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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월화극 '우리가 만난 기적'이 29일 종영했다.
과거로 돌아온 송현철A는 여전히 차갑고 이성적이었다. 그러나 분명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스치듯 떠오르는 기억과 송현철B의 영혼이 육체를 임대했을 때 남긴 기록을 토대로 앞으로 벌어질 교통사고와 대출 조작 사건을 미연에 방지해 두 집안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냈다. 이혼 위기까지 갔던 아내 선혜진(김현주)과 가족들에게도 한 걸음 다가가며 진정한 사랑을 꽃피웠다.
송현철B의 가족들도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내' 조연화의 곁으로 돌아간 송현철B는 중국집을 예정대로 인수할 수 있었고, 그의 가족들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서로를 애틋하게 아끼며 행복한 일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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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었다. 김명민은 명불허전 1인 2역 하드캐리로 극을 이끌었다. 김현주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높였고, 라미란은 가슴 찡한 생활 연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 명배우들의 연기를 따라잡지 못한 전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송현철B가 송현철A의 육체를 임대하며 송현철C라는 새로운 인격체가 탄생하고, 그가 조연화가 아닌 선혜진을 선택하는 과정이 좀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면 '불륜 미화 드라마'라는 혹평 또한 나오지 않았을 터다. 송현철A와 B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개연성을 잊은 게 큰 패착이었다. 은행 대출 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범죄 행각을 그리는데 있어서도 은행 전산의 철통보안을 간과한 디테일 부족한 전개도 아쉬움을 남겼다.
극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떨어졌던 탓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린다는 마지막 엔딩도 감동이 반감됐다. '원점 복귀'류의 전개는 그동안 탄탄한 서사를 쌓아왔어도 쉽게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신드롬을 불러왔던 '파리의 연인'은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결말을 맺어 아직까지도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난 기적'은 원점 엔딩을 그리는데도 신중하지 못했다. 단지 "그때 시간을 되돌렸으면 송현철 아저씨는 죽었다. 사건을 해결할 수 없었을 테니까. 이 기적은 모두 아저씨가 만든 거다. 시간은 되돌려도 아저씨의 기억은 모두 남을 것"이라는 아토의 대사에 모든 상황을 압축 설명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왜 송현철B가 아닌 송현철A만 기억을 갖고 있는지, 갑작스럽게 환골탈태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세부적인 상황들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졌다. 특히 마지막 방송에서 마오(김재경)와 아토가 뜬금없이 춤을 추는 신은 영화 '라라랜드'를 패러디한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대체 왜 등장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실소를 자아냈다.
어쨌든 '우리가 만난 기적'은 13.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한편 월화극 최강자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어쨌든 시청자는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만족한다는 분위기다.
'우리가 만난 기적' 후속으로는 서강준 공승연 주연의 '너도 인간이니'가 6월 4일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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