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포장된 ★이미지"…한지민이 보여주고픈 날것의 얼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8-10-01 14:3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과대 포장된 천사 이미지, 반복된 캐릭터에 갈증 있었죠."

신작에서 강렬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역대급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한지민(36)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 자신만의 연기 철학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감성 휴먼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 영화사 배 제작)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백상아를 연기한 한지민. 그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미쓰백'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신뢰받고 있는 한지민.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11, 김석윤 감독)에서 팜므파탈 한객주 캐릭터를, '밀정'(16, 김지운 감독)에서 당찬 의열단원 연계순을 연기하며 충무로를 이끄는 대표 여배우로 활약한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지금껏 선보였던 캐릭터와 정반대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데뷔이래 가장 강렬한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한지민은 원래의 깨끗하고 예쁜 피부에 거친 피부 분장과 상처, 헝클어진 머리로 변신한 백상아로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서 직장과 가정 사이 동분서주하는 워킹맘 서우진과 180도 다른 이미지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 아동학대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한지민의 진정성과 호소력 짙은 연기로 채운 '미쓰백'은 올가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웰메이드 작품으로 떠오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지민은 '미쓰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 작품은 제안을 받고 새벽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때 해외 촬영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시차 적응이 힘들었을 때였다. 한창 감성에 젖었을 시간인 새벽 3~4시쯤에 '미쓰백' 시나리오를 일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아이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시나리오 읽었을 때 아동학대에 대한 장면들로 인해 화도 많이 났다"며 "사회적인 문제가 영화화된 후 이슈가 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된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 이유로 '미쓰백'도 무작정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혼자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한다고 했지?' 싶다. 작업을 찾을 때는 운도 있고 인연이 닿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내겐 그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그때 '미쓰백'을 만나면서 나도 위로 받았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평소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한지민은 유독 아동학대 소재를 눈감을 수 없었다고. 특히 소문난 '조카 바보'이기도 한 한지민은 조카 생각에 더욱 마음이 쓰였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편한 배우인 것 같다. 뉴스를 보면서 살인 사건을 봤을 때 '살인범도 어렸을 때는 순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살아오면서 주변 환경과 생활로 인해 그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 같고 그 부분이 안타깝다. 이러한 뉴스를 들여다 보면 자연스레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여러 이유가 '미쓰백'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관심 때문일까. 한지민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얼굴, 새로운 감정선을 '미쓰백'에 담아내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의 변화에 대해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한지민은 "그동안 영화 작업보다 드라마를 쉬지 않고 하다 보니까 영화 작업 기회가 많이 없었다. 작품 선택할 때는 영화, 드라마를 구분 짓지 않았는데 그래도 드라마가 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적 작업을 할 때는 고민을 더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영화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며 "아무래도 영화 시나리오에는 여자 캐릭터 다양성이 많지 않다 보니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이 있으면 참여하려고 했다. 솔직히 내가 한 역량에 비해 작품에 묻어가고 기대갔던 작품이 많아 흥행에 대한 감이 평균보다 소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쓰백'은 처음엔 흥행 고민을 안 하다 타이틀롤이라는 생각에 욕심을 갖게 됐다. 이 영화에 쏟은 제작진과 함께한 배우들의 많은 공을 생각하면 흥행을 생각 안 할수 없게 됐다. 요즘은 관객이 좋아하는 장르가 자극적이고 오락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미쓰백'은 그런 요소는 적지만 만약 내 진심이 전해진다면 영화가 내리더라도 보신 분들이 좋은 평가를 내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에 있어서 어색하게 보지 않길 바라는게 처음 나의 목표였다면 개봉할 때쯤 되니 우리 모두의 진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통하길 바랐다. 추석 대작이 지나고 입소문을 타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성 영화에 대해 생각해주는 것들이 많이 커진 것 같은데 이런 소재를 다루는 작품을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인생캐릭터'라는 호평에 대해 "이런 수식어를 듣는다면 기쁘기만 할 것 같다. 인생 캐릭터를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직 관객 평가가 남아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배우를 하면서 어떤 캐릭터가 특징으로 남는 것은 너무 감사할 것 같다. 그게 '미쓰백'이 된다면 훗날 이 인생 캐릭터를 깨길 보다는 도전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또 생길 것 같다"고 웃었다.


또한 한지민은 '미쓰백'을 통해 그려진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대해 "백상아의 외형적인 것을 만드는 데 노력을 많이 했지만 상아의 심리 상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일부러 인상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백상아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 자체가 삐딱하게 초점이 맞춰져 항상 찡그리게 됐다. 거친 느낌을 주기 위해 피부도 건조하게 만들고 탈색도 했다. 미간을 찡그리니 저절로 주름도 많이 생기더라. 안 쓰던 주름을 쓰니까 다른 얼굴이 나온 것 같다며 이지원 감독은 좋아하더라. 피부가 워낙 얇고 예민한 편인데 그래서 피부과 치료도 자극적일 것 같아 안받았다. 그런데 '미쓰백' 촬영을 끝내고 이렇게 되면 안 될 것 같아 영화 끝나자마자 피부과를 찾아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이미지나 캐릭터 변화에 대해 꾸준히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늘 비슷한 캐릭터를 한 것에 대해 갈증도 있었다. 대중이 나를 보며 떠올리는 이미지가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과대 포장 된 부분도 있다. 그게 애써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기 보다는 앞으로 내가 어떤 역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숙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쓰백'은 이미지 적으로는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미쓰백'에서 담배를 피우고 욕하는 것들이 등장부터 나오는데 이러한 캐릭터의 성향이 관객에게는 처음엔 불편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걱정도 됐지만 초반에 백상아 캐릭터가 확실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영화 내내 관객이 몰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전반적으로 실패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초반부터 이미지 변신을 몰아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흡연 연기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자면 '밀정'에서 담배를 배우게 됐다. 그 당시 김지운 감독이 담배를 짧은 장면이나마 피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고 캐릭터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라 판단해 담배를 시도했다. 이번 작품도 그 작품에 이어져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백상아는 담배를 피우는 특유의 포즈가 있다. 내가 가진 이미지 때문에 백상아의 캐릭터가 이질감을 갖지 않을까 고민도 했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맞는 담배가 있지 않나? 백상아에 어울리는 담배를 찾기 위해 대부분의 담배를 다 시도할 정도로 노력했다. '미쓰백'은 나에게 없는 모습을 찾아내고 끌어낸 작업이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시사회 앞두고 나서는 변화된 내 모습 때문에 너무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다. 걱정보다는 칭찬이 많아 너무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사실 그동안 착한 이미지가 많았고 순수한 이미지라는 것도 컸다. '천사같은 이미지'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과대포장된 것 같다. 한 번은 친한 포토그래퍼가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서 '착한줄 알았는데 예민할 때도 있더라'라고 하더라. 예전에 기분이 좀 다운돼 가만히 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더라. 나는 15년간 한 매니저랑 일을 하다가 독립해 지금의 소속사에서 성격도 더 씩씩해지고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그 전에는 마냥 조용했다. 그런 부분이 고정된 캐릭터와 맞물려 고민이 컸고 점차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변화를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20대에는 사람을 대하는 것도 힘들었고 집에만 있었다. 소속사를 바꾸면서 그런 부분이 후회가 되더라. 젊을 때 해본게 별로 없더라. 내 젊은 시간은 돌려주지 않는다. 작품이외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가졌는데 그때부터 대중에게 친근함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여자가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권소현, 백수장 등이 가세했고 이지원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영화 '미쓰백'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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