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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유이 "'맨홀' 후 은퇴까지 고민, '오작두'는 힐링드라마"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5-26 09:39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주말극 '데릴남편 오작두'를 마친 유이를 만났다.

극한의 현실을 사는 30대 중반 직장여성이 오로지 결혼한 여자, 즉 유부녀라는 소셜 포지션을 쟁취하려 데릴 남편을 구하면서 시작되는 역주행 로맨스 드라마다. 유이는 극중 한승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승주는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위험과 비난도 감수하는 최강 멘탈의 외주PD다. 유이는 생활력 승부욕 전투력 독립성 강한 독종의 면모부터 오작두 역의 김강우와의 달달한 청량 멜로까지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맨홀'이 끝나고 휴식기가 필요하긴 했다. 올해 서른 한 살이 됐는데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가 됐다. 20대는 일을 하기 위해서 막 달렸다. 서른 살이 되다 보니 열심히 일 했으니까 뭔가 많이 이뤄놨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뭔가가 하나도 없더라. 김유진이라는 삶에 있어서 아무것도 없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점점 무너지고 있더라. 일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쯤에 이 작품이 들어왔다. 시나리오를 처음에는 못 읽겠더라. 그냥 승주와 나의 나이도 상황도 다르지만 첫 문장에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그냥 앞만 보고 왔는데'라는 말이 확 와 닿았다."


'맨홀'이 시청률 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유이를 힘들게 했던 것은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다.

"회사도 처음으로 옮기고 서른 살이 됐도 뭔가 다 새롭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마음이 들면서 나혼자 자만한 거다. 그건 내 혼자 탓인 거다. 뭔가 잡아둘 기둥이 없이 내가 막 깎아내렸다. 그건 내 잘못인 거다. 누군가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나혼자 계속 자책을 했던 것 같다. 회사도 있고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혼자 그랬다. 내가 잘못 살았다고 자책했다. 그게 작년이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결혼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심적으로 힘들던 시기, 자신과 꼭 닮은 듯한 한승주의 대사에 마음이 움직여 어렵게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다.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인지 유이와 한승주는 그야말로 한 몸이 됐고, 시청자도 호평을 쏟아냈다.

"나는 매번 연기할 때 내가 부족한 거 충분히 알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작품의 끝인 것 같다. 이번에는 한승주랑 내가 너무 합쳐져 보였다. 맨 처음 공황장애 연기를 할 때 정말 힘들었다. 그런 적이 없었는데 차 안에서 많이 울었다. 그런데 작두를 찾아서 산에 가고 그러다 보니 힐링이 되더라. 그걸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드라마는 당연히 작두 오빠가 다 한 작품이다. 하지만 나도 한승주가 작두 오빠를 만나서 힐링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 것 같다. 김유진도 이 작품을 만나서 힐링을 했다. 되게 이기적인 김유진의 생각이었는데 기회가 왔고 잡고 싶었다. 마지막 희망 같은 거였다."


사실 유이는 애프터스쿨 시절부터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독한 슬럼프를 겪었을 때는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도 있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안도 운동하는 집안이고 애프터스쿨도 그렇고 단체 생활을 정말 일찍 시작했다. 우리 집안의 가훈도 베풀며 살자는 거다. 나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안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만 챙기고 그랬던 것 같다. 정작 자기를 사랑해야 된다는 얘기를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작가님에게 많이 들었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건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22부 부터는 거의 즉석 대본으로 연기하면서 정신없이 달렸는데 끝나고 나니까 다음 작품을 언제 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고 싶다. 그때는 우리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이번에 작두오빠랑 합쳐서 승주를 양갱커플이라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어쨌든 '데릴남편 오작두'는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경쟁작인 SBS '착한 마녀전'을 따돌렸다. 유이로서는 '맨홀'의 실패를 깨끗하게 씻어낸 셈이다. 그러나 유이는 '맨홀'에 대해서도, '데릴남편 오작두'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맨홀' 할 때도 밤샘 촬영이 많았다. 그런데 재중이 오빠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고 커피차까지 많이 해주셨다. 주변에 사람이 많으니까 그렇게까지 시청률이 낮은지는 몰랐다. 다 끝나고 알았다. 촬영 분위기는 너무 좋았고 로코였고 감독님도 우리 얘기 많이 들어주시고 그랬다. 재미있게 촬영은 했다. 그래서 시청률을 신경 안 쓸수는 없다. 사실 부담은 된다. 혹시나 이렇게 좋은 작품인데 나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은 솔직히 있었다. 그런데 부담을 갖고 가면 당연히 안된다. '결혼계약'도 마찬가지로 이렇게까지 잘될지 몰랐다고 하시니까. 그건 운인 것 같다. 재밌게 봐주신다고 해주시는 것 자체가 좋다. 우리 드라마가 잘 됐다는 걸 안 건 쫑파티 때 소고기를 먹었다. 사실 우리 드라마가 정말 힘들었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 촬영이 빨리 끝나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촬영이 끝나니까 괜히 가야금 앞에 있어야 할 것 같고 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고 그런 느낌이다. 마지막 촬영 때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메인 조연출 오빠가 나를 보더니 수고했다며 울더라. 나도 바로 울었다. 이 작품은 나랑 비슷해서 그런지 떠나보낸다기 보다는 내 마음 속에 묻은 것 같다. 아직 단톡방으로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가족같이 영원히 갈 것 같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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