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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명의 배우가 이끌어가는 연극 '리차드 3세'가 온다.
2016년 '로베르토 쥬코'를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던 장 랑베르-빌드의 '리차드 3세'는 2명의 배우가 나서는 '광대극'이다. 장 랑베르-빌드, 그리고 공동 연출을 맡은 로랑조 말라게라는 어릿광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무대를 통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영상과 소품 등 독특한 무대 효과를 극대화해 등장인물이 40명에 달하는 원작의 대서사를 2인극으로 풀어낸다. 2016년 프랑스 초연 이후 일본에서 투어 공연한 바 있다.
한 광대가 자신의 환영과 마주하고 있다. 그 환영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며 실체 없는 망령들을 광대 앞에 불러낸다. 꼭두각시 같은 망령들이 광대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잇달아 환상세계가 펼쳐진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리차드 3세를 창조하는데….
'리차드 3세'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형제와 조카를 무자비하게 제거한 인물이다. 절대 악의 상징으로 꼽혀온 리차드 3세는 이번 무대에서 하얀 얼굴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띠고, 기형적인 외형 대신 파자마와 도자기 갑옷을 입는다. 이렇게 작품에 녹아 있는 유머는 비극 속에 희극의 요소를 섞고, 희극 속에 비극의 요소를 숨겨두는 셰익스피어의 천재적인 극작술을 효과적으로 부활시킨다. 사랑스러운 얼굴로 무대에 오른 어릿광대의 모습은 오히려 '리차드 3세'의 잔혹함과 양면성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무대 디자인 역시 '연극의 기술은 시적인 아름다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장 랑베르-빌드의 연극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프랑스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