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신성일은 뼛속까지 영화인"..55년 함께한 엄앵란의 '애도'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8-11-04 15:58


배우 신성일이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부인 엄앵란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6일,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2018.11.4/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55년을 남편과 아내로 살았다. 엄앵란은 폐암 투병 끝에 4일 새벽 세상을 떠난 남편 신성일을 '뼛속까지 영화인'이라고 표현했다.

엄앵란은 4일 오후, 새벽 타계한 고(故) 신성일의 빈소에서 남편이 차녀인 수화 씨를 통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고인에 대해서는 "우리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걸 볼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생각에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앵란은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며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엄앵란이 기억하는 신성일은 가정적인 남자가 아닌, 사회적인 남자, 그리고 대문 밖의 남자다. "내 팔자가 그렇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남편인 신성일을 생각하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엄앵란과 신성일은 영화 '로맨스 빠빠'(1960)로 처음 만났다. 신성일은 신상옥 감독의 작품인 '로맨스 빠빠'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엄앵란은 이미 다수 작품에 출연한 뒤 인지도를 갖고 있는 여배우로 합류했다. 이후 같은 작품에 출연하며 호감을 쌓았고 1964년 11월에는 서울의 고급 호텔에서 4000여명의 하객·팬들과 함께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 신성일이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6일,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2018.11.4/사진공동취재단
행복하게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않았다. 두 사람은 이미 1975년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별거의 원인으로는 신성일의 외도가 꼽혔다. 신성일은 지난 2011년 발간했던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를 통해 故김영애(1944~1985)와의 불륜을 고백했고 "생애 최고로 사랑했던 연인"이라며 외국에서 주로 만났고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또 고인은 "나는 엄앵란도 사랑했고 김영애도 사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도로 인해 가족과 엄앵란에게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부부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했다. 부부라기보다는 '동지'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함께했다. 엄앵란은 지난 2015년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했다. 신성일은 20여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투병하는 엄앵란의 옆을 지켰다. 엄앵란도 폐암으로 투병 중인 고인의 옆을 지켰고 고인의 병원비를 부담했다.


엄앵란과 가족들의 지킴 속에 배우 신성일은 폐암투병 끝 별세했다. 지난해 6월 페암 3기 판정을 받은 이후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왔던 신성일은 지난달 4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등장해 건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줘 영화팬들의 박수를 받았으나, 결국 한 달 만인 4일 오전 2시 30분께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인 엄앵란과 아들 강석현(51)씨, 딸 강경아(53)씨, 강수화(48)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이다. 장지는 경북 영천에 마련된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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