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섹시 버리고 코믹본능" 데뷔 13년차 손담비의 진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0-15 15:01


영화 '배반의 장미' 여주인공 손담비가 15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배반의 장미'는
각자 자신의 인생이 세상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미스테리한 여자가 만나 한날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삼청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10.15/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활동을 10년 넘게 했는데 아직도 대중은 절 차갑게 느끼셔서 안타깝고 속상해요."

배우 손담비(35)가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면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코미디 영화 '배반의 장미'(박진영 감독,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 남다른 사연의 미스터리한 여인이자 마지막을 함께할 비밀 클럽에서 배반의 장미로 활동하는 미지를 연기한 손담비. 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배반의 장미'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각자 자신의 인생이 세상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미스테리한 여자가 만나 한날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배반의 장미'. 입시 문제, 직장과 가정 등 세대를 초월한 사회 이슈를 적절하게 녹여낸 '배반의 장미'는 인생의 끝에서 가슴에 품어왔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냈다.

특히 2005년 가수로 데뷔, '미쳤어' '토요일 밤에' 등을 히트시킨 것은 물론 2009년 SBS 드라마 '드림'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펼친 손담비는 '배반의 장미'로 첫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치러 눈길을 끈다. 앞서 손담비는 '탐정: 리턴즈'(이하 '탐정2', 18, 이언희 감독)에서 조연 윤사희 역으로 반전의 액션 연기를 선보인바, 스크린 첫 주연작인 '배반의 장미'에서는 망가짐을 불사한 코믹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가장 먼저 손담비는 이날 인터뷰에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것고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소감을 전했다. 손담비는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떨렸다. 같이 촬영한 배우들도 정말 많이 긴장을 했다. 보면서 내내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첫 영화라 내 위주로 보게 됐다. 연기적으로 어떻게 평가 받을지 제일 궁금했다. 함께 촬영한 선배들이 영화 속 장면 때문에 욕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 신이 어떻게 나왔을지 걱정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함께한 선배들이 잘해줘 재미있게 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탐정2'에서는 카메오 출연처럼 합류를 했는데 아무래도 '배반의 장면'은 주연이라 부담감이 컸던게 사실이다. 처음에는 내 얼굴이 크게 나와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큰 화면에서 보는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영화를 보기까지 정말 심장이 떨릴 정도로 걱정했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첫 작품이다"고 전했다.

손담비는 '배반의 장면'에서 함께한 김인권, 정상훈, 김성철과 잊지 못할 코믹 호흡도 자신했다. 그는 "선배들이 워낙 코미디 대가라 내가 하는걸 다 받아주더라. 생갭다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많이 알려주면서 조언을 받았다. 덕분에 웃으면서 수월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애드리브를 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많이 당황했다. (정)상훈 오빠에게는 '언제 이 애드리브를 끝낼 것인가?'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상훈 오빠가 대사가 많이 없어서 애드리브를 많이 넣었다고 하는데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을 했다. 아무래도 상훈 오빠의 큰 그림이었던 것 같다. 정말 많이 애드리브를 만들어 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배반의 장미'에서 가장 큰 웃음을 안긴 손담비의 욕 연기에 "욕 장면은 전부 애드리브였다. 사실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웃음 포인트를 안기고 싶은 대목 중에 하나였다. 심한 욕 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정상훈 오빠가 실제로도 상처를 받았다고 하더라. 스스로 욕심을 냈던 장면이었고 연기를 한 뒤에는 괜찮나 싶을 정도로 욕 수위가 높았던 장면이기도 했다. 상훈 오빠는 '원래 욕을 잘한거냐?'고 놀리기도 했는데 솔직히 평소 욕을 잘 못해 촬영 전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한 장면이다"고 남다른 노력을 밝혔다.


또한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손담비는 "가수할 때는 섹시한 이미지가 많았는데 연기할 때는 오히려 캔디같은 역할이나 형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내가 원래 가졌던 섹시한 이미지와 맞는 것 같아 해보고 싶었다. 성격적인 부분도 잘 맞아 잘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실제로 가수할 때 섹시했던 이미지가 이번 작품에서 많이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연기할 때도 섹시한 포즈나 리액션 같은 것들이 가수 활동 때 많이 했던 포즈였고 영화에도 그때 노하우를 모티브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향하는 과정에 대해 "가수 때 모습을 지워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잊는다기 보다는 극복을 해야할 것 같다. 물론 연기를 처음 할 때는 그런 부분이 어려움이 컸다. 지금의 소속사에 왔을 때는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연기적인 부분에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내 연기 갈증을 그나마 많이 덜어낸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도 '내가 즐겁게 하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몇 년만에 느낀 것 같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아서 내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연기 갈증을 풀 수 있었던게 '배반의 장미'였다"고 답했다.

