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기술 아닌 감정으로"…최무성의 연기가 울림을 주는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8-31 13:05


31일 배우 최무성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3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적은 예산, 적은 출연료,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개인 촬영 스케줄. 이 모든 조건을 뒤로한 채 오로지 작품만 보고 '살아남은 아이'의 출연을 결정한 최무성. 최무성의 선택은 옳았다. 최무성의 단언대로 '살아남은 아이'는 올해 충무로가 별견한 최고의 작품임에 틀림 업기 때문이다.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 아토ATO 제작). 극중?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아빠 성철 역을 맡은 최무성이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2010년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에서 악랄하고 소름끼치는 살인마 역을 맡으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후 '연애의 온도'(2012, 노덕 감독), '4등'(2015, 정지우 감독), '1급기밀'(2016, 홍기선 감독) 등 다채로운 규모오와 장르의 영화에 다양한 캐릭터로 열연을 펼쳐온 최무성. 이후 드람 tvN '응답하라 1988' 택이 아빠,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기수, '미스터 선샤인' 장승구 등을 연기하며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 '살아남은 아이'에서는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아빠 성철 역을 맡아 슬픔, 기쁨, 분노 등 감정의 격량을 겪는 인물로 완벽하게 분해 어느 때보다 섬세하고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또 다시 자신이 '대체불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31일 배우 최무성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31/
이날 최무성은 '살아남은 아이'의 출연 이유에 대해서 묻자 "영화의 프로듀서인 제정주 PD님이 친분이 좀 있다. 제가 연극 연출을 하는데 제 공연을 많이 보셨다. 연락이 오셔서 이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더라. 그후 신도억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제가 당시 다른 작품 스케줄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작품이 먼저 제안이 들어와서 이 작품을 못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거절하기에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꼭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행이 다른 작품이 무산이 돼서 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살아 남은 아이'의 어떤 점이 마음을 움직였냐는 질문에 "영화의 내용을 보면 아픔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에 끌렸다. 그리고 기현(성유빈 분)의 대하는 진성철 사장(최무성 분)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있다. 기본적 인간적 예의가 있는 사람이다"며 "그리고 제가 제정주 PD하고 신동석 감독님 만났을 때 또 느꼈다. 그때 감독님이 글과 사람이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배우를 배려하고 나와 일하고 싶은 느낌이, 울림이 있었다. 내가 거절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정주 PD 그리고 신동석 감독에 감화 돼 작품을 시작했다는 그는 "스케줄이 힘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감독님과 PD님에 감화 됐다. 힘든 스케줄이라도 감수하고 싶었다. 스케줄 때문에 사실 회사에서는 이 작품 출연을 반대를 했다. 회사 말을 잘 따르는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거절을 하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리가 되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무성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시사회 이후 영화에 쏟아지는 극찬들이 최무성을 더욱 기쁘게 했다. "메시지가 강한 영화들이 지루하고 난해하기 쉽다는 편견이 있다. 우리 회사 직원도 지루할 줄 알았다고 했는데 보고 나서는 안했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하더라.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호평을 받을 줄 알았다. 작품에 자신이 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다."

최무성은 아이를 잃은 아버지를 연기한 고통을 연기한 것에 "저도 아이가 있다. 중학교 3학년 아이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잃은, 그것도 외아들을 잃은 부모의 고통은 말할 수가 없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걸 연기술로 표현하는 건 어리석다고 판단했다. 너무나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데 살아는 가야하니까 담담히 삶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사실 제가 특별히 연기로 표현한 건 없다. 리액션을 보여드린 것 뿐 작정한 연기를 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지 라고 하기 보다는 그 인물, 세 사람(성철, 미숙, 기현)의 감정 안에서 판단했다. 특히 미숙(김여진 분)의 감정이 세지 않나. 그래서 미숙의 편하게 접근해가는 방법으로 리액션을 했다. 기현(성유빈 분)의 정체를 알고 난다음에는 감정을 주도적으로 끌고 갔다"며 "실질적으로 성철이라는 인물이 고통스러운 것에 대해 드러내지 않고 담고 가는 사람이어야지만 아내가 덜 힘들거라는 생각하는 사려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31일 배우 최무성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8.31/
'살아남은 아이'에서 김여진과 성유빈의 연기에 감탄했다는 최무성. 그는 "김여진 씨 같은 경우는 워낙에 연기를 잘 하시고 여러 매체를 통해 봐와서 이미 알고 있었고 기대감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셨다. 감정도 굉장히 풍부하시더라. 감정에 푹 젖어 계셨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제가 놀랐던 경우는 유빈 군 같은 경우다. 해석이 너무 좋고 표현이 너무 좋았다. 특히 제가 기현을 위협하는 장면에서는 해석력이 굉장히 들었다. 다양한 표정을 지녔더라. 연기술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 파국으로 흘러가는 장면에 있어서 자기만의 표현이 있더라"고 덧붙였다.

최근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최무성은 "그전에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었지만 '응팔' 때문에 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 이후 '슬빵' 등 드라마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더 많이 알아봐 주시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악마를 보았다'를 하고 났을 경우는 하고 난 다음에 많은 분들이 절 무서워 했다. 실제로 폭력적인 면이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그런데 저는 치고박고 하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이어 앞서 '살아남은 아이'와 달리 이전 작품에서는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많이 보여준 바 있는 그는 "저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제 이익을 위해서 누구에게 해코지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그래서 악역을 할 때 제 입장에서는그 인물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연기니까 하는거다. 하지만 연기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있다.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으니까 모험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 밖의 연기는 내 안에서 끄집어 내면 된다"며 "'청담동 살아요'라는 드라마에서는 사업에 실패한 의사, 좀 찌질한 연기? 그런건 제 안의 찌질함을 끄집어 내면 되는 거였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들 끄집어 내면 되는거다.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게 아니라 제가 가진 감정을 끄집어내는 식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어떤 모습을 끄집어 냈냐는 질문에 "사실 제가 화가 날 때 저는 자버린다. 입을 닫고 조용히 있는 편이다. 막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이 한달 뒤에 났을 정도다. 주변에서 아버지 돌아가신 사람 맞냐는 이야기를 했다. 제가 연기하면서 아버지를 많이 힘들게 했었다"며 "그래서 내가 슬퍼하는 것 보다는 슬퍼하는 가족들을 어루만지는게 좋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진성철이라는 인물이 그렇지 않나. 그래서 그런 모습을 끄집어 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영화 외적으로 현재 인기리의 방송 중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태리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김태리를 극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태리의 이름을 꺼내자 단번에 "우리 태리, 정말 잘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태리씨가 연극를 했던 친구고 저도 연극을 하지 않나. 뿌리 같은 느낌이 들더라. 촬영할 때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든다. 자연스럽게 진짜 내 제자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굉장히 성실한 친구다. 신에 대한 파악도 잘하는 친구인 것 같다"며 "태리씨가 스태프들에 굉장히 잘한다. 그래서 모든 스태프들이 우리 태리 우리 태리 그런다. 그러다 보니 저도 우리 태리라고 하게 되더라. 굉장히 건강하고 밝은 친구다"고 덧붙였다.


한편, '살아남은 아이'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뿐 아니라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초청·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품. 신예 연출자 신동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무성, 김여진, 성유빈이 출연한다. 8월 30일 개봉.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영상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