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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쯤되면 방송가의 '미다스 손'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tvN 수목극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를 이끈 박준화PD의 이야기다. '김비서'는 재력, 얼굴, 수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췄지만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시스트 부회장과 그를 완벽하게 보좌해온 비서의 퇴사밀당 로맨스를 담은 작품으로, 시청률 10%에 육박하는 기록을 내며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비서' 이전에도 박준화PD는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 '싸우자 귀신아', '이번 생은 처음이라' 등 손대는 족족 작품의 성공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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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더라. 재미있게 했다. 친해지니까 잘 해주더라.
─ '김비서'에서 가장 좋았던 신은 뭔가
뿌듯한 건 솔직히 배드신이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키스신을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좋았던 신 중에 내가 아니라 후배PD가 찍은 신이 있는데 과거 회상에서 넥타이 매주는 신이다.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정말 좋아하는 신이다. 얻어걸린 신이 많다. 놀이공원도 촬영을 하려고 가니까 불꽃놀이를 하고 있고 그랬다. 힘을 준 건 엔딩이다.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의 정서, 어릴 때와 현재의 모습 등에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이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힘 준 신이다. 매신 정말 힘을 줬다. CG팀도 CG를 너무 잘했다. 처음에 캐릭터성 CG를 넣었던 게 영옥이가 삼겹살집 가고 싶다고 하면서 얘기하는 신이 있다. 제주도 흑돼지들이 나오고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초반CG에서 수정을 조금 했는데 흑돼지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이입이 됐다. 그 아이가 불에 구워지는 게 너무 잔인해서 뒤에는 삼겹살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때 너무 재미있어서 서로 CG의 맛을 알게 됐다. 서준이도 손하트를 이영준 캐릭터는 모를 것 같다고 CG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걸 연기로 다 표현하더라. 음란마귀는 CG가 너무 귀엽고 예쁘니까 작가들이 꽂혀서 만들었다. 신이 늘어나다 보니 반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여자 음란마귀로 만들었다. 박나래가 너무 재미있게 잘해줬다. 약간 19금 느낌이 있는데 그걸 못 보여줘서 아쉽다.
─ '김비서'는 서효림 박병은 박나래 정유미 김가연 이수경 등 카메오가 유난히 화려한 작품이기도 했다.
전화하자마자 달려와줬다. 캐스팅을 정말 갑자기 한 거다. 너무 어릴 때 모습이라 괴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메오를 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프로듀서가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전화했다. 한 시간만에 네 명 캐스팅이 됐다. 즐겁게 했던 드라마들이라 같이 했던 친구들이 흔쾌히 와줬다. 두준이는 내가 너무 많이 불러서 못 불렀다. 미안해서 한텀 쉬었다. 인복이 좀 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배우 스태프 모두 '김비서'에 딱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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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택연, '김비서'에서는 찬성과 함께 했다.
둘 다 좋다. 찬성이가 캐릭터에 애착이 많다. 한번 더 웃겨보고 싶어서 종방연에 와서 갈아입었다. 촬영할 때도 오고 편집할 때도 왔다. 되게 착하고 귀엽다.
─ 예능국 출신이다. 드라마를 하게된 계기가 뭔가.
드라마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교양으로 시작했다. tvN 예능국 출신인데 처음에 정원석 감독님이 '막영애'를 기획하셨다. 그때 불려가면서 운 좋게 하게 됐다. 제작환경은 그때는 열악한 느낌이었다. tvN 브랜드가 알려졌을 때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섭외도 어려웠다. 요즘에는 좋은 게 tvN 채널에 출연하길 원하는 분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제작환경도 좋아졌다. 보통 비 오는 신을 찍을 때 살수차를 부르는데 하루밖에 못 부를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촬영할 때는 물 조리개로 뿌렸다. 지금은 살수차를 알아서 불러준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연출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계속 했다. 그러니까 성격이 바뀌더라.
─ 시즌제 드라마 전문이다. 특히 '식샤' 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시 '식샤' 시리즈를 해보고 싶진 않은가.
재미있었다. '식샤'는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만약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되게 좋아하는 콘텐츠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tvN에서 있으면서 '막영애'를 통해 발굴된 연출이 꽤 있다. '막영애'가 내부 PD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식샤'도 그런 의미 안에서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 차기작도 로코다. '김비서'에서 맛본 키스신 배드신을 본격적으로 푸는 건가.
키스신 배드신 잘할 수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