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매회 현실사이다"…'함무라비', 이쯤되면 공익드라마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6-27 09:36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JTBC 월화극 '미스 함무라비'가 1회 1현실 사이다로 시청자의 속을 뚫어주고 있다.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집필을 맡은 작품답게 현실 공감 스토리로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막에 접어든 '미스 함무라비'는 한층 강력한 현실 반영 스토리와 그 안에서의 통쾌한 판타지로 공감과 감동,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이끌어내고 있다. 26일 방송분이 대표적인 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실제 청소년 본드 사건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에서 민사 44부는 값 나가는 구리 전선만 골라 훔치는 이가온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고물상 주인이 아이들의 보호자인 목사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맡았다. 이가온은 자신을 뽑기방에 버리고 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심각한 본드 중독에 빠진 상태. 박차오름(고아라)과 임바른(김명수)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본드 중독 방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쉽게 본드를 접할 수 없도록 본드 공장들을 설득했으며 고물상 주인에게도 고소 취하를 설득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 두 사람의 노력 덕분에 청소년 담당 검사 판사 보호관찰관까지 모여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돌입할 수 있었다.

민용준(이태성)은 박차오름에게 NJ 그룹 복지재단을 통한 아이들과의 캄보디아 여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비행기에는 승무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진상 고객이 가득했고, 급기야 비행기가 고장으로 인천국제공항에 회항하자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민용준은 "자격지심이란 참 무시무시하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객들 정말 미개하다"고 말했고, 박차오름은 "왜 상장회사가 기업 오너라는 말을 쓰냐. 비행기도 오빠네 거 아니지 않냐. 오빠네 광고회사는 그룹 독점으로 컸고 기내식도 그 회사에서 공급한다. 정말 치사스럽게 얻은 힘이다. 어떤 회장님은 기업 안마사까지 회사 돈으로 쓰고 콩나물까지 비용처리 하더라. 정말 미개하다. 난 공무원이다. 회항으로 보상받을 것을 고객들과 따져보겠다"고 맞섰다. 그리고 캄보디아 여행을 포기한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처럼 '미스 함무라비'는 한회 동안 소외된 청소년 문제와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갑질 논란을 다루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청소년 본드 중독 문제는 실화에 바탕을 뒀고, 이 때문에 마지막에 실제 사건에서 아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던 판사들의 이름까지 공개됐음에도 일각에서 '지나친 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울림을 안겼다. 또 고객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상대에게 갑질을 해대는 행태 자체가 문제라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것이 가진 자들의 선민의식이라는 것을 박차오름의 일갈로 나타내며 가슴 시원한 사이다를 안기기도 했다.

'미스 함무라비'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소탕하는 일반적인 장르물과는 맥을 달리한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혹은 일어날 법한 소소한 사건들을 다룬다. 이 때문에 판타지 극성은 약할지 몰라도 오히려 시청자는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됐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됐다. 특히 부조리에 맞서 일갈을 쏟아내는 박차오름의 모습은 마치 선생님과 같은 교훈을 안기기도 한다. 이쯤되면 '공익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제 시청자들은 현실에 좌절한 만큼 한 걸음 더 성장하는, '바름커플'을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들이 어두운 현실 속에서 또 어떤 희망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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