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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캐릭터 갈증"…염정아, 현모양처·명배우로 사는 법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0-26 11:36 | 최종수정 2018-10-26 13:58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반복된 센 캐릭터, 여성 캐릭터 고갈에 서럽기도 갈증을 느끼기도 했죠."

배우 염정아(46)가 데뷔 후 21년 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느낀 갈증을 고백했다.

휴먼 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 필름몬스터 제작)에서 변호사 태수(유해진)의 아내이자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을 연기한 염정아. 그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완벽한 타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웃으며 시작된 저녁 식사에서 서로의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것을 공개하는 '휴대폰 잠금해제 게임'을 통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신하는 친구들의 상상조차 못 한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 이탈리아의 코미디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지'(16,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를 집중적으로 조명, 캐릭터들간의 긴장감 넘치는 감정 변화를 한국 관객 정서에 맞게 각색해 눈길을 끌었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핸디캡을 쫀쫀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으로 채우며 반전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1991년 제35회 미스코리아 미스 선(善)으로 데뷔해 어느덧 경력 27년차를 맞은 염정아. 캐릭터마다 높은 싱크로율과 몰입도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염정아가 지난해 여름 개봉한 공포 영화 '장산범' 이후 1년 만에 스크린 컴백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극 중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태수와 깐깐한 시어머니, 정신없는 세 아이에 치인 주부 수현을 완벽히 소화한 염정아는 '완벽한 타인'에서 부부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발산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날 염정아는 "처음 '완벽한 타인' 시나리오가 굉장히 독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히 내 역할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보여줄 게 많았다고 생각됐다. 기혼 여성으로서 공감이 많이 돼 더 마음에 들었다. 분명 수현이라는 캐릭터에 나만의 사랑스러움, 귀여움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극적인 캐릭터에 사랑스러움을 넣는다면 이 인물이 더욱 살 것 같았다. 이재규 감독과 이야기를 맞춰서 수현이라는 캐릭터를 더 많이 발전시켰고 좀 더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기존에 센 역할을 많이 해서 이런 소극적인 역할에 매력을 많이 느낀다.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재미가 기대가 됐다. 또한 유해진과 부부 연기를 상상해 봤을 때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대게는 내가 전문직 여성일 것 같고 유해진이 가정적인 남자로 등장할 것 같은데 그게 달라서 재미를 느낀 것 같았다"며 "한동안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가 없어서 서럽기도 하더라. 지금이야 이렇게 매 작품 여성 캐릭터가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나서 행복하고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작품을 언제 또 만나보겠나?'라는 생각은 했다. 다양한 영화가 사랑 받는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부 호흡을 맞춘 유해진에 대해 "이 작품에서는 캐릭터들 간에 수 없이 합을 맞췄다. 하루에 똑같은 대사를 10번, 혹은 20번 정도 하니까 호흡을 일부러 맞추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맞아갔다"며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를 준비를 하면서 유해진이 태수 역할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 사전에 리허설도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 유해진이 너무 편했다. 나는 유해진의 리액션만 받아도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태수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촬영 중에도 '너무하네' 싶으면서 울컥할 때가 많았다. 유해진은 그동안 작품을 몇 번 해봐서 알고 있었는데 '진짜 진국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이 작품이 끝난 뒤에도 다른 작품에서 또 파트너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었다.



염정아는 '완벽한 타인'을 관람한 실제 남편의 재미있는 반응 또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완벽한 타인' VIP 시사회 때 남편도 와서 영화를 봤는데 남편이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호평해 주더라. 영화 끝나고 메시지로 고생했다고 뒤풀이 천천히 즐기다 늦게 들어와도 된다고 하더라. 다만 영화를 본 뒤 남편의 반성은 특별히 없었다"며 "나도 영화처럼 신혼때 남편 휴대전화가 너무 궁금해서 몇 번 몰래 훔쳐 보긴 했는데 요즘은 서로 안 본다. 결혼 때부터 암호 패턴이 똑같은데 이제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굳이 속속들이 다 뒤져보지 않았지만 남편을 믿는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수현처럼 남편에 잘 맞춰 주는 스타일이다. 물론 남편도 날 잘 맞춰준다. 신혼 때는 맞추는게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서로를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둘 다 선을 잘 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약간 현모양처이고 싶은 성향도 있는 것 같다. 남편을 꼭 이기려고 하는 부분은 없고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수현 캐릭터에 대해 "대부분의 전업주부는 많이 참고 어떻게든 버텨서 생활하려는 모습이지 않나? 실제로 주위에서 이런 아내 캐릭터를 많이 봤다. 아마 수현도 그런 삶에 많이 지켰을 것이고 그래서 SNS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우리네 엄마들이 수현과도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나? 정서상으로 관객도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남편과 아이 셋을 키우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있는 아내인데 어떻게 안 힘들겠구나 싶다"며 "나 말고도 많은 캐릭터가 있지 않나. 물론 수현이라는 캐릭터에 답답하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실제 주위에 있는 사람이다. 내 또래는 많이 있는데, 그 부분이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어 "나 역시 수현처럼 일탈은 아예 안 하고 못 하고 관심도 없지만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답답함이 느껴지더라. 과거 아이들을 육아하느라 일을 쉴 때가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답답했는데 그때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내가 없으면 가정이 안 돌아가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 바뻤다. 날 위해 하는 게 없어 힘들었다. 그렇다고 육아 우울증은 아니었다. 성격상 긍정적이어서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너무 반복되는 삶을 사니까 활력, 에너지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나 자신으로서 염정아로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게 탈출구가 오로지 내겐 일이었고 그런 이유로 요즘 일할 때 너무 즐겁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한편,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등이 가세했고 '역린'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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