얼만큼 전달될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복잡하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문희경과 전혜빈을 캐스팅한 이유로 "개인적으로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현장 자체가 너무 좋았다. 제작비 부분이 초반에 문제가 생겨서 여유롭지 않아 고달프기도 했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도 못할뻔했다. 배급사를 찾는 과정까지 복잡한 사연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개봉 못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도 했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노고에 답하지 못할 것 같아 부담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문희경 선생은 제주 지역 출신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지역 주민 그 자체였다. 배우로서 적합한 모습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됐고 지역 출신 배우와 교류하고 싶었다. 전혜빈은 과거 예능 '천생연분' 나올 때부터 팬이었다. 발랄한 모습이 정말 좋았고 '정글의 법칙' 보면서 또 다른 모습을 봤다. 건강 미인이지 않나? 현장에서도 쾌할한 모습을 많이 만들어 줬다. 열악한 환경에서 끝까지 버터젼 두 분에게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오멸 감독은 "내게 제주도는 친구이기도, 어머니이기도, 연인이기도 했다. 또 어떨때는 감옥이기도 했다. 제주도라는 섬을 5편 이상 영화로 만들었다. 강정마을 같은 경우 바다가 본래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버렸다. 이 작품을 편집할 때 편집기사가 '감독님은 제주도를 오래 전 추억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하더라. 이 영화도 2층 건물 하나 없다. 90년대까지 내가 보고 느낀 공간을 제주도에서 찾고 있다. 어머니에서부터 감옥까지 했던 공간이 요즘에 흩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요즘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을 하고 있어서 타지에 나와 있는데 그래서 감상적인 마음이 있기도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여전히 제주도는 내게 애정과 애증이 섞인 공간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인어전설'은 전혜빈, 문희경, 이경준, 강래연 등이 가세했고 '눈꺼풀' '지슬'의 오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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