이어 "연기자로 전향했을 때 제일 많이 들어오는 캐릭터는 부잣집 딸, 차도녀 캐릭터였다. 너무 기존 이미지와 겹칠 것 같았고 너무 뻔한 이미지 같았다. 오버랩될 것 같은 느낌이라 그동안 일부러 반대의 캐릭터를 더 찾았던 것 같았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처음부터 섹시한 이미지 캐릭터는 하지 않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에 연기를 시작하고 5년간은 이런 캐릭터를 피했던 것 같다"며 "실제로 내 안에 꿈틀거리는 코믹 본능이 있다. 그래서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섹시하면서 코믹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배반의 장미'를 선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연기 갈증이 많이 충족됐다"고 전했다.


손담비는 오랜 활동을 하며 겪은 고충에 대해 "대중은 나를 너무 차갑게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버릇없다' '차갑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더라.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심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다. 실제로는 털털하고 남자같은 성격인데 대중의 편견이 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 것 같다"며 "김인권, 정상훈 오빠도 내 이미지 때문에 많이 긴장했다고 하더라. 도도할 줄 알아 긴장하고 편견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게 리딩 때 다 깨졌다. 지금은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손담비는 자신이 차가운 이미지를 갖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업신'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무대 위 카메라를 보는 손담비의 눈빛과 표정이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수식어 '업신담비'. 이후 많은 패러디를 만들며 화제를 모았던 손담비는 이와 관련해 "그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지금도 따라다니는 짤이다. 그게 노래 부를 때, 정말 찰나에 찍인 장면인데 그게 포착돼 지금까지 따라다니고 있다.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다 보니 만들어진 표정인데 이 표정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 실제로는 사람을 업신 여기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다. 그게 전혀 아닌데 스스로 너무 안타깝운 지점 중 하나다"고 토로했다.

손담비는 "솔직하게 나는 심적으로는 가장 잘됐을 때 가장 힘들었다. 가수할 때가 바로 그랬다. 내 생각과 패턴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불행했다. 인기는 많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30대 넘어가고 연기를 하면서 여유를 찾게 됐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 훨씬 여유로워졌다"며 "그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가수로 8년간 달려왔다. 요즘들어 더 많이 스스로 격려를 해주고 있다. 지금은 가수 활동할 때 나를 좀 더 격려해줄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0대에 과거의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고 스스로 잘 살았다 다독여주고 있는 중이다. 예전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없어졌다. 가수할 때는 눈을 뜨면 무대 위였고 노래부르는 것 외엔 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우울증도 왔다. 당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스로 채찍질도 많이 해서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던 시기였는지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많이 극복하고 여유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담비는 데뷔 초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에스블러쉬에서 한국계 미국 배우인 사라 손과 함께 할동한 인연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에스블러쉬는 'It's My Life' 곡으로 빌보드 핫 댄스 클럽 송 차트 2위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은 미국 프로젝트 그룹으로, 지난 8월 개봉해 국내에서 무려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반전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 '서치'(18, 아나쉬 차간티 감독)를 통해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된 것. 에스블러쉬의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사라 손은 '서치'에서 데이빗 킴(존 조)의 아내 파멜라로 국내 관객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배우로 손담비와 함께 활동한 과거 사진이 공개되며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았다.

손담비는 "'서치'에 대한 호평은 익히 들었는데 시간이 안돼 아직 영화는 못 봤다. 안그래도 '서치'가 흥행하면서 나온 기사를 많이 봤는데 사라 손이 지금은 결혼해서 애가 둘이라고 하더라"며 답했다.

그는 "당시 에스블러쉬는 미국 대중을 타겟으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그때 나만 한국권 멤버라서 그룹 활동하는데 정말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1년간 에스블러쉬로 활동을 했는데 그때도 사라 손은 아기만 키우면서 살 것 같았는데 이후에도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줘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 오랜만에 소식을 듣고 화면으로나마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 추억을 곱씹었다.


한편, '배반의 장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김인권, 정상훈, 손담비, 김성철, 박철민 등이 가세했고 박진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영화 '배반의 장미' 언론 배급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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