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 '골짜기' 벗어나 4분기 반전 이뤄낼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8-10-01 07:58


스마일게이트RPG 지원길 대표가 '로스타아크' 런칭 쇼케이스에서 출시일을 공개하고 있다.

넷마블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카카오게임즈의 '프렌즈 레이싱'

'4분기, 반전은 가능할까?'

올해 한국 게임산업은 흔히 축구에서 말하는 '골짜기 세대'로 비유할 수 있다. 기존 매출과 인기 판도를 뒤흔들만한 '한 방'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산업 자체의 활기는 많이 떨어졌다. 라이브 게임으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형 게임사와 신작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중소 게임사간의 양극화는 여전히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선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를 1년 6개월 넘게 받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고, 지난해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이을만한 신작을 글로벌 시장에서 내놓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매년 이어진 게임사들의 주식 시장 상장도 이뤄내지 못했고, 심지어 상장 폐지까지 당하는 게임사까지 나왔다.

이처럼 3분기까지 부진에도 불구, 4분기 한국 게임산업은 다시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진부한 문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대작들과 더불어 새로운 신작들도 출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남은 3개월동안 반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존 구도를 흔들지 못했다

온라인게임 전성 시대 때는 일종의 '쉬어가는 해'가 가끔씩 나왔다. 최소 3~4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신작 출시가 이뤄지지 않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이런 기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끊임없이 모바일 신작이 나오고 있고, 오픈마켓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기존 인기작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경우는 예외적인 상황이 됐다.

그러나 모바일도 MMORPG라는 하드코어 대작이 매출 상위권을 휩쓸게 되면서 장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출시 간격이 다시 길어지고 있다. 전작이 아무리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답습한 후속작은 유저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출시된 신작 가운데 3개월 이상 매출 상위권을 유지한 국산 모바일게임은 '검은사막 모바일'이 거의 유일하다. 매출 상위권인 '뮤 오리진2'과 '라그나로크M'은 각각 국산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것이지만 개발은 중국에서 이뤄졌다. 그나마 '검은사막 모바일'은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게임이기에, 완전한 신작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 위메이드의 '이카루스M'과 액션스퀘어의 '블레이드2', 게임빌의 '로열블러드' 등 시장에서 기대를 받았던 신작들은 초반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MMORPG 일색의 시장에 경종을 울리며 등장했던 넥슨의 '야생의 땅:듀랑고', 넷마블의 '아이언 쓰론' 등은 마이너한 장르 개척이라는 도전성으로 박수를 받았지만, 유저들에겐 큰 호응을 못 얻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에도 'FIFA 온라인 4'가 해외 IP에 국내 개발진이 투입된 국산 신작이라 볼 수 있지만 기존 'FIFA 온라인 3'를 대체하는 정도에 그쳤을뿐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가 구축한 양강 구도를 흔드는데 실패했다.

상장 러시에 제동

이는 주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주는 주식 투자자들의 대표적인 블루칩이다. 카카오톡 플랫폼 덕에 성공을 이룬 선데이토즈가 2013년 스팩 합병 상장을 시작으로 2014년 데브시스터즈와 파티게임즈가 코스닥 시장에 각각 등장했다. 이어 2015년 더블유게임즈, 2016년 미투온 등 소셜 카지노 게임사들이 상장된데 이어 지난해 5월 넷마블이 코스피 직상장한 최초의 게임사가 됐고 9월 펄어비스도 상장에 성공하는 등 러시는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코스닥 최대 기대주로 불렸던 카카오게임즈가 추석 연휴 직전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개발 스튜디오의 가치 산정에 대한 문제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진행중인 감리절차가 3개월 가까이 늘어진데다, 그 사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할 우려에 내년으로 상장을 미뤘다.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은 파티게임즈가 결국 상장폐지로 결정나고 지난 28일부터 정리매매가 들어가면서 상황은 최악이 됐다. 4년전 화려하게 입성한 파티게임즈가 게임사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퇴출되는데 이어, 같은 '카카오 키즈'인 데브시스터즈마저 2015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도 적자가 될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될 수 있는 등 게임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바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반전을 지켜보라

3분기까지 이어진 엄혹한 분위기이지만 4분기에는 훈풍이 불어올 조짐이다.

우선 온라인게임 최고 기대작이라 할 수 있는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가 11월 7일 공개 서비스에 돌입한다. 실로 오랜만에 등장하는 국산 온라인게임이기에, 그 기대감은 크다. '로스트아크' 런칭 쇼케이스에서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의장은 "지난 7년간 1000억원 이상을 들여 개발한 '로스트아크'는 트리플A급 MMORPG라고 자신한다. 첫사랑의 느낌을 남길 수 있는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지난 2011년부터 개발해 오고 있는 온라인 MMORPG로 혼자서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박진감 넘치는 '핵 앤 슬래시'(Hack & Slash)방식의 전투 콘텐츠,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관, 항해를 통해 다양한 섬들을 탐험하며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항해 시스템 등 블록버스터 온라인게임으로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지스타에서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으며 3차례의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사전예약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게 된다.

이에 앞서 넥슨은 '마비노기' 시리즈를 개발한 데브캣스튜디오의 온라인 MOBA 신작 '어센던트 원'의 얼리 액세스를 지난 13일부터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프렌즈 IP를 활용한 '프렌즈 레이싱'을, 그리고 조이맥스는 전략카드게임 '윈드소울 아레나'와 같은 캐주얼 게임을 오랜만에 선보인다.

출시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넷마블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 과연 4분기 내에 선보일지도 주목된다. 대작 MMORPG인데다, '블소'라는 인기 IP를 사용했고,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액션성까지 인정받은 넷마블의 신작이기에 출시가 된다면 기존 아성을 흔들 것으로 기대된다. 방탄소년단 IP를 활용한 'BTS 월드' 역시 넷마블이 4분기에 선보일 야심작으로 꼽힌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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